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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WORK

진보와 야만 사이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 『환경과생명』2007년 여름호 진보와 야만 사이의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진보와 야만』을 읽기 전에 들었던 두 가지 생각 클라이브 폰팅(Clive Ponting)의 책 『진보와 야만-20세기의 역사』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진보와 야만'이란 시선으로 20세기를 바라보려는 시도가 그다지 낯설지 않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생태적 관점에서 진보의 의미를 파헤쳤던 『녹색세계사』(2003, 그물코)를 통해 인류의 환경파괴 역사를 진지하게 담아냈던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아마 서유럽과 북미의 잘사는 나라들과,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교양 있는 중산층 시민들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뒤이어 그는 “이들과 그 가족들의 경험은 20세기에 세계 대다수 인구가 겪은 전형적인 경험들”과는 다르다고.. 더보기
언론은 무엇으로 사는가 - 2007년 08월 31일자 <경인일보> 언론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난 7월 19일 23명의 한국인 인질들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인질 가운데 2명이 비극적으로 살해당했고,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석방 기회를 동료에게 양보했다는 보도가 우리를 감동시켰다. 피랍사태가 발생한 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의 위험한 정세를 감안해 한국 언론인들의 현장 취재를 제한했다. 정부는 또 다른 납치사건을 방지하고, 피랍 인질들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에도 석방교섭과 관련해 민감한 보도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 결과 우리는 한국 국민의 생사가 담긴 기사를 외국 언론을 통해 들어야 했다. 기자는 현장이 생명이란 말대로 현지로 달려가고 싶었던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부의 보도통제 혹은 보도자제 요청은 지난 2003년 8월 .. 더보기
세상은 속고 싶어 한다(Mundus vult decipi)- 2007년 08월 03일자 <경인일보> 지난 7월 19일 한나라당은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정당사상 최초로 진행했다. 비록 정책대결보다는 상대 후보의 흠결을 따지는 네거티브 방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 있었지만, 정당 스스로 후보의 정책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후보들이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부인으로 일관해 아무 것도 검증하지 못한 면피용 부실청문회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검증청문회가 있던 다음날 퇴근길에 한 라디오 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에 대한 양측 대변인의 열띤 토론을 들었다. 평범한 시민들도 전화 참여를 통해 각자 의견을 제시했는데, 청취자들은 청문회에 대.. 더보기
배다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 2007년 07월 06일자 <경인일보> 얼마 전 부산에 갔다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요즘 인천 사람들은 살맛 날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인천은 송도신도시 건설, 2014 아시안게임, 2009 인천세계도시엑스포, 자기부상열차 시범도시 선정 등 다른 도시 사람들이 들으면 배 아플 만한 뉴스들로 범벅이다. 그런데 막상 인천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최근 인천은 도시재생이란 측면에서 논쟁적인 사건 두 가지가 진행 중이다. 하나는 ‘만국공원 복원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배다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 문제다. 만국공원 복원 프로젝트는 자유공원에 위치한 맥아더동상과 한미수교백주년기념탑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존스톤 별장과 세창양행 사옥 등 인천의 근대 건축물들을 재현하자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몇 가지 점에서 논쟁적이다. 우.. 더보기
바나나와 문화다양성 협약 - 2007년 06월 08일자 <경인일보>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공중목욕탕에 다녀온 뒤 동네 슈퍼에서 얻어먹는 바나나우유만큼 달콤한 기억이 또 있을까. 당시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란 노래가 있었던 것처럼 바나나는 당도가 높고, 맛있는 과일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바나나 1개(100g 기준)에는 93Kcal의 열량과 단백질 1.1g, 지방 0.1g, 당류는 22.5g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비만의 요인이 되는 과당은 사과, 포도의 30%에 불과해 다이어트용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밖에도 무기질과 칼륨의 보고이며, 소화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에 노약자들의 보양식, 아기들의 이유식으로도 즐겨 사용된다. 그런데 이 맛좋은 과일의 대명사인 바나나가 향후 10년 이내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 더보기
우리시대 아버지의 초상 - 2007년 05월 11일자 <경인일보> 2007년 5월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의 트렌드는 재벌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납치사건과 구태여 연관짓지 않더라도 '아버지'다. 지난 4월 배우 송강호를 앞세운 영화 '우아한 세계'의 개봉 이후, 박광수 감독의 신작 '눈부신 날에', 배우 정진영이 출연한 '날아라 허동구', 배우 이대근의 캐릭터를 활용한 '이대근, 이댁은', 장진 감독의 '아들', 최근 개봉 예정인 '성난 펭귄', '마이 파더', '귀휴'까지 8편에 이르는 영화들이 모두 아버지를 주제로 삼고 있다. 바야흐로 아버지 전성시대다. 5월이 가정의 달이므로 가족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된다고 치부하기엔 편수가 너무 많다. 어째서 이 같은 기현상이 빚어지게 된 것일까? 사실 아버지들의 잦은 스크린 외출이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2004년 개.. 더보기
부평 얼짱 윤주현을 아십니까? - 2007년 04월 13일자 <경인일보> 지난 3월 30일 요미우리와 요코하마의 시즌 개막전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팀이 1-2로 뒤진 4회초 통쾌한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홈런 아시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려 이른바 '승짱'이란 애칭까지 얻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지닌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어 순위 1위는 이승엽도, 승짱도 아닌 '부평 얼짱 윤주현'이었다. 부평 얼짱 윤주현이 누구이기에 이승엽의 개막전 홈런 소식을 누르고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평 얼짱 윤주현은 실체가 없는 인물이다. 본인이 그 부평 얼짱이라고 자임하고 나서는 이가 있거나, 설령 부평에 살고 있는 실명 윤주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 검색어 순위에서 1.. 더보기
재현된 전쟁의 표면과 재구성해야 할 전쟁의 진실 사진가 4인이 바라본 전쟁의 표면 - 성남훈, 이상엽, 이성은, 노순택 2007. 5.2. ~ 6.19(5.24 휴관) 평화공간 SPACE*PEACE 주최: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재현된 전쟁의 표면과 재구성해야 할 전쟁의 진실 영구혁명은 하나의 유토피아지만 영구전쟁은 하나의 현실이다. 1914~1985년 사이에만도 주요한 전쟁을 꼽자면 제1차 세계대전, 모로코전쟁, 스페인내전, 제2차 세계대전, 인도차이나전쟁, 베트남전쟁, 알제리전쟁, 소위 '냉전' 등이 벌어졌다. 전쟁은 언제나 인간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영웅적인 기억과 치욕스러운 기억 그리고 인위적으로 재구성된 기억, 남을 죽이도록 명령받거나 허용된 끔찍한 순간 또는 살인의 면책을 부여받은 순간 등이 뇌리에 잡은 것이다. - 제라르 뱅상.. 더보기
뉴미디어 시대의 청소년문학- 오늘의 청소년들은 무엇을 읽는가(계간 <청소년문학>, 2006년 가을호) 뉴미디어 시대의 청소년문학 - 오늘의 청소년들은 무엇을 읽는가 들어가며 - 뉴미디어 시대의 신인류, 청소년 우리 젊은이들은 사치를 너무 좋아한다. 그들은 버릇이 없고 권위를 무시한다. 그들은 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며, 교훈 대신 잡담을 좋아한다. 젊은이들은 또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손님 앞에서 떠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그들의 선생 앞에서 횡포를 부린다. 특별히 부연설명을 달지 않는다면 위의 말을 누가, 언제 한 것인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기원전 5세기 경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이 말은 세대갈등이 존재하는 한 수없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 더보기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삶과 작품세계 - <시네21>. No. 597호 “종군기자란 전쟁의 내장을 세계 인류 눈앞에 드러내보이고, 지구상에서 그것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캐묻는 것이다.” 만약 내가 영화감독이고, 로버트 카파에 대한 전기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연배우로는 앤디 가르시아를 기용하고 싶다. 짙은 검은색 머리칼에 선악을 판별하기 어려운 눈빛, 일자에 가까운 윗입술과 달리 도톰한 아랫입술에 머금은 미소는 보는 시선에 따라 짓궂은 장난기를 숨기거나, 뭔가 교활한 의도를 가장한 듯 보인다. 이것은 로버트 카파의 외면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 1913년 10월22일 앙드레 프리드먼(Andre Friedman, 카파의 본명)은 노름과 거짓말을 즐겁게 오가는 재능을 지닌, 가난한 유대인 재단사 데죄 프리드만과 독실한 유대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