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운전하는 다마스를 타고 함께 한계령을 넘어 놀러갔던 추억도 있고, 언젠가 이 차를 구입해서 조그만 일인용 캠핑카로 개조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는데 단종된다니 아쉽다.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가 올해말 단종되는데 지금까지 이 차량들을 이용해 먹고 살던 영세상공인들의 대안은 앞으로 오토바이 또는 농기계로 분류되어 도심운행에 제약이 있는 이른바 사발이 오토바이 정도 말고는 없다는 뜻이 된다. 울며 겨자먹기로 이런 류의 장비를 운용해야 하는 영세상인들(예를 들어 세탁소 같은)이 비바람은 물론 폭서와 한파를 고스란히 온 몸으로 견뎌야 한다는 뜻이라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가 이른바 환경오염을 줄여주는 매연저감장치 장착비용 때문에 단종시킨다는 명분도 문제다.
매연저감장치를 강제하는 규정이 세워진지 이미 몇 해가 지났건만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건 어차피 퇴출시킬 계획이었다는 뜻이고 명분은 환경오염이지만 결국 그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많은 매연을 뿜어낼 2행정 탈거리(오토바이 같은)로 전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 업체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그 나라 국민들 중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반드시 그런 종류의 차가 필요한 나라 국민들은 그런 차를 가질 수 없다는 건 아이러니다. 그런 점을 놓고 보더라도 국가에서 경승용차는 물론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한 경상용차 개발과 이용을 촉진하는 등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자동차 정책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굳이 단종된다는 경상용차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소비자가 존재하는데도 규모의 경제를 해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강제되는 지점에서 기업(생산업체) 역시 수익 논리에 떠밀려 생산되지 않거나 사라지는 제품들도 많이 있다. 앞서는 차량 이야기를 했지만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컴퓨터 디스플레이다. 나처럼 문서작업을 위주로 하는 사람에겐 4:3비율의 디스플레이가 좋지만 이런 제품들은 더이상 시장에서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디스플레이 생산기업들이 와이드 비율의 디스플레이만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세계 1~2위의 디스플레이 생산기업이 있는 나라에서(물론 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벌어지는 일들이다.
우리는 생태계나 문화계의 건강을 위해 다양성을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잠시도 떨어져 살아갈 수 없는 시장 생태계에서의 다양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제품, 틈새 제품을 생산하는(특히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이 퇴출되고 대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강제하는 구조에서는 이처럼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상황이 강제되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경쟁논리와 소비자의 권리를 말하지만 그 경쟁논리 앞에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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