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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WORK

좀 더 작고, 좀 더 직접적이며, 좀 더 일상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 계간 <리뷰인천> 좀 더 작고, 좀 더 직접적이며, 좀 더 일상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문화정책을 비롯해 문화의 다양한 의미체계를 연구하는 문화연구자이지만 공공미술 영역은 미술 전문가들이 논해야 할 분야인 것 같아 공연히 주눅부터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공공미술이란 말 자체가 ‘Public(공공의)’과 ‘Art(미술)’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란 점에서 미술이 아닌 공공성에 강조점을 두고 살펴본다면 논의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미술에 대해 논의하기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공공미술에 대한 명확한 개념 설정 없이 대형건축물이나 공공장소에 으레 놓이기 마련인 환경조형물이나 거대한 미술장식품으로 혼동되어 버린 현실에 있다.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전시장과 미술관에 갇혀있던 예술작품들이 거리.. 더보기
1%의 귀족을 위한 '이런 나라' - <경향신문>(2009. 3. 30.) 1%의 귀족을 위한 '이런 나라'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도 일본 닌텐도처럼 창의성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말했다는데 일본의 튼튼한 문화적 인프라에 기초한 이러한 제품을 건물 짓듯 단기간 내에 만들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애니메이션 중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며, 영화 의 원형으로도 평가받는 작품이 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웃는 남자(스마일맨)’ 같은 캐릭터 설정만 살펴보더라도 깊이 있는 인문학적 토대 위에 세워진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웃는 남자는 얼마 전 구속된 미네르바처럼 사이버세계 속에서 가면을 쓰고 기업의 잘못된 이윤추구와 이를 비호하는 권력에 도전했다가 정보기관에 추적당하는 인물이었다. 지난 촛불시위에서 사람들이 영화 의 가이 .. 더보기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위기와 녹색희망 - <환경과생명>2009년 봄호(통권 59호)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위기와 녹색희망 『지구화, 되돌아보기와 넘어서기』, 조명래 지음, 환경과생명, 2009 위기의 진화((鎭火)? 더 큰 위기로의 진화(進化) 1929년 미국의 증시 폭락으로 시작된 경제대공황은 인류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 균형이 유지할 것이라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는 정부(공동체)가 경계를 정해 확실히 통제하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탐욕으로 인해 무력화되고 자기 파괴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경제대공황 같은 세계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 초국가적인 대책이 아닌 개별 국가단위의 생존자구책은 도리어 위기를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세계는 전승국을 중심으로 국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수정자본주의(케인스주.. 더보기
대한민국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경향신문>(2009.02.09.) 대한민국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아카데미 영화제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젊어지고 싶다는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기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충고가 담겨 있다고 한다. 80세의 노인으로 태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젊어지는 주인공 벤자민 버튼처럼 지난해 건국 60주년을 맞이했던 대한민국의 시간도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이제 며칠 후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인데 그 사이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대통령 취임 보름 전에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탔다. 대통령인수위는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란 비판 속에 영어몰입교육과 ‘어륀지’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취임 직.. 더보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체 - <경향신문>(2009.01.08.)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체 신문을 펼쳐보니 새해 벽두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순으로 살벌한 기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대중문화의 복고열풍이 거센 탓인지 신문마다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기사들이 줄지어 실려 있다. 그중 하나가 90년대만 하더라도 자신의 소신대로 수사하는 강직한 검사 이미지로 존경받아왔던 임채진 검찰총장의 발언이다. 얼마 전 그는 검찰의 ‘신년 다짐회’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는 세력을 발본색원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경제난 타개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고 말했다. 요즘 들어 자주 보게 되고, 볼 때마다 불쾌해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운운하며 국민들을 윽박지르는 광경이다. 언제부터인가 ‘반공’을 대신하여 대한민국의 새.. 더보기
인천대교의 아름다운 교훈 - <인천일보>(2008.12.22.) 인천대교의 아름다운 교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인천 시민들에게 인천대교 상판 연결은 특별한 감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인천대교는 인천 앞바다를 가로질러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를 잇는 다리로,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할 예정이다. 인천대교는 왕복 6차로에 총길이 21.270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이며, 800m에 이르는 주경간 폭은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주탑의 높이는 국내 최고 높이인 63빌딩 보다 10m 낮은 230.5m이고, 선박이 주로 통항하게 될 교량과 수면의 높이는 74m에 달한다. 2009년 10월 개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인 인천대교는 동북아중심국가로 성장해나갈 대한민국과 인천시를 세계에 널리 알릴 상징물이다. 이 밖에도 인천.. 더보기
현실보다 무서운 교육은 없다 - <경향신문>(2008년 12월 11일) 현실보다 무서운 교육은 없다 나는 고등학교 때 데모를 했다. 대단한 운동권이었던 적도, 민주화시위를 열심히 하기는커녕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기도 힘든데 나중에 들어보니 정보과 형사가 집까지 찾아와 학생이 요즘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후일담이긴 하지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등골이 오싹했다. 주민등록증에 빨간 두 줄이 그어지는 악몽까지 꿨으니 말이다. 나는 남들보다 특별할 것 없는 고교 시절을 보냈지만 그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일은 국민윤리 시간에 선생님 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해서 교무실까지 끌려간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히 겁이 없었거나 눈치 없는 학생이었다. 국민윤리 수업 시간 중에 남북한의 통일 방안에 대해 공부했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북한에 .. 더보기
시민 - 시민운동 - 시민단체 - <인천일보>(2008. 11.17.) 시민 - 시민운동 - 시민단체 경제위기로 시민들의 후원이 줄어들면서 시민단체들은 운영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활동가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경제위기 보다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대표적인 시민단체 중 하나인 환경운동연합의 회계부정사건이 터지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도 있다. 어떤 이들은 최근의 사건들을 정권 차원의 시민단체 길들이기로 보기도 하고, 몇몇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문제의 원인은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데 있다. 시민단체들에 대해 시민 일반이 느끼는 문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오던 것들이다. 우선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다. 시민단체들은 운동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운동을 기획하지 못했고, 시.. 더보기
<책읽는 경향> 파울로 프레이리 - 희망의 교육학 <경향신문>(2008.10.27.) 희망의 교육학 /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교육문화연구회 옮김 / 아침이슬 / 2002년 9월 희망을 말하는 것이 두려운 시절입니다. 거짓된 희망보다는 진실한 절망에서 출발하자고 스스로 되뇔 때마다 과연 나의 절망은 희망보다 진실한지 반문해봅니다. 아시아의 희망,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범적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살아가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우리는 민주화 10년의 경험과 자존심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남보다 더 잘 먹고 잘 살자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논리 앞에서 공동체적 이상과 양심은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과거 우리는 광야에서 신을 발견했지만 신을 죽였고, 계몽을 통해 이성을 깨우쳤지만 근대를 거치며 이성을 불신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역사가 우리를 심판하리라 했지만 역사의 발전은 더 .. 더보기
인천을 평화통일도시로 - <인천일보> (2008.10.13.) 인천을 평화통일도시로 한 달쯤 전인 지난 9월 8일 인천발전연구원 주최로 “죽산의 평화통일론과 ‘평화통일도시 인천’의 지향”이라는 제목의 작은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오랫동안 죽산 조봉암 선생을 연구해온 이현주 박사, 동국대 이철기 교수, 인천학연구원의 김창수 박사가 발제자로 나섰고, 인천의 주요시민문화단체 인사 7명이 토론자로 함께 했던 행사였다.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조만간 인천에서 개최될 도시축전과 아시안게임을 위해 찾아올 세계인들에게 우리 인천이 보여줄 비전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이었다. 속된 말로 ‘명품도시 인천’이란 슬로건으로 세계인들 앞에 서기엔 ‘쪽 팔린다’는 말이었다. 인천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을 설득하고, 더 나아가 감동을 주기 위해선 그만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