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안에 사람이 산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함순례 - 벽 안에 사람이 산다 벽 안에 사람이 산다 - 함순례 도배 새로 하면서 감쪽같이 그를 봉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고요를 흔들고 가는 그가 슬쩍 귀찮았던 것인데 옥상 난간엘 두 번씩이나 오르내린 사춘기 아들 쓸어안고 먹장처럼 깜깜한 날 벽지 한 장의 긴장을 뚫고 또 그가 왔다 꽃무늬 가면을 쓰고 저리 또렷한 소릴 내다니! 굵고 지긋하신 목소리가 내 안의 둥그런 물관 같은 피붙이, 어린 슬픔을 파고들어서 얼굴 없는 그를 아득히 올려본다 매번 차임벨로 노크를 하고 헛기침 두어 번으로 가다듬지만 밤잠 설친 듯 목소리 탁할 때 있는 걸 보면 그에게도 거둬야 할 식솔들이 있으리라 그러고 보면 나는 딴살림 휘파람 불며 스쳐가도 그만인 내 눅진한 살림의 안쪽으로 줄기차게 말을 건네는 저 지극함은 무언가 딴살림 챙기며 늙어가는 그의 본색..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