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노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왕노 - 사칭 사칭(詐稱) - 김왕노 나는 사람과 어울리려 사람을 사칭하였고 나는 꽃과 어울리려 꽃을 사칭하였고 나는 바람처럼 살려고 바람을 사칭하였고 나는 늘 사철나무 같은 청춘이라며 사철나무를 사칭하였고 차라리 죽음을 사칭하여야 마땅할 그러나 내일이 오면 나는 그 무엇을 또 사칭해야 한다 슬프지만 버릴 수 없는 삶의 이 빤한 방법 앞에 머리 조아리며 출처 : 김왕노, 『슬픔도 진화한다』, 천년의 시작, 2002 * 가을이라 모든 것이 허망해 보이지만 세상에 끝이 없으면 시작도 없는 법이다. 시인 김왕노의 「사칭(詐稱)」을 읽노라니 문득 얼마 전 내가 어느 젊은 영혼에게 씹어 뱉듯 내쏘아준 말이 생각났다. 나는 그에게 ‘너도 나처럼 사람들 앞에서 사기 치면서 살라’고 그렇게 충고한 적이 있다. 새나 짐승을 관찰하려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