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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아리엘 도르프만 - 둘 곱하기 둘 둘 곱하기 둘 -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동지여, 감방에서 그 방까지 몇 걸음 걸리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오. 스무 걸음이라면 화장실로 그대를 데려가는 게 아니라오. 마흔다섯 걸음이라면 운동하라고 그대를 데리고 나가는 건 절대 아니라오. 여든 걸음을 세고 나서 장님처럼 고꾸라지듯이 층계를 오르기 시작하면 오, 여든 걸음이 넘는다면 오직 한 군데가 있을 뿐이오 그들이 그대를 끌고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한 군데가 있을 뿐이오 오직 한 군데가 있을 뿐이오 그들이 그대를 끌고 갈 수 있는 곳은 이제는 오직 한 군데밖에 없다오 출처 : 아리엘 도르프만, 이종숙 옮김, 『싼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 창작과비평사, 1998. * 내 주변엔 감옥에 다녀온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러다보니 주변 .. 더보기
삶에 감사하며(Gracias a la vida) 삶에 감사하며(Gracias a la vida)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눈을 뜨면 흑과 백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는 두 샛별을 주었고, 높은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내 사랑하는 이를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밤과 낮에 귀뚜라미와 카나리아 소리를 들려주었고, 망치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내 가장 사랑하는 이의 그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새겨 넣을 수 있도록 커다란 귀도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가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소리와 언어, 문자를 주었고, 어머니와 친구, 형제들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가 걸어갈 영혼의 길을 밝혀줄 빛도 주었습니다. 내게 이토..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 - 마음 아픈 낮 마음 아픈 낮 - 파블로 네루다 헤아릴 수 없는 수난과 잿빛 꿈을 가진 창백한 겉옷을 입는다. 틀림없는 수행원. 혼자서 살아가는 쇠의 바람, 배고픔이라는 옷을 입은 하인. 나무 밑의 시원함 속에서, 꽃들에게 자신의 건강을 전해주는 태양의 정수 속에서, 황금 같은 내 피부에 쾌락이 찾아오면, 호랑이의 발을 가진 산호 유령인 당신, 장례의 시간, 불타는 결합인 당신, 내가 사는 이 땅을 정탐한다, 약간은 떨고 있는 당신의 달빛 槍을 가지고. 그 어느 날이건 텅 빈 정오가 지나가는 창문은 날개에 풍성한 바람을 갖게 되는 법. 광풍은 옷을 부풀리고 꿈은 모자를 부풀리고, 절정에 달한 벌 한 마리 쉬지 않고 타오른다. 그런데, 그 어떤 예기치 못한 발자국이 길을 삐걱대게 할까? 음산한 역의 저 증기는, 해맑은 저..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 -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문학과지성사/ 2000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파블로 네루다 지음, 고혜선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0년 "여명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한 우리는 찬란한 도시로 입성할 것이다." -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파블로 네루다가 인용하며 말한 랭보의 시구 파블로 네루다. 시인을 추억하는 방법은 많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그 시인의 시를 마음에 품는 것이다. 내년(2004년)이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나간 것이 지난 1973년이었으므로 오래되었다면 약간 오래되었고, 최근의 시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최근에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이 된다. 그러나 그가 언제 태어났건, 그가 언제 죽었건 간에 그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그가 영원한 청춘의 시인이었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그의 시를 마음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