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문학

조지 오웰- 동물농장 █ 동물농장, 회의주의자 벤자민 보다 복서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1903년 6월 25일, 당시 인도의 식민지였던 벵골의 모티하리에서 식민지 하급관리의 아들(본명은 Eric Arthur Blair)로 태어난다. 그의 탄생일이 기묘하게도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작가 오웰은 우리나라에 많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6.25에 태어나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 사망했고, 1945년 출간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동물농장(Animal Farm)』이 외국어로 옮겨져 소개(1948년, 김길준)된 최초의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한국이 냉전의 최전선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해외정보국(VSIA)은 19.. 더보기
이현배 - 흙으로 빚는 자유:옹기장이 이현배 이야기/ 이현배/ 사계절출판사(2000년) 우리말에서 "옹"이란 말은 별도로 정한 바 있는 접두사는 아니다. 그러나 "옹"이 붙는 표현들은 "옹골지다", "옹골차다"와 같은 형용사에서 볼 수 있듯 '실속이 있는 것', '내용이 충실한'과 같은 느낌과 뜻으로, "옹기옹기", "옹기종기" 등과 같은 부사에서 느낄 수 있듯 따듯한 정감이 느껴지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물론 "옹고집(壅固執)"이나 "옹졸하다(壅拙)"와 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도 없지는 않으나 그것 역시 악하거나 나쁜 느낌이기 보다는 민화에서 장난스럽게 표현되는 도깨비 같은 느낌이다. 이렇듯 우리 말표현에서 접두사 아닌 접두사처럼 사용되는 "옹"이란 말이 그릇으로서의 "옹기(甕器)"에서 비롯된 것인지 과 같은 "옹"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고, 학술적으로 연원을 따져물을 재.. 더보기
조태일 - 국토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는 창비시선 중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 중 하나는 조태일 선생의 "국토"가 아닐까 싶다.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 비닐 커버가 달린, 판권란 밑에 박힌 정가는 500원이었던 그의 시집. 사실 조태일의 시는 지사적 풍모와 선굵은 활동 탓에 오랫동안 남성적인 시세계를 가진 것으로만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 시인의 시세계와 삶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를 대표하는 연작시로 손꼽히는 "國土"와 "식칼論" 등은 그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좀더 확고한 것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식칼론 2 ―허약한 詩人의 턱 밑에다가 뼉다귀와 살도 없이 혼도 없이 너희가 뱉는 천 마디의 말들을 단 한 방울의 눈물로 쓰러뜨리고 앞질러 당당히 걷는 내 얼굴은 굳센 짝사랑으로 얼룩져 있고 미움.. 더보기
김수영 - 김수영 전집/ 민음사/ 2003 1. 시인 김수영(金洙暎 , 1921.11.27~1968.6.16)은 밤새 술을 마시고 깨어나는 아침, 뱃속으로 시냇물이 졸졸 흘러가는 그 느낌을 사랑했던 시인이었다. 그는 공복상태에서 오는 정신의 맑음, 답답했던 머릿속을 헤집고, 맑은 물이 담긴 세숫대야에 한 두 방울 씩 떨어져 퍼지는 코피의 핏물처럼 비록 피를 흘린다한들 그 순간의 상쾌함, 정신의 맑음을 흠모한 시인이었다. 개인적으로 어느 시인을 좋아한다는 것은 연예인이나 영화배우 혹은 가수를 좋아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일 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가 책을 구입하는 선택이 자본주의적 상품의 유통경로 중 가장 이성적인 판단에 기대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외모가 아니라 그의 깊고 넓은 정신을 흠모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김수.. 더보기
조세희 - 침묵의 뿌리 / 열화당 조세희 - 침묵의 뿌리, 그 20년의 역사 좋은 하느님 나는 어떤 때 매를 맞는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하늘을 보며 "나는 죽고 싶어요, 죽여주세요 하느님" 하며 운다. - 5학년 도미숙 조세희 선생의 『침묵의 뿌리』에 대해 서평 혹은 리뷰를 올리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 그건 이 책이 내게 아무런 영감도, 감흥도 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서평 혹은 리뷰란 말로 재단될 수 있는 글을 나는 이 책에 대해 감히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리뷰 혹은 서평이 적은 까닭, 이 책이 지난 20여 년간 절판되거나 품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 조세희 선생 자신이 워낙 적은 작품을 썼으나 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절판되지 않았다 - 다시 말해 수많은 이들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 -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문학과지성사/ 2000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파블로 네루다 지음, 고혜선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0년 "여명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한 우리는 찬란한 도시로 입성할 것이다." -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파블로 네루다가 인용하며 말한 랭보의 시구 파블로 네루다. 시인을 추억하는 방법은 많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그 시인의 시를 마음에 품는 것이다. 내년(2004년)이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나간 것이 지난 1973년이었으므로 오래되었다면 약간 오래되었고, 최근의 시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최근에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이 된다. 그러나 그가 언제 태어났건, 그가 언제 죽었건 간에 그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그가 영원한 청춘의 시인이었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그의 시를 마음에 .. 더보기
나카지마 아츠시 -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다섯수레, 1993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 나카지마 아츠시 지음/ 명진숙 옮김/ 이철수 그림/ 신영복 추천·감역 / 다섯수레/ 1993년 책을 읽다보면 가끔 문학평론가 김현의 한탄스런 독백이 떠오르곤 한다. 세상엔 매일같이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책을 평론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평론가로서 자신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은 한계가 있으니 이를 어쩔 것이냐는 것이 그의 한탄이었다. 물론 김현은 이 부분을 능숙하게 변명하고 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성실함에 대해서야 누군들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의 초판이 나온 것은 지난 1993년이고, 내가 구한 것은 2002년 4판째의 것이다. 거의 10년에 걸쳐 모두 4판을 인쇄했으니 결코 많은 부수가 팔린 책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