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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Tempus Edax Rerum

당신의 밥상이 기업의 전쟁터란 사실을 알려주는 몇 권의 책

당신의 밥상은 이미 전쟁터다


얼마전 낮은산에서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을 출간했다. 어릴 적 초등학교 다닐 때 내가 무척 좋아하던 책은 이른바 '사회과부도'라는 책이었다. 지금이야 교과서 품질도, 참고서 품질도 좋아져서 컬러도판이 수록된 교과서들이 대부분이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흑백 인쇄물이었다. 아마도 그 중에서 컬러가 많이 들어간 책은 미술책과 이 사회과부도가 아닐까 싶다. 만드는 과정에서도 품이 가장 많이 들어간 교과서가 사회과부도였으리라 생각하는데 지금도 이런 류의 책이 교과서로 이용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엔 이렇게 좋은 교과서 참고용 책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실제 수업에는 거의 활용하지 않아서 쓸 일이 별로 없었다.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
팀 랭 | 에릭 밀스톤 (지은이) | 박준식 (옮긴이) | 낮은산 | 2013-01-25 | 원제 The Atlas of Food (2008년)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9646898&start=slayer

하지만 나는 무척 좋아해서 이 책을 마르고 닳도록 보면서 모리타니가 어디에 있는지, 스리랑카에선 무엇이 주로 생산되는지 등을 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사회과부도인 만큼 세계지도를 인구 밀도나 역사, 이념, 종교 등 테마별로 구분하여 수록했기 때문에 세계에 대해 입체적인 인식을 도와주었다. 만약 지금도 이런 책이 나오고 있다면 웬만한 단행본보다 훨씬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낮은산의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이 그런 류의 책이다. 이 책의 테마는 부제 '지도와 그림으로 한눈에 보는 세계의 먹거리 이슈'이다. 한눈에 본다는 것이 이런 책의 최대 장점이지만 한눈에 보도록 만드는 품은 생각 외로 많이 든다.

황해문화 10주년 기념으로 한 장짜리 세계 지도를 만든 적이 있는데 앞뒤로 한 장인 지도를 만드느라 거의 한 달을 고생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실천문학사 편집자들에게 지도를 주고 체 게바라 포스터를 한 묶음 받았던 기억이... ㅋㅋ

먹을거리 문제보다 중요한 문제가 인류에게 있으랴. 아마 그런 이유에서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처럼 한눈에 보는 책 이외에도 상당히 다양하고 재미있는 책들이 많다. 오늘은 그런 책들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한다.

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피터 멘젤 | 페이스 달뤼시오 (지은이) | 홍은택 | 김승진 (옮긴이) | 윌북 | 2008-03-05 | 원제 Hungry Planet: What the World Eats (2005년)


* 국내에 이런 류의 책으로는 거의 최초로 소개된 책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피터 멘젤은 마치 박물학자처럼 세계 각지를 다니며 그들이 무얼 먹고 사는지를 일일이 기록하여 담아내고 있다. 말 그대로 박물지(두루 살폈으나 내용의 깊이는 얄팍한 책)인데 그것이 또한 이런 류의 책이 지닌 한계이기도 하다. 이후 피터 멘젤은 "칼로리 플래닛"이란 또 한 권의 책을 냈는데 이것 역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음식에 대한 책이다. 피터 멘절의 작업들은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데 "우리집을 소개합니다" 같은 책은 정연두의 사진을 이용한 예술작품(상록타워)이 연상되는 책이기도 하다. 정연두의 예술세계는 이번호 황해문화에 서경식 선생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니 참고하시고...

칼로리 플래닛
- 당신은 오늘 얼마나 먹었나요
피터 멘젤 | 페이스 달뤼시오 (지은이) | 홍은택 | 김승진 (옮긴이) | 윌북 | 2011-08-10 | 원제 What I Eat: Around The World In 80 Diets (2010년)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141714



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 | 짐 메이슨 (지은이) | 함규진 (옮긴이) | 산책자 | 2008-04-17 | 원제 The Ethics of What We Eat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080028


* 며칠전 유럽에서 말고기 햄버거 파동이 일어났는데 아마 누구도 어떻게 해서 말고기가 햄버거 패티가 되었는지 알아낼 수 없을 거라고 예상한다. 그만큼 식품 유통 아니 공장에서 찍어내는 식품 재료의 출처나 위생을 담보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식품의 세계화로 인해 우리들도 이런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내 책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의 자매품이라고 해야하나? ㅋㅋ
인터넷으로 "누가 우리의~"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늘 함께 뜨는 책이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이다. '일과 밥' 딱 한 글자 차이인데 말이다.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 식량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카길’의 음모를 파헤친다!, 한국판 보론 증보 개정판
브루스터 닌 (지은이) | 안진환 (옮긴이) | 시대의창 | 2008-05-23 | 원제 Invisible giant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401064


* 이 책은 식량을 통한 세계 지배,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종자(씨앗)전쟁이자 유전과학을 이용한 식품산업을 이끌고 있는 다국적기업 카길을 중심으로 세계 식량산업, 아니 인류 생존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무겁고 무서운 책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메커니즘을 살피기 좋은 책이 있는데 매리언 네슬의 '식품정치'란 책이다. 이 책 서평을 청탁 받아서 써주었는데 거의 반년이 다 되어가도록 원고료를 받지 못한 책이기도 하다. ㅠ..ㅠ

식품정치
- 미국에서 식품산업은 영양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매리언 네슬 (지은이) | 김정희 (옮긴이)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1-09-15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417445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좀더 묵직하고 학술적인 책이란 점을 참고하시고 천천히 일독해보시면 당신의 밥상이야말로 전쟁터란 사실을 깨우치게 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