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에 추천드리는 미술관련 서적 3권이 있습니다.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기는 하지만 ....
루브르 계단에서 관음, 미소짓다/ 박정욱 지음/서해문집/12,000원
저자 박정욱은 동서양의 미술의 접점을 혹은 감히(?) 비교하는 행위를 이 책 속에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대중적으로 쓰인 미술관련 서적 중에서도 상당히 성공적으로 이 두 가지 주제를 잡아내고 있다. 이 책은 시대와 공간, 장르를 초월하여 각각의 미술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찾아보려 시도하고 있다. 신의 모습, 인간의 아름다움, 산과 강 등 주제에 따라 서양화와 한국화를 나란히 놓고, 둘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려 한다.
예를 들면, 고려시대의 불화인 '수월관음도'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성모'는 둘 다 종교적인 열정으로 그려낸 신의 이미지이다. 이 그림들에서 관음과 성모는 둘 다 베일로 몸을 가리고 오른손을 길게 뻗었으며, 아래를 향해 반쯤 뜬 눈으로 자비심을 표현하고 있다. 말하자면 성스러운 인물의 가장 아름다운 전형인 셈. 다만 성모의 얼굴은 인간적인 슬픔의 감정과 겸손함을 담고 있는 반면, 관음의 얼굴은 모든 인간적 가치로부터 초월한 해탈의 이미지이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서양 문화 자체가 해탈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 해석한다.
쉽고 재미있는 미술책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도판이 컬러가 아니라는 점이긴 하지만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책 만드는 이로서도 굉장히 예쁜 책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은 책이다.
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가림 지음/ 월간미술/12,000원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의 시인이자 현재 인하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있는 이가림 선생이 오랫동안 <월간미술>에 기고하였던 내용들을 묶어 책을 냈다. 제목에서도 보여지듯이 미술을 앞에 두고 그에 걸맞은 작가들을 어울리게 하는 것인데 깊이있는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사실들이나 글읽는 재미만큼은 만끽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프랑스의 시인인 폴 엘뤼아르는 '파블로 피카소'라는 제목의 시에서 "해맑은 하루 나는 만났다 낙천적인 얼굴의 친구"라고 쓰고 있다.
피카소는 그의 시집 <사랑ㆍ시>의 삽화를 그렸고, 사상적으로 엘뤼아르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림과 시를 통해 스페인 내전과 그 와중에 있었던 게르니카에서의 학살을 고발한다. ''그림' 속의 문학, '문학' 속의 그림을 찾아나선 예술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피카소와 엘뤼아르처럼, 장르의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 교감을 나눈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피카소와 엘뤼아르처럼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사람들에 대한 것도 있고, 플로베르와 쿠르베처럼 실제 교우관계는 없었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사실주의'를 확립했던 사람들의 예술관을 비교하는 글도 있다.
천천히 그림읽기/조이한, 진중권 지음/웅진닷컴/10,000원
조이한, 진중권 씨의 공저 성격의 글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글의 전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조이한 씨이다. 진중권의 글은 뭐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와 같이 다소 거친 뉘앙스를 풍기는 것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사람의 <춤추는 죽음1,2/세종서적>와 같은 책은 근래 보기드문 미술관련 사적 중에서도 수작이다. (근간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천천히 그림읽기>는 일반인 보기에는 다소 어렵고, 어느 정도 숙련된(미술에 대해서) 사람에게는 다소 쉬운 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진중권은 앞서 말한 책에서 그림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물론 서양그림이다.)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도상학'이라는 것이다. 그것에 관한 입문서가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읽어보시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실 것 같다.
* 다음번에도 역시 미술관련서적에 대한 촌평을 함께 보내드리고자 한다.
부디 기다려지는 소식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총총히
<2001. 7. 24. >
루브르 계단에서 관음, 미소짓다/ 박정욱 지음/서해문집/12,000원
저자 박정욱은 동서양의 미술의 접점을 혹은 감히(?) 비교하는 행위를 이 책 속에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대중적으로 쓰인 미술관련 서적 중에서도 상당히 성공적으로 이 두 가지 주제를 잡아내고 있다. 이 책은 시대와 공간, 장르를 초월하여 각각의 미술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찾아보려 시도하고 있다. 신의 모습, 인간의 아름다움, 산과 강 등 주제에 따라 서양화와 한국화를 나란히 놓고, 둘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려 한다.
예를 들면, 고려시대의 불화인 '수월관음도'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성모'는 둘 다 종교적인 열정으로 그려낸 신의 이미지이다. 이 그림들에서 관음과 성모는 둘 다 베일로 몸을 가리고 오른손을 길게 뻗었으며, 아래를 향해 반쯤 뜬 눈으로 자비심을 표현하고 있다. 말하자면 성스러운 인물의 가장 아름다운 전형인 셈. 다만 성모의 얼굴은 인간적인 슬픔의 감정과 겸손함을 담고 있는 반면, 관음의 얼굴은 모든 인간적 가치로부터 초월한 해탈의 이미지이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서양 문화 자체가 해탈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 해석한다.
쉽고 재미있는 미술책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도판이 컬러가 아니라는 점이긴 하지만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책 만드는 이로서도 굉장히 예쁜 책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은 책이다.
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가림 지음/ 월간미술/12,000원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의 시인이자 현재 인하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있는 이가림 선생이 오랫동안 <월간미술>에 기고하였던 내용들을 묶어 책을 냈다. 제목에서도 보여지듯이 미술을 앞에 두고 그에 걸맞은 작가들을 어울리게 하는 것인데 깊이있는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사실들이나 글읽는 재미만큼은 만끽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프랑스의 시인인 폴 엘뤼아르는 '파블로 피카소'라는 제목의 시에서 "해맑은 하루 나는 만났다 낙천적인 얼굴의 친구"라고 쓰고 있다.
피카소는 그의 시집 <사랑ㆍ시>의 삽화를 그렸고, 사상적으로 엘뤼아르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림과 시를 통해 스페인 내전과 그 와중에 있었던 게르니카에서의 학살을 고발한다. ''그림' 속의 문학, '문학' 속의 그림을 찾아나선 예술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피카소와 엘뤼아르처럼, 장르의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 교감을 나눈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피카소와 엘뤼아르처럼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사람들에 대한 것도 있고, 플로베르와 쿠르베처럼 실제 교우관계는 없었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사실주의'를 확립했던 사람들의 예술관을 비교하는 글도 있다.
천천히 그림읽기/조이한, 진중권 지음/웅진닷컴/10,000원
조이한, 진중권 씨의 공저 성격의 글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글의 전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조이한 씨이다. 진중권의 글은 뭐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와 같이 다소 거친 뉘앙스를 풍기는 것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사람의 <춤추는 죽음1,2/세종서적>와 같은 책은 근래 보기드문 미술관련 사적 중에서도 수작이다. (근간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천천히 그림읽기>는 일반인 보기에는 다소 어렵고, 어느 정도 숙련된(미술에 대해서) 사람에게는 다소 쉬운 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진중권은 앞서 말한 책에서 그림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물론 서양그림이다.)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도상학'이라는 것이다. 그것에 관한 입문서가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읽어보시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실 것 같다.
* 다음번에도 역시 미술관련서적에 대한 촌평을 함께 보내드리고자 한다.
부디 기다려지는 소식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총총히
<2001. 7.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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