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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김사인 - 지상의 방 한칸

지상의 방 한칸

- 김사인

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 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 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 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

지붕이 없는 곳에서 잠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시의 절절함이 누구보다 더 가슴가득히 들어차리란 생각이 듭니다.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에 한쪽 머리를 대고 누었을 시인은 아버지로, 남편으로 아내의 등에 가만히 얼굴을 대봅니다. 잠이 올리 없겠죠.
겨울이 되면 늘상 들려오던 불우 이웃 돕기 이야기도 올해는 선거와 맞물리고 수재와 맞물리면서 목소리 한 번 높이기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불우하다는 말....어쩐지 동정같아서 싫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엔 동정이라도 잔뜩 받고 싶어진답니다.
오늘 지상의 거처할 방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이웃에게 잠시 마음 한 자락 덮혀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