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촬영한 알베르 까뮈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는 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오랑에 페스트가 들이닥치며 시작한다. 시 당국에 의해 도시는 폐쇄되었고 사람들은 작은 도시에 갇혀 스스로의 힘으로 죽음과 맞서 싸워야 한다.
취재를 위해 오랑에 왔다가 갇혀버린 기자 랑베르는 파리에서 기다리는 아내를 위해 불법이라 할지라도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도시에서
탈출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는다. 어느 날, 드디어 그를 태우고 오랑을 탈출시켜줄 배편을 구한 랑베르는 부두에 나갔다가 마음을
되돌린다.
심경의 변화를 느낀 랑베르는 오랑을 탈출하는 대신, 도시에 남아 자신도 페스트와 함께 싸우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페스트(죽음)와 맞서 싸우는 의사 리유에게 자신은 이제 오랑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는 결심을 밝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리유는 그의 결심을 듣고 차갑게 말한다.
"그러나 리유는 몸을 일으켜 세워 앉으며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행복을 택하는 것이 부끄러울게 무어냐'고 말했다."
그러자 랑베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습니다.' 랑베르가 말했다. '그러나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한국전쟁 이후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읽힌 외국소설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이 소설이
전후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릴 길은 없다. 다만, 작가 한승원은 알베르 까뮈의 이 소설이
"독일과의 전쟁과 독일군의 점령 속에서 산 적이 있는 카뮈의 그 소설은 《이방인》이 그렇듯이 일종의 전쟁과 비슷한 상황 소설이다.
가령 광주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에 의해 시의 외곽으로 나가는 모든 문을 차단해 버렸을 때, 그 안에 갇혀 사는 이런저런 인간군상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이 소설 <페스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목 중 하나는 류와 타루가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말하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뿐이죠."
"늘 그렇죠. 나도 그걸 알아요. 그러나 그것이 싸움을 멈춰야 할 이유는 못 됩니다."
"물론 이유는 못 되겠지요. 그러나 그렇다면 이 페스트가 선생님에게는 어떠한 존재라는 게 상상이 갑니다."
"알아요. 끊임없는 패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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