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 - 박명욱 | 그린비(2004)
내가 가지고 있는 박가서장의 이 책 "너무너무"는 1998년 초판이다. 그 이후에 재판을 찍는 일이 생겼는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처음 이 책을 발견하고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읽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한동안 이 책이 절판되었으며, 매우 구하기 어려운 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류의 책 가운데 내가 애지중지하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시 제목을 따서 만든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란 책이다. 이 책 역시 매우 좋은 책임에도 절판되어 더이상 구할 수 없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출판관계자라면 한 번 잘 찾아서 다시 부활시켜 보는 것도 좋을 거다. 지금 읽어보더라도 결코 뒤처진 느낌을 주지 않을 책이기 때문이다. "너무너무"가 부활하게 된 것엔 아마도 이 책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닌 독자들의 힘과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편집자의 눈썰미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박명욱이 선정한 17인의 예술가들 가운데 일부는 오늘날 더이상 마이너라고 부를 수 없는 이들이다. 누가 오늘날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를, 구스타프 클림트를, 로버트 카파를 마이너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이 지닌 사상과 생의 궤적들이 그러했을지라도 오늘날 이들은 충분히 메이저의 지위를 누린다. 물론 사후에 누리는 쓸쓸함이 남기는 하지만 말이다. 1998년으로부터 2005년에 이르는 짧은 기간 동안 문화적으로 우리는 매우 풍성한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다. 누구나 코 끝의 안경처럼, 입 속에, 혀끝에 문화를 담고 살아간다. 그런 과정들이 마이너 아티스트들을 상업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로, 전문적인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이들을 대중적인 아티스트로 변모시켰다. 그 과정이 우울한가? 천만에... 문화와 예술은 좀더 천해져도 괜찮다.
구판의 뒷표지에서 내 뒤통수를 잡아끄는 구절이 있어 옮겨 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원칙주의자는 나중에 쓸쓸하다." 이 문장 하나로 나는 올가을을 구원받았다.
'REVIEW > 인물/평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축구의 영웅들 : 축구 명예의 전당 헌액 7인 열전 - 대한축구협회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2005) (0) | 2011.06.02 |
---|---|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 - 이사야 벌린 |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 (0) | 2011.04.07 |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 김태희 옮김 | 교양인(2006) (0) | 2011.03.29 |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로버트 카파 | 우태정 옮김 | 필맥(2006) (0) | 2011.03.19 |
반항아 제임스 딘 - 도널드 스포토 | 한길아트(1999) (0) | 2011.02.08 |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우장춘 박사 일대기) - 쓰노다 후사코 | 오상현 옮김 | 교문사(1992) (0) | 2011.01.28 |
최승희 - 정수웅, 눈빛(2004) (0) | 2011.01.21 |
요절 - 조용훈 | 효형출판(2002) (0) | 2011.01.17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미셸 슈나이더 | 이창실 옮김 | 동문선(2002) (2) | 2011.01.06 |
청년아 너희가 시대를 아느냐 - 민윤식| 중앙M&B(2003) (0) | 2010.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