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가운데 어느 문장에서 꽂힌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나는 그를 좋아했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의 일이니까. 요즘엔 그의 책을 다시 꺼내보는 일도 거의 없지만, 만약 그가 그
무렵 내 마음을 끌어들일 것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그의 위악과 위선이 빚어내는 신물나는 이중주에 젖어 무심결에 이건 '내 얘기같다'가 아닌 '내 얘기다'로 느낀 대목들이 자주 있었기 때문일 게다. 존 포드에게 있어
존 웨인이 페르소나라면, 마틴 스콜세지에게 로버트 드니로가 그렇다면, 알프레드 히치콕에게 제임스 스튜어트가 그렇다면....
독자로서 또는 글쟁이로서 내가 내 이야기를 사소설처럼 엮어갈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다자이 오사무에게
기인한다.
언젠가 나는 A서점의 서재 이벤트로 "욕해달라"는 자학이벤트를 벌여놓고 사람들 말하는 걸 가만보니
누군가 내가 예전에 여러 영화 캐릭터들을 들먹이며 "이건 정말 나다"라고 했던 나의 주장에 거의 전혀 동감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에도 그런 대목이 있다.
그의 모든 행위를 '~ 척 하다'로 받아들인 세상 사람들에
대한 그의 하소연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대목이 있다. 이해 받지 못한다는 건, 굳이 본인에게만 슬픈 일은 아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자도 똑같이 슬퍼할 일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우주가 거절당한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우주가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사라져간
것이니까.
이건 누굴 탓하기 위한 건 아니다. 사랑도 소멸한다. 질량을 잃은 미소블랙홀처럼........증발해버리는 것이다.
중력이 무한대가 되면, 모든 관계의 존재감은 파괴된다. 부피는 제로, 밀도는 무한대로 증가할 때 그 사이에 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 이 말은 지나친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에 성립가능한 관계란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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