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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WORK

이명박 시대, 문화운동의 새로운 프레임은 가능한가 - <민예총 신년토론회> (2008. 1.24) 문화운동의 새로운 프레임은 가능한가 - 이명박 시대의 문화운동, 어디로 가는가 저는 지역에서 발간되지만 전국적으로 소통되는 계간지 편집장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계간지는 월간지나 주간지처럼 특종을 쫓는 것처럼 시대의 이슈를 쫓아가기 보다는 담론의 생산과 매개, 비평에 주력하는 편입니다. 계간지의 책무는 시대를 읽어내고, 그 안에 은폐되어있는 구조를 밝히고 드러내어 지식사회로부터 파급되는 학문적 . 담론적 이슈를 생산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계간지는 지식과 담론의 최전선일 수 있고, 또 다른 의미에서 오늘 저는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 가운데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오늘 제가 말씀드리려는 내용이 다분히 원론.. 더보기
길은 없으나 걸어가면 만들어지리 - <기전문화예술>, 2007년 겨울호 길은 없으나 걸어가면 만들어지리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막막했다. “관련분야의 전공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풍부한 소양을 갖추었다고 하기도 뭐한, 그런 분야의 책을 맡을 때는 오랫동안 망설이게 마련이다. …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책은 몇 가지 이유에서 내 손을 거칠 운명이었다.”는 옮긴이의 말이 없었다면 서평을 겸한 에세이 한 편을 써달라는 청탁에 끝내 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 역시 관련분야의 전공자가 아니고, 풍부한 소양을 갖췄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몇 가지 이유에서 내 손을 거칠 운명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고전적 지식인과 근대적 지식인 『다른 곳을 사유하자』는 ‘정주하지 않는 지식인의 삶과 자유’란 부제를 통해 더 자연스럽게 설명될 수 있다. 저자는 우리를 “.. 더보기
문화웹진, 마이너리티와 제도권 사이 - <플랫폼>, 2008년 1,2월호(통권 7호) 2000년대 문화웹진의 흥망성쇠 - 자발적인 마이너리티에서 제도권으로 2004년 연세대 문헌정보학과에서 실시한 대한민국의 인터넷 콘텐츠 보존 실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생성되는 인터넷 페이지는 1,500만 페이지에 이르지만 수명은 고작 70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 1996년 창간되어 국내 최초의 웹진으로 기록된 문화비평 웹진 http://webarchive.or.kr/schizo)>는 한때 하루 방문자수가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으나 24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어 사이트 운영이 중지되었고, 정보트러스트센터 등의 도움으로 현재 일부만이 복원되어 남아있는 상태다. 최초의 웹진인 의 흥망성쇠는 오늘 하루 동안에도 생겨나고 사라지는 1,500만 페이지의 인터넷 .. 더보기
정치적인 것들의 귀환을 꿈꾸며 - 2007년 12월 21일자 <경인일보> 정치적인 것들의 귀환을 꿈꾸며 - 2007년 12월 21일자 서구 문명의 기원이자 민주주의의 대명사처럼 이야기되는 그리스는 현대적 의미로 보자면 이민족인 도리아족이 남하하면서 선주민들을 무력으로 복속시켜 만들어진 고대 노예제 도시국가였다. 당시 스파르타에는 ‘포로’라는 뜻의 헤일로타이(heilotai)라 불리는 노예가 시민 1인당 15명의 비율로 존재했는데, 그 수가 25만 명에 이르렀다. 어떻게 소수의 도리아족 시민들이 정치로부터 소외된 다수의 선주민들을 지배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도리아족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대신 참정권을 제외한 신분상의 자유와 재산권을 인정받은 중간 계층 페리오이코이(perioikoi)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페리오이코이란 ‘주변인(marginal man)’이란 뜻이다. 87년 .. 더보기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7년의 책과 사건 - 월간 <함께 사는 길>, 2007년 12월호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7년의 책과 사건 영화 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인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군대를 자임했던 빨치산이 인민으로부터 버림받고 패퇴하던 와중에 던진 빨치산 대장의 한 마디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금 이 시점에서 진보와 개혁을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7년은 유난히 과거를 되돌아 볼, 아니 되돌아보아야만 하는 시점에 다다른 한 해였다. 87년 6월항쟁 20년과 IMF외환위기 10년 -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 마르크스는 인간이 역사를 만들지만 그 역사는 “자신이 선택한 상황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주어진, 물려받은 상황”에서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6월항쟁으로부터 20년, 우리.. 더보기
우리 시대 진보의 고민과 현실 - 계간 『황해문화』 2003, 여름호(통권39호) 우리 시대 진보의 고민과 현실 들어가기 전에 '우리 시대 진보의 고민과 현실'은 여러 갈래로 다양하게 진화·발전해온 진보의 전망들을 조망해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도임을 절감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도 그 지향점과 실천 양태에 따라 각개 약진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이것을 하나로 묶어줄 만한 거대담론은 사실상 붕괴해버린 현실 상황이 그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아직까지 혹은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부재해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기획 자체가 "노무현 현상"이라는 바람을 맞은 한국 사회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혹은 장악했던 이들의 충격 못지않게 여전히 소외되어 있는 진보의 고민과 진보의 지향을 묻고, 진보가 처한 위기의식, 전망.. 더보기
새로운 성역 앞에 선 내부고발 - 2007년 11월 23일자 <경인일보> 김포외고 시험이 끝난 직후 문제가 유출된 것 같다는 게시물들이 해당 학교 게시판에 잇따라 게재되었다. 문제지 유출설의 발단이 된 게시물은 자신을 ‘김포외고 지망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쓴 글이었는데, 서울에 있는 특목고 전문 M학원의 관계자가 시험당일 학원버스에서 학생들에게 시험대비 유인물을 나눠줬다는 것이다. 정확치는 않지만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문제가 된 M학원에 다니지만 그날따라 버스에 타지 못한 중3 학생이라고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해당학교는 발끈하면서 이 학생의 부모에게 항의전화를 했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가 시험문제유출이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자 지난 13일 고소를 취하했다. 경찰의 수사발표가 있기 전부터 많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증언이 잇따랐다. 이들이 조직내부 사.. 더보기
OBS 경인 TV를 기다리며 - 2007년 10월 26일자 <경인일보> “우리 함께 사는 세상 iTV 경인방송”이란 로고송을 마지막으로 지난 2004년 12월 31일 경인지역의 유일한 지상파 TV였던 iTV 경인방송의 전파송출이 중단되었다. 경인방송은 허가 취소 이후 라디오 방송(SUNNY FM)만 남아 올 10월로 개국 10주년을 맞이했지만 TV방송은 정파(停波) 이후 3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시민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1997년 당시 인천방송 iTV가 출범하기 전까지 인천은 방송의 철저한 사각지대였다. 1995년 대구, 부산, 대전, 광주에서 민방이 출범하고도 2년 뒤에야 전주, 울산, 청주와 함께 인천 민방설립이 허가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보처는 인천이 서울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서울의 방송사들과 방송 지역이 중복된다며 경인지역 민방설립에 반대했다. 이 같.. 더보기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 2007년 09월 28일자 <경인일보> 본래 동아시아의 세계관엔 ‘행복(幸福)’이란 말이 없었다고 한다. 동아시아의 세계관에서 행이란 요행, 다행, 불행처럼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복이란 하늘에 속하여(天福) 나의 복을 남이 빼앗아갈 수도, 남의 복을 내가 빼앗아올 수 없는 것으로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었다. 행과 복에 의해 결정되는 인간의 운명도 서구의 그것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이라는 세계, 수많은 인간관계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속에서 주변과 관계하고 감응하며 변화하는 것이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거나 ‘권불십년(權不十年)’, ‘호사다마(好事多魔)’ 같은 말 역시 상승과 하강, 빛과 그림자가 순환하는 동아시아의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동아시아에서의 개인이 서구의 그것처럼 명료하게 정리될 수 .. 더보기
호랑이와 눈: 비극의 중심에 있지 않은 자의 한계 - FILM2.0 제 353, 354 합본호 호랑이와 눈: 비극의 중심에 있지 않은 자의 한계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의 영화 이 때늦게 개봉된다. “의 뒤를 잇는 두 번째 감동”이란 홍보 문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와 닮은 꼴 영화인 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는 지난해 모 영화잡지의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100대 영화’ 중 18위에 당당히 랭크될 만큼 국내 영화팬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지만, 사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로베르토 베니니는 일부 영화 마니아들에게만 인정받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코미디 영화감독이었다. 는 그에게 기대 이상의 명성과 성공을 가져다주었고, 그 결실이 너무 달콤했던 탓인지 이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영화 가 실패하면서 베니니는 또다시 가장 비참한 기억의 현장에서 휴머니티와 사랑의 달콤함을 환기시키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