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드는 문화 인프라
최근 인천 시립도서관의 민간위탁운영 문제가 불거져 나와 추진 주체와 반대하는 시민사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위탁대상이 인천문화재단이라니 그나마 시민사회 입장에선 ‘작은’ 다행일지, ‘큰’ 불행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이 핵심은 아닌 듯싶다. 이 상황의 진짜 주인공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주창하는 중앙정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새롭게 출범할 때마다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것이 시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사 운영에 효율성을 강화하고, 공무원 감축을 통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 지원 및 감축이란 당근과 채찍을 통해 가시적 효과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것이 5년마다 반복되었고, 결과는 매번 실패였다는 것이다. 실패 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마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다짐도 반복된다.
UNESCO, OECD, IFLA(국제도서관연맹협회)는 인구 6만 명당 도서관 한 곳을 권장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도서관당 인구는 11만5천명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에 속하고, 유럽은 인구 5천 명당 한 곳의 도서관이 있다. 인구 250만의 인천시는 지난 2002년 말까지 도서관 한 곳당 28만6천 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꼴찌였다. 그래서인지 인천시는 지난 2003년에 17개, 올해 초에는 31개로 늘려 도서관을 새로 건립하겠다고 두 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계획대로만 추진된다면 인천은 수치상으로는 확실히 도서관 선진도시가 된다.
정책 입안 과정에는 인천문화재단 이현식 사무처장이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시절 작성한 연구보고서 “인천시립도서관 운영활성화 방안”도 한몫했을 것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립도서관의 기능이 다른 도서관에 비해 낙후된 까닭은 장서 보유수와 예산에 비해 현저히 낮은 도서관 사서직 비율 때문이며, 무엇보다 도서관 전문 인력의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지난 2005년 10월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는 “문화행사는 지역 주민이나 관련 기관에 맡기고 도서관은 책을 읽고 정보를 얻는 열려 있는 공간이면 된다. 엉뚱한 행사가 넘쳐나면서 도서관 사서가 점차 전문성을 잃어간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들어서면서 이전의 여러 위원회들이 존폐 위기에 놓였었다. 그 중 하나가 생긴지 1년도 안 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였다. 도서관정보정책위는 지식기반 사회, 국민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문화부, 교육부, 행자부 등 10여개 부처로 분산된 도서관 정책과 이원화된 운영주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출범한 위원회였다. 우리가 뭉뚱그려 공공도서관이라 말하지만 공공도서관의 실제 운영주체는 지자체와 교육청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그 중 9%는 다시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등 운영주체에 따라 각기 다른 운영체제를 갖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컸다. 다행히 정부는 위원회를 폐지하지 않았고, 이 정책은 연속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인천시는 2012년까지 모두 425명의 공무원을 연차적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공무원 비율이 최하위인 것을 고려할 때 그나마 다행한 일일 지도 모른다. 다만 그 중에 도서관의 콘텐츠를 일구어줄 사서직 공무원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말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추진했었던 공무원 인원 감축이 번번이 실패한 까닭이 뭔가? 박물관에서는 우선적으로 학예사를 감축하고, 도서관에서는 사서 증원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주장할 때마다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간접고용 노동자 수가 늘어나고, 이러한 민간위탁은 예산낭비와 중간착취, 공직사회의 부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국민들은 전직 CEO가 대통령이 된 것에 불만이 아니라, 그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여전히 회사 운영하듯 정리 해고로 이윤을 남기려는 것에 불만이다. 인천시가 중앙정부의 계열사가 아니듯 국민은 정부의 종업원이 아니라 주인이기 때문이다.
출처 : <인천일보>(200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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