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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나태주 - 산수유 꽃 진 자리 산수유 꽃 진 자리 - 나태주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 "풀꽃"의 시인 나태주의 시들은 따사롭다. 얼핏 생각없이 바라보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따사롭기 그지 없어 예쁘기만 한 시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그의 따사로운 시어들을 곰.. 더보기
나태주 - 지상에서의 며칠 지상에서의 며칠 - 나태주 때 절은 종이 창문 흐릿한 달빛 한 줌이었다가 바람 부는 들판의 키 큰 미루나무 잔가지 흔드는 사람이었다가 차마 소낙비일 수 있었을까? 겨우 옷자락이나 머리칼 적시는 이슬비였다가 기약 없이 찾아든 바닷가 민박집 문지방까지 밀려와 칭얼대는 파도소리였다가 누군들 안 그러랴 잠시 머물고 떠나는 지상에서의 며칠, 이런 저런 일들 좋았노라 슬펐노라 고달팠노라 그대 만나 잠시 가슴 부풀고 설렜었지 그리고는 오래고 긴 적막과 애달픔과 기다림이 거기 있었지 가는 여름 새끼손톱에 스며든 봉숭아 빠알간 물감이었다가 잘려 나간 손톱조각에 어른대는 첫눈이었다가 눈물이 고여서였을까? 눈썹 깜짝이다가 눈썹 두어 번 깜짝이다가...... * 사람들은 누구나 즐거움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러나 슬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