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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Tempus Edax Rerum

백척간두진일보 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 100척(尺)이나 되는 장대 끝에 서 있더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시방세계와 내가 한몸이 되어 현하리라. '백척간두진일보'란 말은 당나라 때 고승(高僧) 장사(長沙) 스님의 말이다. 1척은 대략 30.333...cm이므로 백척이란 330m 높이다. 이 높은 대나무 장대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디면 새로운 세계가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조선시대 거상으로 알려진 임상옥이 중국에 갔을 때 그가 팔려고 가져간 조선 인삼을 헐값에 사려고 상인들이 서로 담합해 구입하지 않고 간만 보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위기에 처한 임상옥은 함께 갔던 추사 김정희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추사는 붓으로 '百尺竿頭進一步'라고만 썼다. 여기에서 큰 .. 더보기
달의 떨림 "어떻게 시인이 되셨어요?"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감상해보게." "그럼 은유를 쓸 수 있게 되나요?" "물론, 틀림 없이." 달에는 영원히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이면이 있다. 인간의 말에도 영원히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이면이 있다. 우리가 지구에 있는 한 영원히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듯 내가 그의 마음이 되어보지 않는 한 한 인간의 말은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달은 지구의 적도면에 대해 경사져 있고, 타원형 궤도를 운행하는 달의 속도는 일정하지 않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달은 자기 중심으로부터 미세하게 떨고 있다. 이처럼 지구에서 본 달의 중심이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을 달의 칭동(秤動)이라 한다. 달의 떨림을 느.. 더보기
대한민국은 물부족국가가 아니다. 최재천 교수의 한 칼럼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세 차례나 방문한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는 음식점에 들어가 앉기 무섭게 얼른 물컵부터 뒤집는다. 그러곤 물을 따르러 온 종업원에게 물은 꼭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사람에게만 따라주라고 신신당부"하곤 했다고 한다(이 대목을 읽고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제인 구달이 방문한 식당은 아마도 고급 식당이었으리라 추측해보았다. '김밥천국' 같은 셀프서비스 식당이라면 어차피 자기 손으로 물을 따라마실 테니 문제 될 게 없을 테고, 보통 식당에선 물병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아주머니든, 알바 생이든 물컵에 물까지 따라주는 법은 거의 없으니까. ㅋㅋ 별걸 다 추측해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부분은 제인 구달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다지 한국적으.. 더보기
한중미 관계 - 만패불청을 경계하라 예전에도 몇 차례 말한 바 있지만 미국의 무력 과시보다 두려운 것이 나로서는 현재 중국의 침묵이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그들의 무력이나 경제력, 외교력 보다 미국과 중국이란 힘센 두 나라의 암묵적 동맹시스셈의 성립이 한반도 평화에는 더 큰 위협이 되어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미국은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해군 등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태평양 해상 작전 훈련인 림팩에서 중국을 배제해 왔는데, 중국은 이에 대해 대중국 봉쇄 훈련이라며 강하게 항의해 왔다. 그런데 2년마다 한 번씩 전개되는 림팩 훈련에 내년부터 중국도 참여하기로 되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중국은 또한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채무국으로서 미국 국채를 1조 달러 이상 소유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더보기
아포리즘 01. 아버지로서"란의 '~로서'는 자격격 조사라 무거운 말이지만, "아버지처럼"이란 말은 무겁고, 무섭기까지 한 말이다. '~처럼'이 비교격 조사이기 때문이다. '누구누구의 ~처럼' 비교 대상이 되는 순간 부모든, 자식이든 인생은 비루하고, 피곤해진다. 02. 스스로에게 진실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진실하지 말 일이다. 타인에게 진실하기 위해 필히 나를 속여야 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므로... 입을 여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그런 죄를 짓는다. 그러므로 죄인이여, 입을 다물라. 03. 맹세와 비밀은 본질적으로 같은 속성을 지닌다. 흔하면 천해진다는. 04.SNS시대에는 한 사람에게 한 말이 곧 만 사람에게 하는 말이 된다. 05. 좋은 기회를 눈앞에 두고 주저하여 때를 놓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주저하지.. 더보기
연예인에 대한 추억 - 신해철과 서세원 연예인에 대한 추억01 - 대마왕 신해철 한 가지 일을 오래하다보면 쌓이는 추억도 있는 법이다. "황해문화"는 인문계간지라 연예인과 인연 맺을 일이 별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편집위원들이 별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가끔 내 입장에선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한 번 청탁해보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연예인에게 원고 청탁을 했다가 보기 좋게 딱지 맞은 기억이 있다. 한창 헌법에 대한 논의가 많아서 황해문화 기획으로 란 특집을 기획하여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새로운 헌법 정신을 듣는다'는 주제로 청탁했었다. 그런데 그 무렵 무슨 일인지 신해철 씨가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돌아보니 '대마왕'이란 그의 별명답게(나 역시 한동안 A서점에서 이런 별명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 더보기
장준하 선생과 오늘의 불안 장준하 선생의 유골 감식결과 타살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나오는 걸 지켜보는 마음이 갑갑하다. 솔직히 여태 그걸 몰랐던 사람이 누가 있으랴. 모두가 알고 있던 일이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부터 국정원 여론조작이 사실이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이야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나 맞는 말이고, 한국에서 울화나 불안은 좀더 공적인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란 생각이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우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의롭지 못하고, 무기력하며 우리가 악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더보기
고수(高手)가 되는 법 어쩌다보니 인터넷 블로그의 고수, 블로그를 통해 유명인이 된(성공한) 사람쯤으로 소개될 때가 있다. 그런 말이 되는 혹은 말도 안 되는 소개가 나란 사람을 소개히기엔 역부족이고, 유명인을 지향한 바 없는 내 입장에선 억울할 때가 종종 있다. 일단 나는 블로그를 통해 유명해진 적이 없다. '블로그=홈페이지'라고 한다면 혹시 그건 약간 인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러나 어쨌든 살면서 가슴에 새기는 이야기 중 하나, 만약 내가 어떤 분야의 고수라면, 혹은 고수가 되고 싶어한다면 이렇다고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손자병법"에 나온다.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 1584 ~ 1645.6.13) "손자병법"에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고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 여유. - 그에게는 산처럼 움직이지.. 더보기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죽음의 제왕, B-52 폭격기의 제왕, B-52가 한반도 상공에 뜬단다. 키리졸브 훈련 때문인데 흔히 미국의 핵우산이라고 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먼저 연상하게 되는데, 핵우산의 촘촘한 살대를 구성하는 3대 요소는 이른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잠수함발사탄도탄,SLBM), 그리고 공중발사탄도미사일(ALBM)이다. 이중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그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대륙간을 미사일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국 근방에 설치될 필요가 없어 자국의 은밀한 장소에 배치되기 마련이고, 잠수함발사탄도탄은 그 자체로 은밀성이 최고의 장점이기 때문에 드러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무기가 지닌 현시효과에 의한 전쟁억지력으로 핵추진 항공모함을 미국 군사력의 집결체인양 떠드는 경향이 있지만 항공모함, 그 자체는 재래식 전력.. 더보기
도스토예프스키와 원고료 박노자도 말한 바 있지만 한국에서는 글줄께나 읽었다는 사람일수록 러시아문학의 대표작가로 톨스토이 보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윗길로 놓는 사람들이 많은 듯 싶다. 왜? 톨스토이가 그렇게 만만해? ㅋㅋ 어쨌든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는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작가였고, 두 사람 모두 러시아문학을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가라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생존 당시 두 사람의 작품 고료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톨스토이가 장당 500루블을 받았던 반면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을 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톨스토이의 10분의 1정도밖에 안되는 고료를 받아야 했다. 명성을 얻은 뒤, 그러니까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조차 장당 300루블에 불과했다. 이처럼 도스토예프스키의 원고료가 쌌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