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승하

이승하 - 사랑의 탐구 사랑의 탐구 - 이승하 나는 무작정 사랑할 것이다 죽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지라도 사랑이란 말의 위대함과 사랑이란 말의 처절함을 속속들이 깨닫지 못했기에 나는 한사코 생을 사랑할 것이다 포주이신 어머니, 당신의 아들 나이 어언 스물이 되었건만 사랑은 늘 5악장일까 아니 여탕(女湯) 꿈속에 그리는 그리운 고향 그 고향의 안개와도 같은 살갗일까 술 취한 누나의 타진 스타킹이지 음담패설 속에서만 한결 자유스러워질 수 있었고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을 땐 목청껏 노래불렀다 방천 둑길에서 기타를 오래 퉁기고 왠지 부끄러워 밤 깊어 돌아왔더랬지 배다른 동생아 너라도 기억해다오 큰 손 작은 손 손가락질 속에서 나는 자랐다 길모퉁이 겁먹은 눈빛은 바로 나다 사랑은 그 집 앞까지 따라가는 것일까 세월처럼 머무르지 않는 것.. 더보기
이승하 -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