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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WORK

한 글쟁이가 가고 새 글쟁이가 왔다 - 신순옥, 남편의 서가 한 글쟁이가 가고 새 글쟁이가 왔다 /신순옥 지음/북바이북 펴냄 [302호] 2013년 06월 24일 (월) 10:22:26 전성원 ( 편집장) 신간 서평을 하면서 출판평론가 최성일과 나의 인연을 펼쳐놓는 것은 남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와 내가 호형호제한 일도 없거니와 두 사람이 만난 것도 어른이 된 뒤의 일이며, 우리는 그야말로 일로 만난 사이였기 때문이다. 살면서 뒤돌아보니 새삼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울해지는 날이 꽤 많았다. 오래된 고향 친구, 같이 학교에 다닌 친구들이 없지는 않으나 1980년대 내가 만났던 책들과의 인연이 그러했듯 시대가 험난했던 탓에 서로 소식을 주고받지 못하여 저절로 스러진 인연들이 있었고, 사랑에 굶주렸던 탓에 우정으로 만나 .. 더보기
아버지의 역사는 무엇입니까 - 고경태, 대한국민 현대사 아버지의 역사는 무엇입니까 [301호] 2013년 06월 14일 (금) 23:46:57 전성원 ( 편집장) 2012년 8월 내 나이 마흔셋에 처음으로 단독 저서()를 썼다. 그 책을 펴내기 전에도 나는 글쟁이였고, 편집자였고 공저자였지만 그냥 아는 사람들만 아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 책을 낸 뒤라 해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나마 내가 쓴 책 한 권 있다는 점이 남들에게 나란 사람을 다르게 볼 이유가 된다는 것을 20여 년 가까이 책을 만들며 사는 동안에는 미처 실감하지 못했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게도 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이 책이 지닌 뜻 깊은 속이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는다. ‘아버지의 스크랩으로 본 현대사 1959~1992’라는 설명까지.. 더보기
김혜린의 『테르미도르』: 공화국이 위기에 처했다. 민중이여, 일어나라! "공화국이 위기에 처했다. 민중이여, 일어나라!" - 김혜린의 『테르미도르』 세 가지 색(블루, 화이트, 레드)과 줄르, 유제니, 알릐느 김혜린의 『테르미도르』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순정만화 전문잡지 를 통해 발표되었던 만화를 다시 엮은 복간본 만화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예술 장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만화만큼 성별분업(性別分業)이 확실한 장르도 드문 편입니다. 순정만화란 카테고리는 그 자체로 여성들만 보는 작품이란 뜻으로 받아들여지니까요. ‘앤서니와 테리우스’로 표상되는 순정만화 특유의 캐릭터들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순정만화란 호명 속에는 여류 시인이란 호명이 지닌 문제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김혜린의 『테르미도르』는 순정만화라고 하기보다는 작품의 주제나 소재 면에서.. 더보기
스베냐 플라스푈러의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그래서 야근한다!" [프레시안 books]스베냐 플라스푈러의 '노동'을 '섹스'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스베냐 플라스푈러(Svenja Flasspöhler)의 (장혜경 옮김, 로도스 펴냄)는 현대사회의 노동이 더 이상 먹고살기 위해 의무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즐기거나 즐길 수 있는 모든 향락을 압도하는 노동으로 새롭게 위치되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막스 베버로부터 한병철의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에 이르는 여러 문헌들을 인용해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방출장 중에도 틈만 나면 이 책을 꺼내 읽으며, 나 자신이 저자가 말하는 향락 노동자가 아닌지 고민하는 한편 저자가 펼쳐놓은 다채로운 지식의 향연, 다른 말로 촘촘한 요설(饒舌)들을 .. 더보기
대체 일본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단 말인가 - 『왕도의 개』 1~4(완결) | 야스히코 요시카즈 『왕도의 개』 1~4(완결) | 야스히코 요시카즈 (지은이) | 미우(대원씨아이) | 2012 대체 일본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단 말인가 일본을 가리켜 우리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릅니다. 한일 양국의 역사는 상고시대(上古時代)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지만, 해방 68년, 한일국교 정상화 48년이 지나도록 양국은 아직도 과거사를 둘러싼 불신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우경화와 맞물린 잇따른 망언으로 그간 양국이 쌓아왔던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 시민사회의 일반적인 역사 인식은 아니며 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되었던 오키나와 사람들은 이런 움직임에 우려를 표.. 더보기
<인천교사신문>(119호) - "바람의 검심"으로 본 동아시아의 근대화 바람의 검심 1~28(완결) - 와츠키 노부히로 지음 / 서울문화사(만화) 올해 초(2013년 1월) 개봉된 영화 은 만화가 와츠키 노부히로(和月伸宏)가 지난 1993년 일본 만화잡지 《소년 점프》에 처음 발표하여 1999년쯤인가에 전 28권으로 완결된 동명의 만화를 실사 영화로 제작한 것입니다. 일본 만화는 먼저 잡지에 연재를 시작한 뒤 그것을 단행본 시리즈로 출간하고,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면 이것을 다시 OVA(Original Video Animation)으로 제작하는 방식인데, OVA는 대체로 공중파나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 방송국 등을 통해 방영된 뒤 DVD로 제작됩니다. 이것이 흥행에 성공하면 일종의 외전(外傳)이랄 수 있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거나 처럼 실사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을 거.. 더보기
담뱃값 인상은 금연을 위한 효과적 수단인가, 증세를 위한 손쉬운 수단인가? 담뱃값 인상은 금연을 위한 효과적 수단인가, 증세를 위한 손쉬운 수단인가? - 흡연세 그 다음은 비만세? 몇 해 전 흡연권도 보장하라는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흡연자들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자신을 파괴할 권리는 있을지 몰라도, 타인까지 파괴할 권리는 없다는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리에 따르면 한낱 부질없는 소리이다. 제 아무리 담배를 예찬하는 사람도 새로 담배를 배우려는 사람, 제 자식에게는 담배를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담배가 사회적 해악이란 건 충분히 증명될 수 있다. 그와 같은 이유에서 지난 2004년 8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을 통해 공중시설 내 흡연을 제한하도록 한 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전 세계 담배회사들이 생산하는 담배는 연간 5조 5천억 개비에 이르.. 더보기
바다로 흘러든 '후쿠시마 재앙', 당신은 피해자 아닌 공범! 바다로 흘러든 '후쿠시마 재앙', 당신은 피해자 아닌 공범!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후쿠시마 인근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는 1, 2, 3호기 연료봉이 노심에 삽입되어 있었는데, 지진으로 인해 발전은 중지되었다. 대략 45분쯤 후 쓰나미가 핵발전소를 덮쳤고, 비상용 디젤 발전기를 포함한 모든 외부전력이 끊어졌다. 지진 발생 5시간 만인 오후 7시 반 1호기의 연료봉 손상이 시작되었고, 오후 9시부터 원자로 내부 온도는 연료봉이 녹는 온도인 2800도에 이르렀다. 다음날 새벽 6시 연료봉이 녹아내려 원자로 압력용기에 고였고, 결국 압력 용기에 구멍이 뚫리면서 방사능이 외부에 유출되기 시작했다. 지진 발생 16시간만의 노심용융(meltdown)으로 후쿠시마는 1986.. 더보기
삼촌이 말했지, 전공투를 보라고 삼촌이 말했지, 전공투를 보라고/퍼트리샤 스테인호프 지음/임정은 옮김/교양인 펴냄 1988년의 어느 날 고3 수험생이던 나는 삼촌과 마주 앉아 앞으로 어떤 대학, 무슨 학과를 지원할지 인생 상담을 했다. 말이 인생 상담이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숙부모들이 양육을 책임진 상황이라서 진로를 결정하는 대화를 나눈 셈이다. 그러나 나는 직전 해였던 1987년 고등학생 운동에 참여한 뒤로 대학 말고 다른 곳에 뜻이 있었기 때문에 삼촌을 실망시키는 말만 계속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은커녕 대학에 갈 만한 성적도 아니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저 멀리 남도 땅의 전남대나 조선대에 가고 싶다고 했다. 굳이 그곳을 이야기했던 건 오월대(전남대 투쟁조직)와 녹두대(조선대 투쟁조직) 때문이었다. .. 더보기
“마오 주석 만세” 낯설지 않은 외침 “마오 주석 만세” 낯설지 않은 외침 - /리쿤우·필리프 오티에 지음/한선예 옮김/아름드리미디어 펴냄 내게는 중국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두 가지 있다.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한 시민단체를 취재하다 우연히 한 선배를 만났는데 1989년 중국의 톈안먼 사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선배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중국공산당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어쩔 수 없지 않았느냐고 했다. 한마디로 시위 군중들이 우경화되었으므로 체제 수호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와 할 이야기가 없었다. 다른 하나는 2007년의 일이다. 중국 광저우에 갔다가 쑨원(孫文)을 기리는 중산기념당에 들렀다. 기념품 가게에는 여느 관광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물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유일하게 붉은색 비닐 장정의 책 한 권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