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여 나의 목을 간질여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난 가겠소 나는 가겠소 저 언덕 위로 넘어가겠소
여행 도중에 처녀 만나 본다면 난 살겠소 같이 살겠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오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렸을 적 대학 다니던 삼촌이 사들였던 LP중에는 한대수가 가방을 어깨에 짊어매고 초가집이 있는 시골 밭두렁길을 걸어가는 사진으로 장식된 그의 1집 앨범 <멀고먼-길>이 있었다. 구닥다리 턴테이블이었지만 LP음반을 통해 처음 접했던 한대수의 음악은 어린 마음에도 충격이었다. 그 무렵 나는 송창식의 최대히트곡 중 하나인 <피리부는 사나이>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뛰노는 어린아이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송창식이 향군법 위반 혐의로 끌려가면서(그때의 충격으로 나는 민방위비상소집도 열심히 나간다) 뭐 다른 노래 들을 만한 것이 없나 삼촌의 LP창고를 뒤적이다 발견한 것이 한대수의 <멀고먼-길>이었다.
출처: 월간사진 http://www.monthlyphoto.com
개인적으로 한국 포크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뮤지션 세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송창식, 한대수, 김민기라고 생각하는데, 언급한 순서는 사실 내가 그들을 처음 만난 순서이기도 하다. 시인에 빗대어 하는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송창식이 서정주에 가깝다면, 한대수는 김수영, 김민기는 신동엽의 흐름과 근사치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송창식은 번안곡으로 시작해 트로트와 국악을 그의 음악에 접맥했다면, 한대수는 밥 딜런류의 사실적인 포크에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했고, 김민기는 서구적 포크의 전통을 한국적 현실에 맞춰 계승한 인물들이다. 이들 세 사람은 포크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싱어송라이터의 개념에 부합하는 인물들이기도 했다.
박광현 감독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배우 강혜정은 약간 모자라지만 때묻지 않은 동막골의 순수를 머리에 꽂은 꽃으로 표현한다. 동막골은 민족이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한국전쟁의 이념도, 정치도 사라진 가상의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유토피아로 상징된다. 그런 '동막골'에 불쑥 난입하게 된 전사들은 서서히 이들의 순수에 감화된다. 인민군 하사관 장영희(임하룡)의 명대사 "내레 꽃 꽂았습니다"는 이념과 정치, 증오와 분노를 넘어 사랑과 평화, 자연과 신비로의 전이를 의미한다. 정치적으로 적녹색맹인 수구보수세력들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 친북의 색채를 읽었지만 이 영화는 서구의 1960년대 히피문화를 연상케하는 매우 복고적인 영화였다.
1960년대말 미국은 '꽃을 든 아이들(flower children)'이란 히피들을 중심을 기존의 제도정치와 문화에 도전하는 청년문화가 출현했고, 그 한 가운데 있었던 것이 포크음악과 사이키델릭 록음악이었다. 미국의 문화적 영향력 속에 갇혀있던 한국사회에도 자연스럽게 이들의 문화가 흘러들기 시작했다. 명분없는 베트남전쟁에 반대했던 당시의 청년들은 '반전, 평화, 사랑'을 구호로 1969년 8월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열었고, 3일간 치러진 이 행사에는 50만명의 청년들이 모여 자유롭게 사랑을 나누고, 마리화나를 피웠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에는 조니 미첼, 크로스비. 스틸. 내시&영, 지미 헨드릭스, 제퍼슨 에어플레인, 산타나 등 당대 최고의 포크와 록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미국으로부터 유입된 포크문화는 1968년 <트윈폴리오>에 의해 번안곡 형태로 반영되었다. 본래 <트윈폴리오>는 송창식, 윤형주, 이익근 트리오로 구성되었으나 이익근이 군에 입대해야 하는 바람에 송창식, 윤형주만의 '트윈'으로 출발했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은 한국 포크의 트로이카를 이루었지만, 이들이 노래했던 포크 음악가 히트곡들은 주로 번안곡 위주로 구성되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단 한 장의 데뷔음반을 끝으로 해산한 <트윈폴리오>에서 이후 솔로로 독립하여 본격적인 포크음악을 시작한 송창식과 함께 한국에서 본격적인 포크음악의 출발, 한국적인 포크음악을 시작한 사람이 누구냐라고 물을 때 우리가 먼저 떠올려야 할 사람은 '한대수'다.
한대수는 선교사였던 할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미국인 새어머니와 함께 살던 십대 시절엔 불량써클에도 가입하는 등 말썽장이이기도 했다. 사진가를 꿈꾸었던 그는 뉴욕의 사진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하면서 밥 딜런, 도노반 등의 포크 음악에 깊이 매료되었다. 귀국 후에는 한국 청년문화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서린동의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노래를 했는데 이것이 인연이 되어 TBC의 <쇼쇼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장발의 히피 청년이었다. <트윈폴리오>의 부드러운 포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한대수의 노래는 쉽게 이해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의 노래에 감동한 두 명의 여성 팬이 자청해 한대수의 콘서트를 열어주었는데 1969년 9월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열린 그의 공연은 한국 포크 음악의 진정한 시작을 알렸다.
그의 뒤를 이어 서유석, 양병집, 김민기 등이 출현했다. 그러나 파격적인 한대수의 풍모와 행동, 세태 풍자적인 노래들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히피문화와 포크를 미국의 저질문화로 생각한 일부 사람들은 한대수에게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한대수의 1집에 실린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물 좀 주소>는 물고문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군사정권은 '물'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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