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는 세계 여러 나라 국가들 가운데 가장 잔인한 가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를 혁명 이전의 국가로 되돌려 놓기 위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프랑스를 침공했고, 프랑스는 혁명을 사수하기 위해 때로는 전파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이 결정된 후인 1792년 4월 25일 스트라스부르에 주둔하고 있던 공병대 대위 루제 드 릴은 스트라스부르 시장인 디트리슈 남작으로부터 군인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노래를 하나 작곡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애국심에 충만해 있던 그는 하룻밤 사이에 노래 하나를 작곡하는 데 그 곡이 바로 라 마르세예즈이다. 그런데 스트라스부르에서 작곡한 이 노래에 갑자기 마르세이유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2개월 후 몽벨리에 출신의 프랑수아 미뢰르가 마르세이유의 의용군들과 함께 파리로 행진할 계획이었다. 마르세이유부터 파리까지 800Km를 행군하는 동안 600여명의 의용군들은 목이 터져라 이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있던 파리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마르세이유에서 온 사람들이 부른 노래라고 해서 라 마르세예즈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의용병들은 유럽 여러 나라의 상비군들에 맞서 조국을 방어하고 마침내 혁명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노래는 혁명의 이상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이 노래가 다시 불린 것은 우리도 얼마 전 영화 <레미제라블>을 통해 보았던 감동적인 장면 1830년 7월 혁명 당시 파리의 바리게이트 앞이었다. 이후 이 노래는 1879년 프랑스 제 3공화국 시절 다시 프랑스의 국가가 된다. 애초 ‘루제’ 대위가 썼던 6절까지의 가사에 나중에 다른 사람이 추가한 7절 가사가 붙은 ‘라 마르세예즈’는 공식행사에서는 1절과 6절만 부른다.
라 마르세예즈 (La Maseillaise)
나가자, 조국의 자식들아.
영광의 날은 왔도다!
폭군에 결연히 맞서서
피묻은 전쟁의 깃발을 올려라,
피묻은 전쟁의 깃발을 올려라!
우리 강토에 울려 퍼지는
끔찍한 적군의 함성을 들으라.
적은 우리의 아내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자르러 다가오고 있도다!
무기를 잡으라, 시민동지들이여!
그대 부대의 앞장을 서라!
진격하자, 진격하자!
우리 조국의 목마른 밭이랑에
적들의 더러운 피가 넘쳐흐르도록!
Allons enfants de la Patrie
Le jour de gloire est arrive.
Contre nous, de la tyrannie,
L'etandard sanglant est leve,
l'etandard sanglant est leve,
Entendez-vous, dans la compagnes.
Mugir ces farouches soldats
Ils viennent jusque dans nos bras
Egorger vos fils,
vos compagnes.
Aux armes citoyens!
Formez vos bataillons,
Marchons, marchons!
Qu'un sang impur
Abreuve nos sillons.
내가 갑자기 이 노래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5.18기념식을 위한 새로운 추모곡을 공모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 정권 때 정부는 5.18추모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을 연주시켜 국민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기념과 추모는 결국 기억을 위한 투쟁이다. 올바르게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는 멀리 현해탄 건너 일본의 교과서 문제만이 아니다. 바로 오늘 우리 앞에서도 역사 왜곡 시도는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역사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성(진실)을 가지고 오랫동안 추모곡으로 불려오던 노래가 있는데 새로 추모곡을 만들어 이를 대체하려는 시도야말로 역사 앞에 부끄러운 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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