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교육학 /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교육문화연구회 옮김 / 아침이슬 / 2002년 9월
희망을 말하는 것이 두려운 시절입니다. 거짓된 희망보다는 진실한 절망에서 출발하자고 스스로 되뇔 때마다 과연 나의 절망은 희망보다 진실한지 반문해봅니다. 아시아의 희망,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범적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살아가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우리는 민주화 10년의 경험과 자존심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남보다 더 잘 먹고 잘 살자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논리 앞에서 공동체적 이상과 양심은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과거 우리는 광야에서 신을 발견했지만 신을 죽였고, 계몽을 통해 이성을 깨우쳤지만 근대를 거치며 이성을 불신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역사가 우리를 심판하리라 했지만 역사의 발전은 더 이상 없다며 진보의 시계를 멈춰버렸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바깥을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신념체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류에게 ‘오늘’이 아닌 보다 나은 ‘내일’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모럴(moral)이 사라졌다는 것, 저는 그것이 당장의 경제위기보다 더 큰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 때마다 남몰래 펼쳐보게 되는 책이 파울로 프레이리의 『희망의 교육학』입니다. 프레이리 말년의 저작인 이 책은 그가 평생 민중교육자로 살아오면서 체험하고 느낀 성찰을 담은 수필집입니다. 그는 ‘피억압자의 해방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해방을 추구하는 존재로써, 해방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함으로써 쟁취’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비판적 인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한줌의 희망’이라 말합니다. “민중이 자신의 언어로 억압자의 세계와 다른 차원의 세계를 상상하도록 하는 것!”
출처 : <책읽는 경향> 파울로 프레이리 - 희망의 교육학 <경향신문>(2008.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