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우영 - 초경 초경 - 정우영 아직 봄이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저녁나절이었다. 허접한 눈으로 헌 신문 뒤적거리고 있는데, 여든 넘은 어머님이 불쑥 물으신다. 자네는 봄이 뭐라고 생각하나? 봄이요? 해 놓고 답변이 궁색하다. 아지랑이야. 눈부터 뽀얀 아지랑이 속에 빠져들며 어머님 스스로 대꾸했다. 내가 양지뜸에서 나물 뜯고 있던 열세 살 때야. 초록 아지랑이 가 다가와 속삭이더니 나를 살짝 휘감아선 날아가는 거야. 난 어 쩔 줄 몰라 아지랑이 꽉 붙잡고 있었지. 아지랑이는 한참을 날아 산등성이에 나를 내려놓았어. 그러고는 메마른 나뭇가지에 초록 저고리를 슬근 벗어 걸어 두는 것인데, 요상도 해라. 그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초록 싹이 돋는 거야. 깜짝 놀란 난 하초를 지렸는 데 초록 물이 배어 나왔어. 초경이야. 그 후로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