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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Tempus Edax Rerum

권위주의 체제와 한국 남성들의 내면세게 권위주의 체제의 문제는 단지 정치권력의 집중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심성구조에 심대한 정신적 병리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종종 한국 남성들의 권위주의적 성격의 핵심은 그들의 인생이 파란만장한 현실 앞에서 물위에 동동 떠있는 일엽편주처럼 삶의 모든 것이 외부의 힘(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인간으로서 자신의 내면적 가치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만족시키는 감정을 보람이라고 했을 때 한국 남성들의 보람이란 내면적인 것이 아니라 외재적 가치 다시 말해 늘 자신의 존재 바깥에 있는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인들이 체면을 중시하는 까닭을 유교적 봉건주의에서 찾는 분석에 대해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 더보기
자신의 의지로 조국을 선택할 수 있다면? 2005년 6월 취업 포털 잡링크에 따르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국적 포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5.8%가 ‘필요하다면 국적을 포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화여대 학보사가 광복 60주년을 맞아 2005년 9월 이대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출생 전 자신의 의지로 조국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62%의 학생이 선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우파들은 이런 문제를 접하면 "해방전후사의 인식"처럼 좌파(?)들의 자학사관이 우리 청년 세대가 조국의 가치를 낮게 보는 원인이라고 지적(질)하겠지만, 현실로 돌아와 가만히 우리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한 번 돌아보면 그 원인을 금방 찾을 수 있다. 내 자식을 늘 남의 집 잘난 자식들과 비교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자식)는.. 더보기
재벌을 개혁한 대통령, T.루스벨트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는 이상한 사람, 별난 사람도 많이 있었지만 신념이나 정책이 서로 모순된 가운데에도 기묘한 조화를 이루어 결국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이 된 사람도 있었다.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라고도 하는데 바로 그 20세기를 예비한 대통령이 바로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였다. 20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 미국은 오늘날의 중국이 그러하듯 이미 영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당시 생산되던 공산품 가운데 절반을 미국이 생산해낼 정도였다. 문제는 미국이 국가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었어야 할 많은 제도가 미비한 나라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시의 미국엔 소득세도 없고, 독점제한도 없고, 노동3권도 보장되지 않는 나라였다. 오늘날 자선과 복지의 대.. 더보기
관심과 잔소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심과 잔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자신의 잔소리를 관심이라고 착각하는 일도 종종 있는데,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이들을 유심히 살피다보면 나는 그것이 혹시 상대가 늘어놓을지 모르는 잔소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날리는 일종의 예방책, 아이들 말을 빌면 '선빵'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전적 의미로 잔소리란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이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자질구레할 '쇄', 말씀 '언'을 써서 '쇄언(瑣言)'이라고도 한다. 그에 비해 관심(關心)이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를 일컫는 말로 관계할 '관', 마음 '심'을 쓴다. 이때 재미있는 건 '관(關.. 더보기
어느 몽상가에 대한 단상 - 권혁태(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지금 오키나와 유랑 중인 우리 권혁태 교수님(황해문화 편집위원)이 그리워져 오래전에 즐겨찾기 해놓았던 권혁태 선생님의 블로그에 갔더니 블로그 제호가 "몽상가의 세상이야기"라 혼자 빙긋 웃었다. 선생님께 "Jeon Sungwon ^^ 오랜만에 예전의 선생님 홈피를 다시 방문해서 살펴봤어요. 블로그 이름에 들어있는 '몽상가'란 호명 방식을 보며 문득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라고 했더니 "권혁태 Jeon Sungwon '몽상가'라는 호명에서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블로그 다시 할까 생각 중입니다"라고 답을 하셔서 어제 퇴근 무렵에 잠깐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보았다. '몽상가'와 '세상이야기'는 그냥 보면 그럭저럭 어울리는 듯 보이지만 사실 에리히 프롬의 견해를 빌리면 그.. 더보기
정치인 유시민, 자연인 유시민 * 나는 과거의 기억보다 기록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에 대한 기록들을 되짚어 보곤 한다(물론 그와 똑같은 이유에서 나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길 바라지만). 유시민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당분간일지 영원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이제 우리 곁에 정치인 유시민은 없다. 고백컨데 나는 정치인 유시민을 단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였고, 그런 나의 선택에 대해서는 지금 일말의 후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5년 내 홈피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에 퍼날랐던 그의 글을 다시 읽으며, '유시민'이란 한 자연인에게 다시 한 번 연민과 애착을 느낀다. 비록 당신을 같은 편이라 여긴 적은 없으나 종종 당신과 같은 편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왔으므로..... 더보기
정희진 선생의 "쉬운 글이 불편한 이유"를 읽다가... ‘근친강간(가족 내 성폭력)’이라고 써서 원고를 보내면 편집자가 오타인 줄 알고 ‘근친상간’으로 바꾸어, 나도 모르게 활자화되는 경우를 수없이 겪었다. 내가 장애인의 ‘상대어’를 비장애인이라고 쓰면 ‘정상인’이나 ‘일반인’으로 고친 후, “이 표현이 더 자연스럽다”고 오히려 나를 설득한다. 성 판매 여성 혹은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가리켜 불가피하게 ‘창녀’라고 표현할 때가 있는데, 작은따옴표를 삭제해 버린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섹슈얼리티에 대해 논의할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다. 여성과 성에 대한 기존의 의미가 고수되는 것이다. - "[정희진의 낯선사이]쉬운 글이 불편한 이유" 중에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21.. 더보기
당신의 밥상이 기업의 전쟁터란 사실을 알려주는 몇 권의 책 당신의 밥상은 이미 전쟁터다 얼마전 낮은산에서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을 출간했다. 어릴 적 초등학교 다닐 때 내가 무척 좋아하던 책은 이른바 '사회과부도'라는 책이었다. 지금이야 교과서 품질도, 참고서 품질도 좋아져서 컬러도판이 수록된 교과서들이 대부분이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흑백 인쇄물이었다. 아마도 그 중에서 컬러가 많이 들어간 책은 미술책과 이 사회과부도가 아닐까 싶다. 만드는 과정에서도 품이 가장 많이 들어간 교과서가 사회과부도였으리라 생각하는데 지금도 이런 류의 책이 교과서로 이용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엔 이렇게 좋은 교과서 참고용 책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실제 수업에는 거의 활용하지 않아서 쓸 일이 별로 없었다.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 팀 랭 | 에릭 밀스톤 (지은이) .. 더보기
서울대중앙유라시아연구소 교양총서시리즈 그리스인들은 델포이를 세계의 중심, 배꼽(Ompharos)이라고 했는데 아시아 그리고 진정한 세계의 관점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이야말로 '세계의 배꼽'이라는 칭호에 참으로 어울릴 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배꼽이란 결국 모체와 태아 사이의 영양분을 전해주던 탯줄의 흔적이란 의미에서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중앙유라시아연구소가 교양총서시리즈로 사계절에서 펴낸 "신장의 역사-유라시아의 교차로"를 설연휴 기간동안 살짝 맛만 봤는데 역사의 교차로에 묻혀있는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매우 의미있고 좋은 책이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을 아우르는 중앙아시아(신장)의 통사로서 전문가들을 위한 저술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저술로 이 분야의 초심자들은 물론 준전문가들 역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수준.. 더보기
벌레와 오렌지 껍데기와 늙은 개.... 우리들의 자화상!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음을 발견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The Metamorphosis)"의 첫 문장은 이처럼 충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른바 현대소설의 탄생을 알리는 위대한 신호탄이었다고 할 만큼 이 문장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이처럼 충격적인 사실을 무척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어느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음을...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니 자신이 흉측한 벌레가 되어 버린 팔다리를 바라다보면서도 그는 굳어버린 몸으로 자버린 바람에 일어나보니 몸이 약간 결린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기차시간을 놓쳐 갈 수 없게 된 출장을, 이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