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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섹스머신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였을 거다. 그 세계는 사람들이 밥이나 빵을 먹지 않고, 공기만 마셔도 충분히 살 수 있기 때문에 인간들은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천국(?)이었다. 그 동화를 읽고 정말 한동안 상상이 그쪽으로 뻗친 적이 있다. 정말 내 모든 것이 아직 순진하고 순수하던 무렵이었다. 그러던 내가 굳이 인간이 공기만 마시고 살지 않아도 미래세계의 언젠가 풀타임섹스머신이 저렴하게 등장한다면 최소한 남자들 중 상당수는 그냥 잉여로 존재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영화 에서 주드 로는 '지골로 조' 로봇으로 등장한다. 그는 여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섹스머신으로 프로그램되었다. 그런 이유로 뭇남성들은 이 로봇만 보면 파괴하고픈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 내가 이.. 더보기
역지사지(易地思之)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처지(處地)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로 신영복 선생이 말씀하신 입장의 동일화가 가장 큰 연대의 정신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교육의 기본 테제라고 생각한다. "삼국지연의"에는 위나라를 세운 조조가 죽자 그 뒤를 잇기 위해 형제들끼리 치열한 권력쟁탈전이 벌어지는 대목이 있다. 양수와 순욱의 조력을 받는 조식과 가후의 조력을 받는 조비의 권력싸움은 권력 앞에 부모자식도, 형제도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형제간의 권력쟁탈전에서 승리한 조비는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조식을 죽이라는 신하들의 간언을 받아들이되(그것이 동생을 살리려고 한 것인지, 죽이려는데 명분이 부족하여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형제'라는 .. 더보기
권혁태 -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 일본 트라우마의 비밀을 푸는 사회심리 코드 권혁태 (지은이) | 교양인 | 2010-08-20 권혁태의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는 지난 2010년에 나오긴 했지만, 그 해에 나온(다시 말해 그해 나온 책들 중에 내가 접해본) 책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책일 뿐만 아니라 내가 읽어본 일본 관련 서적 중 가장 빼어난 책으로 손꼽는 책이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일본의 최근 행보들을 일본의 근현대사를 고찰함으로써 그 이면에 감춰진 일본이란 국가의 욕망과 의도에 대해 사회과학적 분석을 가하고 있다. 분석의 내용과 형식이 매우 정치(精緻)한 책인데, 어떤 까닭에서인지(교양인은 심리학 저서들도 많이 내고 있다) 이 책의 출판사인 교양인은 책제목은 물론 헤드카피까지 '일본 트라우마의 비밀을 .. 더보기
보구엔지압, '붉은 나폴레옹(Red Napoleon)'이었나? 보구엔지압(武元甲, Vo Nguyên Giap, 1911.8.25 ~ 2013. 10. 4) 보구엔지압, '붉은 나폴레옹(Red Napoleon)'인가? 현행 발음 표기대로라면 '보응우옌잡'이 맞다고 하는데, 그냥 입에 밴 대로 보구엔지압이라고 해두자. 그가 지난 10월 4일 10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그를 탁월한 군사전략가라고 말하는데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탁월한 군사전략가이자 동시에 뛰어난 혁명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다. 그를 일러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붉은 나폴레옹(Red Napoleon)'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그가 이런 별명을 좋아했다고도 하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그는 나폴레옹과도 거리가 멀다. 도리어 그는 러시아에서 나폴레옹을 패퇴시켰던 .. 더보기
셧다운과 오바마 케어 셧다운과 오바마 케어 셧다운이 뭐여? 지난 2013년 10월1일부터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Shutdown)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이른바 '오바마케어'와 관련한 예산안에 대하여, 미국의회 상/하원에서의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 역시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셧다운, 셧다운하는데 도대체 셧다운이 뭐지? 하는 의문도 가질 수 있겠다. 우리 식으로 말해서 어감상 가장 근접한 것은 '조업중지, 직장 폐쇄' 같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제도란 다음(2014년도) 회계년도(fiscal year)가 시작되는 2013년 10월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였으므로 그날부터 연방정부의 공무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되므로, 공무원들 중 반드시 필요한.. 더보기
피에르 앙타이(Pierre Hantai) -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은 "첼로무반주모음곡(Bach suites for solo cello No.1)"과 더불어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바흐의 음악일 것이다. 아마도 바흐의 기악곡들 가운데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것은 '오르간곡'들이라고 생각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들에게 친숙한 곡들은 "G선상의 아리아"를 제외하고는 앞서 말한 두 개의 곡이 아닐까 싶다. 첼로무반주모음곡과 파블로 카잘스에 얽힌 일화에 대해선 내 홈피(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파블로 카잘스 편)에 소개되어 있으니 넘어가기로 하자. 첼로무반주모음곡의 경우엔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라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 더보기
'놀이'에 관한 책들... * "놀이, 유희, 축제, 카니발, 연희"는 각기 다른 개념이지만 비슷한 개념이며 따로 떼어놓기 어려운 개념들이기도 하다. 장 뒤비뇨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사람들은 자주 '놀이와 '축제'를 혼동한다. 놀이는 규칙의 수용을 이야기하며 과격한 근육행위에 기호를 부여하고 자연적인 행위로부터 분리되어 스펙타클(spectacle: 연행적인 방법을 통해서 어떠한 행위를 펼쳐보이며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지각 가능하도록 하는 것)로 통합되는 것이다. 반면에 축제는 규칙을 위반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모든 규칙을 파괴하는 것이다. 위반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축제 때 일반적으로 보이는 '규칙 없음'이나 '방탕'을 의미하는 것과는 다르다. 축제는 기호나 규칙을 파괴하는데,.. 더보기
앤터니 비버, 리처드 오버리, 로버트 서비스, 올랜도 파이지스 독재자들 -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 리처드 오버리 (지은이) | 조행복 (옮긴이) | 교양인 | 2008-12-25 | 원제 The Dictators 코뮤니스트 - 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은이) | 김남섭 (옮긴이) | 교양인 | 2012-07-05 | 원제 Comrades: A World History of Communism (2007년) 속삭이는 사회 1.2 - 스탈린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 내면, 기억 올랜도 파이지스 (지은이) | 김남섭 (옮긴이) | 교양인 | 2013-08-30 나타샤 댄스 - 러시아 문화사 올랜도 파이지스 (지은이) | 채계병 (옮긴이) | 이카루스미디어 | 2005-06-30 | 원제 Natasha's Da.. 더보기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 어린 남자에게 좋아하는 여배우란 캘린더걸처럼 계속 바뀌는 법이긴 하지만, 여배우란 말에서 '여자'를 빼고 '배우'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요근래 배우 중 내게 있어 그런 배우는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이다. 1975년 10월 5일 생이니까,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볼 나이다. 케이트 윈슬렛을 처음 발견한 영화는 나도 물론 "타이타닉"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의 계보에는 물론 매우 다양한 배우들이 있는데, '오드리 헵번'만큼이나 '캐서린 헵번'을 좋아하고, '캔디스 버겐'을 좋은 배우로 생각하며, 한동안 '미셸 파이퍼'를 참 좋아했다. 물론, 여전히... 미셸 파이퍼가 나온 영화들은 그리 많이 보지도 못했는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미셸 파이퍼.. 더보기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글쓰기의 10가지 규칙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 - 글쓰기의 10가지 규칙 지금까지 50편에 가까운 소설을 펴낸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가 87세의 나이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범죄소설의 대가, 디트로이트의 찰스 디킨스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로부터 비롯된 '하드보일드'한 문체를 더욱 끌어올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생전에 "작가는 투명인간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작가는 쓸데없는 말이나 생각을 최대한으로 줄여 독자가 이야기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게 해야 한다"는 독특한 문체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저 세상 사람이 되었지만, 이런 대가(?) 아니 베테랑 작가의 충고를 무시할 필요는 없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몇 해 전 뉴욕타임스에 '레너드의 10가지 작문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