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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Tempus Edax Rerum

관심과 잔소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심과 잔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자신의 잔소리를 관심이라고 착각하는 일도 종종 있는데,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이들을 유심히 살피다보면 나는 그것이 혹시 상대가 늘어놓을지 모르는 잔소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날리는 일종의 예방책, 아이들 말을 빌면 '선빵'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전적 의미로 잔소리란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이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자질구레할 '쇄', 말씀 '언'을 써서 '쇄언(瑣言)'이라고도 한다. 그에 비해 관심(關心)이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를 일컫는 말로 관계할 '관', 마음 '심'을 쓴다.

이때 재미있는 건 '관(關)'이란 한자의 뜻이다. 본래 이 말은 산해관(山海關), "삼국지"에서 관우가 다섯 개의 관문을 지키는 장수를 참하고, 돌파하였다는 뜻, '오관참육장(五關斬六將)' 등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국경(國境)이나 국내(國內) 요지(要地)의 통로(通路)에 두어서 외적을 경비(警備)하며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이나 화물(貨物) 등(等)을 조사(調査)하던 곳"을 의미했다. 우리는 관심이란 말을 잔소리에 비해 대체로 좋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런 의미를 살펴가며 따져보면 관심이란 말 역시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관(關)'이란 한자에는 '관계하다'는 뜻 말고도 '닫다, 가두다, 감금하다, 빗장'의 뜻도 있다. 잔소리란 대체로 상대가 눈에 보일 때 보이는 것, 생각나는 것을 말하고 쏟아내는 것이기 마련이라 시야에서 상대가 사라지면 대개 잔소리도 함께 사라진다. 그러나 관심이란 상대가 보이지 않을 때도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헤아리는 것이기에 이때의 마음은 그 마음을 품은 사람의 상태에 달려있게 된다. 관심이란 마음의 관계를 말하지만 때로 자신의 마음속에 상대를 가두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잔소리도 피곤하지만 관심도 지나치면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관심도 마음의 일이라 좋은 의미에서의 관심이라면 마음을 닫아두지 말고, 당신의 마음속에 상대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열어둘 일이며, 지금의 그가, 그 사람이 하는 일을 헤아려주되 계산하지 않고, 잘 살피되 비난하지 말고, 좋아해주되 넘어서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과 관계 맺는 마음, 좋은 관심(關心)을 품는 법일 게다. 즉물(卽物)하되 대자(對自)할 수 있어야 좋은 관계도 맺을 수 있다. 



에두아르도 아로요(Eduardo Arroyo, 1937 ~)
Gilles Aillaud Looking at Reality through a Hole Next to an Indifferent Colleague

(무심한 동료 곁에서 구멍을 통해 현실을 관찰하는 질 아요,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