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Heaven>
감독 / 마지드 마지디
출연 /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쉬마인), 자라(바하레 세디키)
간혹 "세상살이가 다 비슷하다"는 말엔 인생의 고단함을 위무받고자 하는 이의 간절한 소망이 묻어있기 마련이다. 그렇다. 세상살이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혹시 비디오 가게에 가서 이 비디오 테잎을 발견하고 들었다 났다 하며 그냥 골치 아픈 데 액션 영화나 한 편 때리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지 말고 이 영화를 한 번 보도록 권하고 싶다. 거기엔 아주 먼 곳에 살고 있는 알리와 자라, 오누이가 있고 나와 당신의 어린 시절이 있고, 이제는 운동화가 떨어지기 전에 쓰레기통에 버리는 부유함 속에 잊혀져 버린 우리들이 있다.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쉬마인)는 몸이 아픈 엄마의 심부름으로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금방 수선한 여동생 자라(바하레 세디키)의 신발을 잃어버린다. 집에 새 신발을 살 여유가 없다는 생각과 무서운 아빠에게 혼날 걱정에 알리는 자라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당장 내일 신고 갈 신발이 없는 자라는 눈물을 글썽이는데... 결국 신발 찾기를 포기한 알리는 동생 자라와 한가지 묘안을 떠올린다. 오전반인 자라가 알리의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다녀오면 오후반인 알리가 그 신발을 갈아 신고 학교에 가기로 어린 남매 사이의 비밀스러운 협정이 맺어진다. 하지만 그 일은 생각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한편, 자라는 전교생이 모인 학교 운동장에서 자신의 신발을 신고 있는 다른 소녀를 발견한다. 자라는 오빠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 소녀의 집까지 뒤를 밟지만 그 소녀의 아버지가 앞을 못보는 장애인인 것을 보자 단념하고 돌아선다. 며칠 후, 알리는 3등상에 새 운동화가 상품으로 걸려있는 어린이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대회에 참가한다. 동생에게 꼭 3등상을 받아서 운동화를 선물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나선 마라톤 대회. 오로지 3등상을 위해 안간힘을 다해 달리는 알리. 과연 알리는 3등을 해서 새 운동화를 탈 수 있을까?
사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개봉되고 비디오 출시된 것은 올해의 일이지만 우리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영화였다. 국내에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영화드링 일부 매니아 게층에만 호평을 받고 대중적인 호응은 받지 못한 데 반해서 이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비교적 흥행에도 성공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에 비해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논할 수는 없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의 아름다움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인 <자전거도둑>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실제 영화 속에 보면 알리와 알리의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부유층이 사는 거주지역의 정원사 노릇을 해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계속 허탕을 치다가 알리의 아버지는 한 집에서 정원사 일을 해주고 거금을 건네 받는다. 그러나 그런 행운도 잠시 알리의 아버지가 모는 자전거의 브레이크가 고장나 이들은 가로수를 들이받는다.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 과연 천국일까? 운동화 한 켤레가 없어서 오누이가 번갈아가며 신을 갈아 신어야 하는 가난이 넘쳐나는 이곳이 과연 천국이고 이 아이들은 천국의 행복한 아이들일 수 있을까? 나는 이 영화가 어쩌면 이슬람 선전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헐리우드 영화들에 나오는 그 괴기스러운 이슬람 전사들(테러리스트)의 모습만 신물나게 보아온 우리들에게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네들 사는 모습 역시 우리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선전효과는 미흡한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극장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이 영화를 보았다는 미국인들이 지금은 저 높은 하늘에 신처럼 군림하고 앉아 알리와 자라가 뛰어가던 그 골목길에 거대한 폭탄들을 떨구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쩌면 그는 이미 미국이 마음 먹었을 때 죽었던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오사마 빈 라덴은 죽은 것일까? 노예와 자유민의 차이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그 선택할 권리의 유무에 달려 있다. 미국인들이 수만킬로 떨어진 이국의 아이들에게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서게 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미국이 계속 그런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동안엔 절대로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엇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정말 저 아이에게 신발 하나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절해진다.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기에 선생님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는 알리의 커다란 눈망울과 오빠를 야단맞게 하고 싶지 않아 불편함을 감수하는 동생 자라. 자신의 신발을 찾았지만 눈먼 맹인의 딸임을 알고 그냥 참는 그 아이 자라의 얼굴을 보면서....
언젠가 그 어느 골목에서 자랐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감독 / 마지드 마지디
출연 /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쉬마인), 자라(바하레 세디키)
간혹 "세상살이가 다 비슷하다"는 말엔 인생의 고단함을 위무받고자 하는 이의 간절한 소망이 묻어있기 마련이다. 그렇다. 세상살이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혹시 비디오 가게에 가서 이 비디오 테잎을 발견하고 들었다 났다 하며 그냥 골치 아픈 데 액션 영화나 한 편 때리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지 말고 이 영화를 한 번 보도록 권하고 싶다. 거기엔 아주 먼 곳에 살고 있는 알리와 자라, 오누이가 있고 나와 당신의 어린 시절이 있고, 이제는 운동화가 떨어지기 전에 쓰레기통에 버리는 부유함 속에 잊혀져 버린 우리들이 있다.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쉬마인)는 몸이 아픈 엄마의 심부름으로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금방 수선한 여동생 자라(바하레 세디키)의 신발을 잃어버린다. 집에 새 신발을 살 여유가 없다는 생각과 무서운 아빠에게 혼날 걱정에 알리는 자라에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당장 내일 신고 갈 신발이 없는 자라는 눈물을 글썽이는데... 결국 신발 찾기를 포기한 알리는 동생 자라와 한가지 묘안을 떠올린다. 오전반인 자라가 알리의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다녀오면 오후반인 알리가 그 신발을 갈아 신고 학교에 가기로 어린 남매 사이의 비밀스러운 협정이 맺어진다. 하지만 그 일은 생각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한편, 자라는 전교생이 모인 학교 운동장에서 자신의 신발을 신고 있는 다른 소녀를 발견한다. 자라는 오빠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 소녀의 집까지 뒤를 밟지만 그 소녀의 아버지가 앞을 못보는 장애인인 것을 보자 단념하고 돌아선다. 며칠 후, 알리는 3등상에 새 운동화가 상품으로 걸려있는 어린이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대회에 참가한다. 동생에게 꼭 3등상을 받아서 운동화를 선물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나선 마라톤 대회. 오로지 3등상을 위해 안간힘을 다해 달리는 알리. 과연 알리는 3등을 해서 새 운동화를 탈 수 있을까?
사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개봉되고 비디오 출시된 것은 올해의 일이지만 우리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영화였다. 국내에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영화드링 일부 매니아 게층에만 호평을 받고 대중적인 호응은 받지 못한 데 반해서 이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비교적 흥행에도 성공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에 비해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논할 수는 없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의 아름다움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인 <자전거도둑>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실제 영화 속에 보면 알리와 알리의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부유층이 사는 거주지역의 정원사 노릇을 해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계속 허탕을 치다가 알리의 아버지는 한 집에서 정원사 일을 해주고 거금을 건네 받는다. 그러나 그런 행운도 잠시 알리의 아버지가 모는 자전거의 브레이크가 고장나 이들은 가로수를 들이받는다.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 과연 천국일까? 운동화 한 켤레가 없어서 오누이가 번갈아가며 신을 갈아 신어야 하는 가난이 넘쳐나는 이곳이 과연 천국이고 이 아이들은 천국의 행복한 아이들일 수 있을까? 나는 이 영화가 어쩌면 이슬람 선전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헐리우드 영화들에 나오는 그 괴기스러운 이슬람 전사들(테러리스트)의 모습만 신물나게 보아온 우리들에게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네들 사는 모습 역시 우리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선전효과는 미흡한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극장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이 영화를 보았다는 미국인들이 지금은 저 높은 하늘에 신처럼 군림하고 앉아 알리와 자라가 뛰어가던 그 골목길에 거대한 폭탄들을 떨구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쩌면 그는 이미 미국이 마음 먹었을 때 죽었던 인물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오사마 빈 라덴은 죽은 것일까? 노예와 자유민의 차이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그 선택할 권리의 유무에 달려 있다. 미국인들이 수만킬로 떨어진 이국의 아이들에게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서게 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미국이 계속 그런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동안엔 절대로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엇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정말 저 아이에게 신발 하나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절해진다.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기에 선생님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는 알리의 커다란 눈망울과 오빠를 야단맞게 하고 싶지 않아 불편함을 감수하는 동생 자라. 자신의 신발을 찾았지만 눈먼 맹인의 딸임을 알고 그냥 참는 그 아이 자라의 얼굴을 보면서....
언젠가 그 어느 골목에서 자랐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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