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교실 : 코오롱등산학교 이용대 교장의 배낭 꾸리기부터 해외 트레킹까지 - 이용대 | 해냄(2006)
신춘의 계절이다. 겨우내 좁은 방 안에서 오락가락하던 사람들도 봄이 오면 신발장에서 먼지 묻은 등산화를 꺼내보고, 옷장에서 배낭을 끄집어내 만지작거리게 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니 철쭉이 만개한 강화 고려산 언저리라도 다녀올 일이다. 이용대의 『등산교실』은 이제 막 산(山)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은 물론 이미 수십 년씩 산에 다닌 사람들도 모두 흡족하게 읽어볼만한 등산의 귀중한 노하우와 ABC를 두루 갖추고 있는 책이다.
한 조사기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주 5일 근무의 확산과 더불어 매주 산을 찾는 사람들이 200만을 헤아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산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데 반해 정작 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나 산을 오르는 등산을 가르치는 곳은 많지 않다. 아마도 그 까닭은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70%가 산이라 누구라도 태어나면서부터 산을 가까이하며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면이 모두 바다라고 해서 누구나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등산을 올바르게 배우지 못한다면 건강을 위해 시작한 산행(山行)이 도리어 건강을 해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등산교실』을 펴낸 이용대는 한국 산악계를 대표하는 알파인 칼럼니스트이자 오랫동안 등반교육현장을 지켜온 교육자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개별산악회를 통해 등반기술 중심으로 펼쳐지던 등반문화가 1985년 코오롱등산학교의 개교와 더불어 등반윤리를 수반한 자연보호의 차원으로 승화된 것도 개교 이래 계속해서 교장을 역임한 이용대의 공로가 크다. 이 책은 그가 월간 <산>에 지난 10년 동안 최장기 연재 기록을 세운 <이용대의 산행 상담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칼럼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산행 초보자들이 궁금해 하는 등산의 기초지식부터 등산 장비 다루는 법, 산행 중 만나게 되는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 등 경험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등반기술과 원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20여 년에 이르는 등산 교육 현장에서 얻은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다. 무미건조한 설명식 나열이 아니라 묻고 답하기의 형태를 띄고 있어 독자의 흥미를 북돋우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의 가장 첫 페이지는 “배낭을 잘 꾸리는 법은?”이란 제목으로 “배낭을 꾸릴 때 내용물을 어떤 순서로 넣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충 챙겨보니 배낭이 한쪽으로 기울기도 하고 등판이 울퉁불퉁해져 다시 짐을 풀어야 했어요. 침낭, 쿡세트, 식량, 옷 등을 어떤 순서로 넣어야 하나요? 또 배낭 무게는 얼마나 되는 것이 적당할까요?”라고 물으면 그에 대해 답하는 방식이다. 한두 마디에 그치는 간단한 질문에도 하나당 3쪽 내외의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는 그림을 이용해 설명하는 형식이다.
이외에도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부딪칠 수 있는 여러 소소한 과정과 문제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제 막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등산복을 구입할 때 다양한 디자인과 고어텍스, 윈드스토퍼, 콘듀잇, 쿨맥스 등 다양한 원단과 원단의 특색을 알 수 없어 중복투자를 하게 되거나 구입해 놓고 막상 입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책에는 그와 같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질문과 선택 요령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등산교실』의 부제가 잘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배낭 꾸리기부터 해외 트레킹까지” 기초입문 과정부터 준전문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다루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정상등정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등산문화의 아픈 곳을 꼬집는 대목이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동안 실수로 범하기 쉬운 자연 훼손 등도 상세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저 등반기술만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상식으로 보는 등산의 세계>, <역사로 보는 등산의 세계> 등 쉬어가는 꼭지들을 활용해 알피니즘의 역사, 백두대간, 7대륙 최고봉, 등산의 정신과 형식 등에 대해서도 두루 설명하고 있다. 만약 이 책을 통해 가까운 근교의 산으로 가벼운 산행을 떠나고 싶다면 다음의 책을 참고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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