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선생 Kanzo Sensei, 1998
- 감독 : 이와무라 쇼헤이
- 배우 : 이모토 아키라(간장 선생 아카키)
* 소노코 : 아소 구미코
* 우메모토 : 카라 주로
* 토리우미 : 세라 마사노리
* 피터 : 갬블린 자끄
* 토미코 : 마스자카 게이코
먼저 밝혀둘 것은 이와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는 유일하게 이 한 편을 보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이와무라 쇼헤이란 감독에 대해 나는 신뢰할 수 있는 감독이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모토 아키라'라는 배우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데 있다. 이와무라 쇼헤이 감독보다는 오히려 주연배우인 '이모토 아키라'를 보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였다.
이코토 아키라는 이 영화말고도 국내에서 소개된 영화로 '으랏차차 스모부'라는 영화에서 일본의 국기인 스모를 사랑하는 교수로 나온다. 무엇보다 나는 이 배우의 나레이션을 좋아한다. '으랏차차 스모부'에서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감독인 장 콕토가 스모를 예찬하는 시를 이코토 아키라의 음성으로 낭송해주는 대목이 있는데 나는 이 부분을 몇 차례나 리와인딩해서 듣곤 했을 정도였다. 일본 영화를 볼 때,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보다 일본 영화니까.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지 일본영화니까 라는 대목에서 몇 발짝 더 나가고 나면 할 말이 없다. 그래, 일본영화니까, 일본인 시각에서 다루는 것은 당연한 거고, 배경이 일본이니까 일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얼마전 한국의 모 에로 배우가 일본에서 포르노 영화에 출연했는데 한복을 입고 나왔다고 떠들석한 적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좀 초연해질 때도 된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 에로 배우가 무슨 국가대표도 아닌데, 한 개인에게 국가가 너무 많은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고 있는 동안엔 우리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군국주의의 망령이 아직도 배회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의 문제에 대해 야단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우파적 민족주의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무신론자와 유일신론자가 서로를 설득하려드는 방식과 마찬가지 방식이기 때문이다.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무리 설득한들 설득될리 없기 때문이다.
예를 좀 이상한 것을 들었는데 한일양국의 문제는 오히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의 문제보다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까 한다. 일본의 양심적인 인사들과는 연대하고, 일본의 젊은이들에게는 한일 양국의 역사에서 서로의 교과서가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결국 일본 정부의 현재 뿌리는 청산되지 않은 과거 군국주의자들이 군복만 바꿔 입어 생긴 결과이고, 우리 역시 분단 이후 남한 사회 내에서 일본의 잔재를 뿌리 뽑지 못한 채 면면이 계승해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간장 선생은 그저 평범한 의사였다. 때로는 돌팔이의 오해를 받으면서도 그는 전쟁과 간염이라는 질병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탐구해 갔다. 결국 그는 간염을 통해 국민의 생활이 전쟁으로 인해, 국민의 목숨이 일본의 군국주의로 인해 위협받는다는다는 사실에 이르게 된다. 만약 전쟁 전의 일본의 지식인들과 일반 국민들이 이런 상식, 전쟁과 타민족의 식민 지배를 통해서는 결국 그들도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쳤다면 일본으로서도 우리 민족으로서도 그런 불행한 결과들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간장 선생이 아들의 죽음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행동하게 되는 계기에 이르게 되는 것처럼 역사의 수레바퀴는 늘 피를 묻히며 진행된다.
일본의 근대성을 묻는다.
일본은 과연 전근대를 벗어났는가?
거의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러하듯이 일본의 근대성 역시 기형적인 것이다. 최근 일본 파산설의 근저를 파고 들어가보면 결국 우리 못지 않게 일본이란 사회의 전근대성을 발견하게 된다. 정치인은 자신의 지역을 위해 국가 예산을 할당받고자 하고 그 돈으로 도산위기의 지역의 기업을 지원한다. 파산했어야 할 기업은 그렇게 해서 살아남고, 기업은 다시 정치자금을 정치인에게 헌납한다. 일본의 시민들은 풀뿌리 지역자치 운동에만 치중할 뿐. 일본이란 커다란 국가에 대해서는 저마다 나몰라라 하고, 그럴 힘도 의지도 없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므로 정치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그나마 조직력이 있는 일본의 우파는 숫적으로는 소수이면서도 정치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형적인 상황들이 반복된다.
분명 간장선생은 좋은 영화이긴 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에서 간장 선생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너무 멀고 지난할 뿐만 아니라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깨달음이 지나치게 개인적이란데 있다. 일본의 개인주의는 완성되었을지 모른다. 하긴 그것은 오히려 일본의 오랜 전통 중 하나이다. 그러나 간장 선생의 깨달음은 그저 개인의 것일 뿐. 사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를 보면서 한일양국이 가야할 길이 아직 너무나 멀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와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들을 차례차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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