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사인 - 늦가을 늦가을 - 김사인 그 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스산한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고무신을 옮겨보는 것 적막천지 한밤중에 깨어 앉아 그 여자 머리를 감네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흐른 불 아래 제 손만 가만가만 만져보네 * 요즘 시인들은 왜 달에 대한 멋진 시 하나 토해내지 않는 건지. 제가 가장 마지막에 주목했던 소설가는 "마루야마 겐지"였습니다. 이 말은 최근엔 소설을 읽지 않는 제 현실의 문제이죠. 어쨌거나 그의 소설 는 참 특이한 소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설을 읽고 난 뒤 낡은 오.. 더보기 김사인 - 지상의 방 한칸 지상의 방 한칸 - 김사인 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 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 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 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 지붕이 없는 곳에서 잠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시의 절절함이 누구보다 더 가슴가득히 들어차리란 생각이 듭니다. 며칠 후면 남이 누울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