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엄 터너 지음 / 한나래 / 1995년 10월
이 책의 원제는 "British Cultural Studies"이다. 그럼에도 그냥 문화연구입문이라고 번역되어 제목이 달렸다. 흔히 문화연구를 이야기할 때 혹은 문화연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모든 용어들은 컨텍스트(context)에 따라 해석되길 희망하는 것들이다. 컨텍스트란 말 자체는 매우 많이 사용되지만 그 자체가 한 마디로 정의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멋대로 이것을 정의하길 "층위와 맥락"으로 본다. 누구도 이렇게 정의하여 사용하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임을 전제로 하자면 컨텍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맥락 혹은 행간이라 할 수 있는 말이다.
"모든 진리는 일정한 현실성을 지닐 뿐이며 특정한 상황에서만 통용된다. 그것 자체로서는 정당한 주장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그것이 어느 무엇과도 연관을 안 갖기 때문에 전혀 무의미한 주장이 될 수 있다."는 아르놀트 하우저(Arnold Hauser, 1892-1978)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한 이 말이 문화연구의 측면에서 컨텍스트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문화연구는 지금껏 문화텍스트 비평, 문화의 생산자와 문화산업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만으로는 현대 자본주의 문화시스템을 해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비판이론이다. 그렇기에 모든 문화 텍스트들은 컨텍스트의 매개를 통하여 그 의미가 새롭게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텍스트이든 간에 그 의미가 텍스트 자체에 의해 사전에 결정되고,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란 말이다.
이것이 이 책의 1부 '기본원칙들'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다시 처음로 돌아가 우리는 문화연구가 영국에서, 영국의 학자들이 영국적 현실을 앞에 두고 고민한 끝에 출발한 학문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학문이 순전히 영국만의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재즈가 미국만의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흡사한 오류를 범한다. 잘 알려진 바대로 재즈는 흑인들의 억눌린 정서와 뉴 올리언스 지역에 녹아든 유럽, 프랑스와 스페인 등 다양한 문화들이 한데 녹아들어 생겨난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문화연구 역시 맑시즘과 기호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가 녹아들어 생겨났으며, 역사적으로는 동서 냉전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양극화 현상 속에서 서구의 좌파가 자본주의의 문화 시스템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동시에 스탈린식 사회주의에도 반대하며)를 고민하며, 동시에 영국의 고유문화가 미국화되어가는 것을 고민하는 중에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매우 거친 분석이긴 하지만)
그리고 이런 고민들은 동서 냉전과 미국화(아메리카나이제이션)을 고민한 세계 여러 나라의 학자들에 의해(특히 영국의 구 식민지였던 나라들을 중심으로) 각국으로 퍼져 나갔고, 각국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문화연구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 책 "문화연구입문"은 그런 현재 상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다만, 문화연구의 기본 원칙들과 중심 범주들을 이전의 입문서들보다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원용진과 존 스토리, 김창남의 입문서들을 거친 다음 좀더 심화된 이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디딤돌 구실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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