구두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하석 - 구두 구두 - 이하석 풀덤불 속에 입을 벌리고 누워 구두는 뒷굽이나마 갈고 싶어한다, 풀들 속으로 난 작은 길을 가고 싶어하며, 어디로든 가 버릴 것들을 놓아 주면서. 주물 공장 최 반장은 토요일에 그를 차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최씨의 바지 밑으로 그는 끈이 풀렸고 뒷굽이 너무 닳아 있었다. 일년 가까이 그는 벌겋게 달아 있었다, 술과 불이 어울어진 최씨의 온몸 밑에서. 내던져진 채 그는 이제 가고 싶은 곳을 잊었다, 최씨의 여자 속을 걸어가는 허약한 다리 대신 차가운 빗물을 맑게 담고서. 문득 흐르던 구름 하나가 구두 속에 깃들어 어디론가 가자고 한다. 그래도 최씨의 구두는 뒷굽에 매달린다. * 처음부터 내 닉이 바람구두로 안착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대학 때 별명이었고, 뒤늦게 인터넷을 시작하다보니 적당한..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