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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역사

우리 궁궐 이야기 - 홍순민 | 청년사 | 1999 우리 궁궐 이야기 - 홍순민 | 청년사 | 1999 최근 모 계간지(?)에 실린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풍수지리학 혹은 환경심리학의 대가 최창조 선생의 글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 분의 개인적인 견해로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건 말건,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는 행정수도든, 본격적인 천도든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든 아직까지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대목은 아마도 그 글의 일부분이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청와대의 터가 좋지 않아서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가 썩 좋지 않았다. 청와대의 시작은 일제 시대 조선총독의 관저로 이용되면서부터였다. 1945년 일본의 패망 뒤엔 미 군정 장관 하지의 관사였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 '경무대'로 불리다가 4.19이후 .. 더보기
63인의 역사학자가 쓴 한국사 인물 열전 - 한영우선생정년기념논총 간행위원회 엮음 | 돌베개(2003) 63인의 역사학자가 쓴 한국사 인물 열전 - 한영우선생정년기념논총 간행위원회 엮음 | 돌베개(2003) 63인의 역사학자가 쓴 한국사 인물 열전 1 .2. 3. - 인간에 대한 탐구와 사례 연구로서의 열전(列傳) 윌슨은 인문학을 '인간에 대한 생물학' 이라는 식으로 정의한 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열전(列傳)은 한 개별적인 생물에 대한 연구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의 독서가 잡독이라는 사실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하지만 나 자신이 그나마 비중있게 보는 것은 역시 인문학과 역사, 사회과학, 철학, 문학 분야에 집중되는데, 그 책들을 대상으로 정의해보자면 역시 그 핵심은 '인간을 다룬, 인간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역시 잡독할 수밖에). 윌슨의 정의를 빌자면 내 주된 연구대상은.. 더보기
만철 :일본제국의 싱크탱크 - 고바야시 히데오 | 임성모 옮김 | 산처럼(2004) 만철 :일본제국의 싱크탱크 - 고바야시 히데오 | 임성모 옮김 | 산처럼(2004) 혹시 "근대화연쇄점"을 기억하시는가? 내가 어렸을 때 "근대화"는 오늘날의 세계화 혹은 지역화처럼 유행어였던 모양이다. 구멍가게보다는 조금 크고 오늘날 우리가 마트 혹은 수퍼마킷이라는 호칭으로 익숙한 잡화점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의 가게들 중에 일종의 체인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근대화연쇄점이라는 구멍가게가 있었다. 굳이 "근대화의 역군"이라든지 하는 우리 주변의 떠들석했던 여러 구호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근대화"는 "반공"과 함께 최고의 이데올로기였다. 근대화가 의도하고자 했던 숨겨진 정서는 아마도 "못 살겠다 갈아보자"와 "갈아봤자 더 못산다"던 이승만 정권 시절의 지긋지긋한 가난, 우리 민족 반만.. 더보기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 아민 말루프 | 김미선 옮김 | 아침이슬(2002)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 아민 말루프 | 김미선 옮김 | 아침이슬(2002)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은 한동안 "내 침상의 책"이었다. 어떤 책들은 책상머리에 정좌하고 앉아서 읽어야 하는 것들이 있고, 어떤 책들은 화장실에서 힘줘가며 읽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화장실에서 책상 사이의 틈새 공간이 내겐 침상이다. 예를 들어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 같은 책들은 책상에 정좌하고 앉아서 읽어야 하는 책이고, "공상비과학대전" 같은 책은 화장실에서 읽으면 좋다. 물론 이런 구분이 책에 대한 가치 평가를 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 순전히 실용적인 의미에서 그렇다는 거다. "계몽의 변증법"의 경우엔 중도에 멈추기도 어렵고, 이것저것 메모도 필요한데 비해서 "공상비과학대전"의.. 더보기
살육과 문명 : 서구의 세계 제패에 기여한 9개의 전투 - 빅터 데이비스 핸슨 | 남경태 옮김 | 푸른숲(2002) 살육과 문명 : 서구의 세계 제패에 기여한 9개의 전투 - 빅터 데이비스 핸슨 | 남경태 옮김 | 푸른숲(2002) ▶ 1975년 베트남 패망으로 사이공이 함락되면서 미 대사관을 통해 국외로 탈출하는 모습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썩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독창적이고 재미난 식견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빅터 데이비스 핸슨"의 책 "살육과 문명 - 서구의 세계 제패에 기여한 9개의 전투"을 읽는 건 그 자체론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으며, 이 책을 누군가에게 집어던져 운 나쁘게 정수리를 찍히거나 혹시 급소에 일침(一鍼)이라고 잘못 맞지 않는한 약간의 상처는 남겠지만 죽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다(책이 두꺼운 관계로 살인무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혹여라도 이것을.. 더보기
비잔티움 제국사 324-1453 | 게오르크 오스트로고르스키 | 김경연 한정숙 옮김 | 까치글방(1999) 비잔티움 제국사 324-1453 | 게오르크 오스트로고르스키 | 김경연 한정숙 옮김 | 까치글방(1999) 천년제국 : 비잔티움 324-1453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역사 공부를 즐기는 편이다. 그간 역사를 공부하면서 내가 깨우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제국은 스스로의 힘을 파악하지 못할 때 가장 강성하고, 경계를 세우는 순간부터 몰락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종말론적인 기독교에서는 종종 천년왕국의 도래를, 불교의 미륵신앙처럼 이야기한다. "천년왕국"은 "신약성서"의 '요한의 묵시록' 제20장에 적힌 문장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후의 심판이 있기 전에 그리스도가 지상에 재림하여 1,000년간 통치한 뒤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해석이다. 신앙으로서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그 '천년'.. 더보기
중국의 붉은 별(상.하) - 에드가 스노우 | 홍수원 옮김 | 두레(1995) 『중국의 붉은 별(상.하)』 - 에드가 스노우 | 홍수원 옮김 | 두레(1995) "에드가 스노우 vs 존 리드, 아그네스 스메들리 vs 님 웨일즈" 이렇게 구도를 만들어 놓고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에드가 스노는 『중국의 붉은 별』, 존 리드는 『세계를 뒤흔든 10일』, 아그네스 스메들리는 『위대한 길 : 한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 님 웨일즈는 『아리랑』을 쓴 작가들이자 저널리스트들이다. 만약 그렇게 살 수만 있었다면 이들을 위한 길 앞잡이 노릇을 하다 만주 벌판 어딘가에서 비적(匪賊)의 납탄을 맞고 죽었어도 나로서는 별로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위와 같은 대비 말고 또 다른 대비를 시도해보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vs 서머셋 몸, 앙드레 말로 vs 마르크 블로크, 잭 런던 vs 조.. 더보기
전쟁의 역사 - 버나드 로 몽고메리 | 승영조 (옮긴이) | 책세상(2004) 『전쟁의 역사』 - 버나드 로 몽고메리 | 승영조 (옮긴이) | 책세상(2004) 개정증보판의 의미 이 책은 지난 1995년 두 권으로 분권되어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된 적이 있다. 나는 구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생이 사학과에 진학하는 바람에 큰 맘 먹고 몇 권의 역사 관련 서적들을 동생에게 넘기면서 그 때 이 책도 함께 넘겼다. 예전에도 한 차례 이 책에 대해 리뷰를 쓴 적이 있었다. 당시엔 너무 짤막하게 썼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어서 이번에 다시 한 번 리뷰를 쓰려고 결심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같은 책에 대해 두 번의 리뷰를 하는 셈이다. 어떤 이는 왜 같은 책을 두 번 사는가? 혹은 출판사에서 무엇 때문에 개정증보판을 내는가?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이때의 개정증보판은 중복출판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더보기
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 박태균 / 책과함께 / 2005년 『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 박태균 / 책과함께 / 2005년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있는 박태균 선생의 책 『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을 읽으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나와야 할 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를 이야기하며 수백 번에 이르는 외침을 이야기하지만, 한국사적으로가 아닌 국제사적으로 의미가 큰 전쟁이라 한다면 고구려와 수의 전쟁, 제1차 조일전쟁이라 할 수 있는 임진왜란,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한국전쟁이다. 현재에 와서는 어느 정도 ‘한국전쟁’이라고 정리되는 듯한데, 사실 한국전쟁만큼 많은 별칭으로 불린 전쟁도 많지 않을 것이다. 동란이나 사변이란 명칭은 어느 정도 관변화된 명칭이라 할 수 있고, 학문적으로 중립적이라 할 수 없기.. 더보기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 석기용 옮김 | 이마고(2003)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 석기용 옮김 | 이마고(2003)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역시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성공적인 수준의 독서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우리는 오랜 군사독재시대를 거쳐왔기 때문인지, 한국전쟁이라는 지긋지긋한 체험으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한 탓인지, 오랜 문치 시대의 문약에 젖은 탓인지 몰라도 군사 문제 혹은 전쟁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향이 있다. 새 사냥꾼들이 꿩을 잡는데는 꿩의 습성을 이용한다고 한다. 꿩은 갑자기 놀라면 머리를 땅에 박고 고개를 들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처럼 자기 시야를 스스로 가림으로써 공포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하는 습성을 이용해 사냥한다는 것이다. 전쟁 혹은 전쟁사에 대한 연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