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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Tempus Edax Rerum

김동춘 - (서평: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이토록 탁월한 자본주의 문명사

<시사IN>선정한 올해의 책(사회과학 부문) :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이토록 탁월한 자본주의 문명사

김동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 책은 재미있고 유익하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먹을거리, 탈거리, 입을 거리, 즐길 거리에서부터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미디어, 광고, 여론조사, 애니메이션을 거쳐 전쟁에서 사용되는 총, 21세기 문명의 필수품인 석유, 여행 시 반드시 들르게 되는 호텔, 섹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을 지탱하게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책이다.
          



1913년 포드 자동차 공장(위). 헨리 포드(위 오른쪽)는 벨트 컨베이어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였다.

이 책이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오늘 우리 생활에서 극히 중요한 상품들이나 생각이 어떻게 대량으로 공급되기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준다는 점 외에도 그것을 공급자인 사람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서술하기 때문이다. 그냥 총, 석유, 자동차, 코카콜라, 바나나 등 이렇게 상품이나 물건 위주로 서술을 하면 훨씬 딱딱해질 내용도 일생 동안 그것을 고안해서 상품화하고 세계 저 구석에 사는 사람들의 손에까지 도달하도록 만든 기업가 개인의 성공과 좌절의 이야기로 재구성하게 되면 흥미를 더하게 된다. 또한 저자는 모든 소재에 대한 관심을 이끌기 위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영화·소설 등의 장면과 여러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을 연결하고 있어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도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그 ‘물건’들의 추악함도 들춰내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 문명사이자, 문화사이며, 기업사이기도 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현재 자본주의가 꽃을 피운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했으며, 대부분이 기업가이고, 또 그 대부분이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을 무대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은 그 이전의 제국과 달리 총과 칼로 식민지를 정복한 나라가 아니라 상품과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전 세계인을 고객으로 끌어들여 그들에게 자발적으로 자본주의·물질문명·미국을 좋아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미국이 이러한 상품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여기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엄청난 호기심과 새로운 것을 개척하려는 도전정신·창의성·혁신의 열정이 깔려 있었다. 과연 오늘 우리가 먹고 입고 즐기는 것 중에서 현대 문명의 기관차를 이끈 이들의 역할을 빼고서 말할 수 있은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세계 문명을 이끈 기업가들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어두운 점, 이들 기업과 그 기업들이 만든 물건이 세계를 제패하는 과정에서 야만적인 노동 착취, 정치권과의 부도덕한 유착, 식민지 정복, 쿠데타 배후 조종 등 추악한 일이 동시에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 문명의 어두운 점을 함께 조명하며, 오늘의 풍요 뒤에는 어떠한 잔인한 일들이 진행되었는지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위대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 또한 이 거대한 문명의 빛과 그늘의 흐름을 타고 있는 한 행위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시사주간지 <시사IN>은 연말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해 발표하는데 내 책이 2012년 올해의 책(사회과학 부문)으로 선정되었다. 추천위원은 박권일(계간 <자음과 모음R> 편집위원), 박상훈(후마니타스 대표), 변정수(출판평론가), 이권우(도서평론가, 한양대 특임교수), 이현우(서평가, 온라인 필명 '로쟈'), 장동석(출판평론가), 정승일(한국사회민주주의센터 준비위원), 한미화(출판평론가) 


** 앞서 "<시사IN>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 8명의 추천위원들에 의해 걸러진 선정이었다면 내 입장에선 같은 동업자들이라 할 수도 있는 "출판편집자가 꼽은 올해의 책(국내서)" 편에도 선정되었는데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 기쁘다.

별책부록에 수록된 기사 중 일부만 인용해보면...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도 큰 호평

국내서로는 <내가 읽고 만난 일본>(김윤식 지음, 그린비), <욕망해도 괜찮아>(김두식 지음, 창비),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전성원 지음, 인물과 사상사), <사당동 더하기 25>(조은 지음, 또하나의문화) 등이 많이 거론되었다. <내가 읽고 만난 일본>은 원로 국문학자 김윤식 교수의 지적 여정기이자 사유의 자서전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800쪽 가깝게 두꺼운 책인데도 마치 여행기처럼 금세 읽혔다"라고 독후감을 전했다.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는 헨리 포드에서 마사 스튜어트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깊은 영향을 준 사람을 통해 사람과 도시, 삶의 변화를 관찰한다. 필자 전성원 씨는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이며, 블로그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운영자로도 유명하다. 역사학자 한홍구가 "날 보고 별걸 다 기억하는 역사학자라 하지만, 전성원은 그런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꼼꼼한 디테일을 가졌다"라고 말한 것처럼 책의 구성력이 돋보이고 팩트가 디테일하다는 평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다양한 지식을 끌어들여 논리를 펼쳐나간다. 첫 저작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괜찮은 필자를 발견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조은 교수의 <사당동 더하기25>도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탐침한 논픽션이 드문데, 사당동의 변천사를 통해 빈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길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와 <사당동 더하기 25>는 출판 편집자뿐만 아니라 인문.사회분야 전문가 추천위원에게도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