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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

"넬슨의 피(Nelson's Blood), 럼(Rum)주" 이야기 럼주, 캡틴큐의 골 때리는 추억 요즘 내가 맛 들인 음료 중 하나가 '모히또(Mojito)'라는 칵테일인데, 시중 카페에서 판매되는 것들 중에는 무알콜음료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본래는 럼주와 민트를 넣어 만든 칵테일로 쿠바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쿠바'하면 떠올리게 되는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음료(칵테일)이다. 이처럼 럼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 중에 유명한 다른 한 가지가 ‘피나콜라다’다. 느닷없이 '모히또'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사실 럼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하면 떠올리게 되는 '칼바도스(Calvados)'가 있듯(조앙 마두가 즐겨 마셨던 사과증류주) 근대 해양소설들을 읽노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술이 바로 뱃사람들의 술인.. 더보기
Q. And babies?(아기들은?) A. And babies. (아기들도.) "많이 힘들어! 많이 힘들어? 우울해! 우울해? 고민있어요! 고민있어요?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당신의 물음표 하나가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라고 하는 이 광고를 들어본 사람들도 제법 있으리라. 이 광고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공익광고로 제작한 것인데, 이 라디오 CM을 들을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있어서 올려본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과거 내가 베트남전에 대해 공부할 때 처음 만났을 - 아마도 베트남전의 부도덕성에 대해 깨우치게 만드는 여러 사건 중 -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이 미라이 학살 사건이었으리라. Q. And babies?(아기들은?) A. And babies. (아기들도.) 이 포스터는 예술 노동자 연합(Art Workers Coalition)의.. 더보기
단상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김창남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공부란 콩나물을 기르는 일과 같아서 구멍난 시루에 매일같이 물을 주면 물이 다 빠져나가지만 그래도 콩나물은 자란다고 하셨었지. 공부란 '스며듬'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1.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일화를 사람들은 지음이란 두 글자로 기억한다. 백아가 거문고를 들고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을 타면 종자기는 옆에서,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구나"라 하였고,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는 것 같구나"라며 감탄해 마지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다음 다시는 거문고를 .. 더보기
중공군 유해 송환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까? 반가운 비를 몰고 온 손님, 박근혜 대통령 내정 때문에 위기를 맞은 정권은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법이다. 경제문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 남북관계 파탄, 국정원 정치개입, 정상회담 기록 공개 등 최악의 상황에 부닥친 박근혜 정부가 방중 외교에서 성과를 내고 싶은 조급증에 시달리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방중 이전부터 정권 출범 갓 100일을 넘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용비어천가는 중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다는 식의 언론보도는 이번 방중 외교에 대해 청와대가 걸고 있는 기대를 반증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중 외교의 성과와 질이 예상처럼 대단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우리 언론이 과소평가 또는 푸대접을.. 더보기
한 글쟁이가 가고 새 글쟁이가 왔다 - 신순옥, 남편의 서가 한 글쟁이가 가고 새 글쟁이가 왔다 /신순옥 지음/북바이북 펴냄 [302호] 2013년 06월 24일 (월) 10:22:26 전성원 ( 편집장) 신간 서평을 하면서 출판평론가 최성일과 나의 인연을 펼쳐놓는 것은 남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와 내가 호형호제한 일도 없거니와 두 사람이 만난 것도 어른이 된 뒤의 일이며, 우리는 그야말로 일로 만난 사이였기 때문이다. 살면서 뒤돌아보니 새삼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울해지는 날이 꽤 많았다. 오래된 고향 친구, 같이 학교에 다닌 친구들이 없지는 않으나 1980년대 내가 만났던 책들과의 인연이 그러했듯 시대가 험난했던 탓에 서로 소식을 주고받지 못하여 저절로 스러진 인연들이 있었고, 사랑에 굶주렸던 탓에 우정으로 만나 .. 더보기
아버지의 역사는 무엇입니까 - 고경태, 대한국민 현대사 아버지의 역사는 무엇입니까 [301호] 2013년 06월 14일 (금) 23:46:57 전성원 ( 편집장) 2012년 8월 내 나이 마흔셋에 처음으로 단독 저서()를 썼다. 그 책을 펴내기 전에도 나는 글쟁이였고, 편집자였고 공저자였지만 그냥 아는 사람들만 아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 책을 낸 뒤라 해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나마 내가 쓴 책 한 권 있다는 점이 남들에게 나란 사람을 다르게 볼 이유가 된다는 것을 20여 년 가까이 책을 만들며 사는 동안에는 미처 실감하지 못했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게도 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이 책이 지닌 뜻 깊은 속이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는다. ‘아버지의 스크랩으로 본 현대사 1959~1992’라는 설명까지.. 더보기
김혜린의 『테르미도르』: 공화국이 위기에 처했다. 민중이여, 일어나라! "공화국이 위기에 처했다. 민중이여, 일어나라!" - 김혜린의 『테르미도르』 세 가지 색(블루, 화이트, 레드)과 줄르, 유제니, 알릐느 김혜린의 『테르미도르』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순정만화 전문잡지 를 통해 발표되었던 만화를 다시 엮은 복간본 만화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예술 장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만화만큼 성별분업(性別分業)이 확실한 장르도 드문 편입니다. 순정만화란 카테고리는 그 자체로 여성들만 보는 작품이란 뜻으로 받아들여지니까요. ‘앤서니와 테리우스’로 표상되는 순정만화 특유의 캐릭터들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순정만화란 호명 속에는 여류 시인이란 호명이 지닌 문제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김혜린의 『테르미도르』는 순정만화라고 하기보다는 작품의 주제나 소재 면에서.. 더보기
참 재미있는 나라, 대한민국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백사 이항복은 어려서부터 재기가 넘치는 인물이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매우 불운했다. 그의 나이 9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16세에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고아가 된 신세였지만 이항복의 나이 19세 때에 그의 재능을 높이 산 당대의 권신 권철은 아들(권율)에게 시켜 손녀사위로 삼도록 했다. 아마도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일화 - 실화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 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그의 옆집에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영의정 권철이 살았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는 영의정의 지위가 높다보니 그의 집 하인들도 기세가 등등하여 함부로 굴었다. 이항복의 집에는 해마다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가 한 그.. 더보기
스베냐 플라스푈러의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그래서 야근한다!" [프레시안 books]스베냐 플라스푈러의 '노동'을 '섹스'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스베냐 플라스푈러(Svenja Flasspöhler)의 (장혜경 옮김, 로도스 펴냄)는 현대사회의 노동이 더 이상 먹고살기 위해 의무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즐기거나 즐길 수 있는 모든 향락을 압도하는 노동으로 새롭게 위치되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막스 베버로부터 한병철의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에 이르는 여러 문헌들을 인용해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방출장 중에도 틈만 나면 이 책을 꺼내 읽으며, 나 자신이 저자가 말하는 향락 노동자가 아닌지 고민하는 한편 저자가 펼쳐놓은 다채로운 지식의 향연, 다른 말로 촘촘한 요설(饒舌)들을 .. 더보기
한반도의 밤하늘에서 펼쳐진 프롭전투기들의 사투 한반도의 밤하늘에서 펼쳐진 프롭전투기들의 사투 나는 항공기 매니아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뭐는 매니아가 아니냐는 반문이 스스로 들어서 좀 웃었다. 얼마 전 백일장을 치른 뒤 백일장 심사가 있었는데 김영승 시인이 오더니 반갑게 웃으며 당신도 항공기 매니아인데 내 블로그를 즐겨 보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약간 겸연쩍은 적이 있었다.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김영승 선생과 항공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봐도 재미있을 듯 싶다. 어쨌든 난 여러 방면의 매니아이지만 그 중에서 '항공기도 매니아'인데, 항공기 중에서도 특히 프롭(프로펠러)기 매니아다. 프롭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현재는 전쟁 무기로서의 효용 가치가 없는 종류라 정말 순수하게 좋아한다고 말해도 내 양심에 그렇게 걸리진 않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