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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Tempus Edax Rerum

피휘(避諱)와 역린(逆鱗) 피휘(避諱)와 역린(逆鱗) 다소 뜬금 없는 이야기이긴 한데, 김종인이 새누리당을 탈당한다는 소식이 저간의 화제인데 - 다른 한 편으론 이야말로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종인의 존재감이 사라진지가 언젠데, 경제민주화가 사라진지 언젠데 새삼스레 이걸 가지고 뉴스가 되고 그래 - 그래서 약간 다른 의미에서 아젠다로서 그나마 유의미했던 '경제민주화'가 사라진 마당에 박근혜 정부에 남은 유일한 아젠다는 '창조경제'뿐이란 생각이다(물론, 대선개입이란 블랙홀이 이 모든 걸 삼킬 게다). 조선왕조 500년, '태정태세문단세'를 달달 외워도 우리는 조선 임금들의 시호는 알아도 그들의 이름은 잘 모른다. 기껏해야 아는 이름은 드라마 '이산' 덕분에 정조 임금의 이름이 '이산'이란 정도다. 나중에 "뿌리깊은 나무" 덕분.. 더보기
황해문화 창간 20주년 기념호 "황해문화" 창간 20주년 기념호를 화요일부터 발송작업합니다. 감개무량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감개가 무량하지요. 특별한 기념행사 같은 거 못합니다. 잡지야 잡지 그 자체가 기념인 게죠. 어떤 한 시절, 어떤 한 잡지가 있었다고 말되어지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흔하고 넘치는 듯 시절인 듯 보이나 찾아보면 이만한 잡지, 요즘 참 드물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 김명인 선생의 글이 참 좋습니다. 꼭꼭 씹어서 읽어주시길.... 길 없는 곳에서 시작되는 길 김명인 『황해문화』가 20주년을 맞는다. 1993년 겨울호를 창간호로 내고 이제 다시 2013년 겨울호를 내는 것이다. 계간지 20년이 그리 긴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척박한 한국적 문화지형 속에서도 이보다.. 더보기
‘백파이어 폭격기’로 본 '정보'에 대한 어떤 생각. ‘백파이어 폭격기’로 본 '정보'에 대한 어떤 생각. 지난 냉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만한 전략폭격기 중 하나가 구소련이 보유하고 있던 '백파이어폭격기'란 것이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일은 솔직히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핵무기를 투사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핵무기를 소형화하면 할수록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다양다종해지기 때문에 누구라도 소형 핵무기를 개발하고 싶어 하지만 핵무기란 기본적으로 원자를 분열시키기 위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온고압이 필요한 무기이므로 소형화하기 위해선 대단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간혹 우리 힘이든, 남의 힘이든 첨단 로켓을 개발하여 쏘아 올리면서 이번엔 위성의 무게가 몇 톤까지 가능하다거나 뭐라거나, 블라블라 하면서 로켓의 탑.. 더보기
풀타임섹스머신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였을 거다. 그 세계는 사람들이 밥이나 빵을 먹지 않고, 공기만 마셔도 충분히 살 수 있기 때문에 인간들은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천국(?)이었다. 그 동화를 읽고 정말 한동안 상상이 그쪽으로 뻗친 적이 있다. 정말 내 모든 것이 아직 순진하고 순수하던 무렵이었다. 그러던 내가 굳이 인간이 공기만 마시고 살지 않아도 미래세계의 언젠가 풀타임섹스머신이 저렴하게 등장한다면 최소한 남자들 중 상당수는 그냥 잉여로 존재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영화 에서 주드 로는 '지골로 조' 로봇으로 등장한다. 그는 여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섹스머신으로 프로그램되었다. 그런 이유로 뭇남성들은 이 로봇만 보면 파괴하고픈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 내가 이.. 더보기
역지사지(易地思之)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처지(處地)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로 신영복 선생이 말씀하신 입장의 동일화가 가장 큰 연대의 정신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교육의 기본 테제라고 생각한다. "삼국지연의"에는 위나라를 세운 조조가 죽자 그 뒤를 잇기 위해 형제들끼리 치열한 권력쟁탈전이 벌어지는 대목이 있다. 양수와 순욱의 조력을 받는 조식과 가후의 조력을 받는 조비의 권력싸움은 권력 앞에 부모자식도, 형제도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형제간의 권력쟁탈전에서 승리한 조비는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조식을 죽이라는 신하들의 간언을 받아들이되(그것이 동생을 살리려고 한 것인지, 죽이려는데 명분이 부족하여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형제'라는 .. 더보기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글쓰기의 10가지 규칙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 - 글쓰기의 10가지 규칙 지금까지 50편에 가까운 소설을 펴낸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가 87세의 나이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범죄소설의 대가, 디트로이트의 찰스 디킨스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로부터 비롯된 '하드보일드'한 문체를 더욱 끌어올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생전에 "작가는 투명인간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작가는 쓸데없는 말이나 생각을 최대한으로 줄여 독자가 이야기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게 해야 한다"는 독특한 문체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저 세상 사람이 되었지만, 이런 대가(?) 아니 베테랑 작가의 충고를 무시할 필요는 없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몇 해 전 뉴욕타임스에 '레너드의 10가지 작문규.. 더보기
공소시효 없는 내란음모죄에 대한 추억 찾아보니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은 내란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두고 있지 않다. 내란음모죄가 인정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해진다"고 되어 있더라. 그러므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공소시효가 없는 범죄에 대한 고백으로서 처벌을 감수(?)하고 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5~6년 전인 1987년 4~5월의 어느 따뜻한 봄날,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D고교의 교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운동장에선 이제 막 점심 도시락을 까먹은 학우들이 공을 차고, 놀거나 운동장 구석에서 산보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 LSY군과 함께 점심 시간을 기해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며 시국에 대한 한탄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 녀석이 '그날이 오면' 무엇을 할 생각이냐고 물었.. 더보기
내 인생의 로봇 - 01. 천공의 성, 라퓨타(로봇병사) 내 인생의 로봇 - 01. 천공의 성, 라퓨타(로봇병사) "리테 라토바리타 우르스 아리아로스 바르 네로리이르(우리를 구하라, 빛이여 소생하라!)" 이 주문이 기억나는 사람이라면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天空の城ラピュタ, 1986)"를 매우 인상깊게 본 사람일 게다. 물론 저 주문을 몰라도 인상적으로 보았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천공의 성 라퓨타"는 내가 좋아하는 아일랜드 작가 중 한 명인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 중 3부에 공중에 떠 있는 섬 '라퓨타'의 에피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조나단 스위프트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당시 스위프트의 정치적 입장은 '보수주의'였다. 언젠가 진중권 선생이 보수주의자의 풍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위프트는 모던의 과학과 모던의 정치를 신랄하게 풍자했으나.. 더보기
단상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김창남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공부란 콩나물을 기르는 일과 같아서 구멍난 시루에 매일같이 물을 주면 물이 다 빠져나가지만 그래도 콩나물은 자란다고 하셨었지. 공부란 '스며듬'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1.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일화를 사람들은 지음이란 두 글자로 기억한다. 백아가 거문고를 들고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을 타면 종자기는 옆에서,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구나"라 하였고,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는 것 같구나"라며 감탄해 마지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다음 다시는 거문고를 .. 더보기
한반도의 밤하늘에서 펼쳐진 프롭전투기들의 사투 한반도의 밤하늘에서 펼쳐진 프롭전투기들의 사투 나는 항공기 매니아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뭐는 매니아가 아니냐는 반문이 스스로 들어서 좀 웃었다. 얼마 전 백일장을 치른 뒤 백일장 심사가 있었는데 김영승 시인이 오더니 반갑게 웃으며 당신도 항공기 매니아인데 내 블로그를 즐겨 보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약간 겸연쩍은 적이 있었다.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김영승 선생과 항공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봐도 재미있을 듯 싶다. 어쨌든 난 여러 방면의 매니아이지만 그 중에서 '항공기도 매니아'인데, 항공기 중에서도 특히 프롭(프로펠러)기 매니아다. 프롭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현재는 전쟁 무기로서의 효용 가치가 없는 종류라 정말 순수하게 좋아한다고 말해도 내 양심에 그렇게 걸리진 않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