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구두

세상은 속고 싶어 한다(Mundus vult decipi)- 2007년 08월 03일자 <경인일보> 지난 7월 19일 한나라당은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정당사상 최초로 진행했다. 비록 정책대결보다는 상대 후보의 흠결을 따지는 네거티브 방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 있었지만, 정당 스스로 후보의 정책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후보들이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부인으로 일관해 아무 것도 검증하지 못한 면피용 부실청문회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검증청문회가 있던 다음날 퇴근길에 한 라디오 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에 대한 양측 대변인의 열띤 토론을 들었다. 평범한 시민들도 전화 참여를 통해 각자 의견을 제시했는데, 청취자들은 청문회에 대.. 더보기
바나나와 문화다양성 협약 - 2007년 06월 08일자 <경인일보>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공중목욕탕에 다녀온 뒤 동네 슈퍼에서 얻어먹는 바나나우유만큼 달콤한 기억이 또 있을까. 당시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란 노래가 있었던 것처럼 바나나는 당도가 높고, 맛있는 과일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바나나 1개(100g 기준)에는 93Kcal의 열량과 단백질 1.1g, 지방 0.1g, 당류는 22.5g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비만의 요인이 되는 과당은 사과, 포도의 30%에 불과해 다이어트용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밖에도 무기질과 칼륨의 보고이며, 소화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에 노약자들의 보양식, 아기들의 이유식으로도 즐겨 사용된다. 그런데 이 맛좋은 과일의 대명사인 바나나가 향후 10년 이내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 더보기
우리시대 아버지의 초상 - 2007년 05월 11일자 <경인일보> 2007년 5월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의 트렌드는 재벌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납치사건과 구태여 연관짓지 않더라도 '아버지'다. 지난 4월 배우 송강호를 앞세운 영화 '우아한 세계'의 개봉 이후, 박광수 감독의 신작 '눈부신 날에', 배우 정진영이 출연한 '날아라 허동구', 배우 이대근의 캐릭터를 활용한 '이대근, 이댁은', 장진 감독의 '아들', 최근 개봉 예정인 '성난 펭귄', '마이 파더', '귀휴'까지 8편에 이르는 영화들이 모두 아버지를 주제로 삼고 있다. 바야흐로 아버지 전성시대다. 5월이 가정의 달이므로 가족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된다고 치부하기엔 편수가 너무 많다. 어째서 이 같은 기현상이 빚어지게 된 것일까? 사실 아버지들의 잦은 스크린 외출이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2004년 개.. 더보기
부평 얼짱 윤주현을 아십니까? - 2007년 04월 13일자 <경인일보> 지난 3월 30일 요미우리와 요코하마의 시즌 개막전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팀이 1-2로 뒤진 4회초 통쾌한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홈런 아시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려 이른바 '승짱'이란 애칭까지 얻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지닌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어 순위 1위는 이승엽도, 승짱도 아닌 '부평 얼짱 윤주현'이었다. 부평 얼짱 윤주현이 누구이기에 이승엽의 개막전 홈런 소식을 누르고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평 얼짱 윤주현은 실체가 없는 인물이다. 본인이 그 부평 얼짱이라고 자임하고 나서는 이가 있거나, 설령 부평에 살고 있는 실명 윤주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 검색어 순위에서 1.. 더보기
재현된 전쟁의 표면과 재구성해야 할 전쟁의 진실 사진가 4인이 바라본 전쟁의 표면 - 성남훈, 이상엽, 이성은, 노순택 2007. 5.2. ~ 6.19(5.24 휴관) 평화공간 SPACE*PEACE 주최: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재현된 전쟁의 표면과 재구성해야 할 전쟁의 진실 영구혁명은 하나의 유토피아지만 영구전쟁은 하나의 현실이다. 1914~1985년 사이에만도 주요한 전쟁을 꼽자면 제1차 세계대전, 모로코전쟁, 스페인내전, 제2차 세계대전, 인도차이나전쟁, 베트남전쟁, 알제리전쟁, 소위 '냉전' 등이 벌어졌다. 전쟁은 언제나 인간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영웅적인 기억과 치욕스러운 기억 그리고 인위적으로 재구성된 기억, 남을 죽이도록 명령받거나 허용된 끔찍한 순간 또는 살인의 면책을 부여받은 순간 등이 뇌리에 잡은 것이다. - 제라르 뱅상.. 더보기
염쟁이 유氏 사회, 문화와 예술 전방위적으로 살펴보고 기획하여 청탁하고,잡지를 만들고, 때때로 글을 쓴다. 그것이 나의 직업이다. 잡지(雜誌)쟁이... 그게 나의 직업이고, 나는 그 직업을 천직으로 여긴다. 초등학생 때 나는 스파이가 되고 싶었다. 스파이가 되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잘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나는 무슨 일이든 관심을 가졌고, 잡학다식하여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퀴즈왕에 나가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스파이를 꿈꾼 아이가 자라서 퀴즈왕이라니... ^^;;; 스파이도 퀴즈왕도 해본 적이 없지만 대신에 현실적으로 나의 천성과 부합되는 일이 서양에서는 매거진이라 하고, 동양에서는 잡지라 부르는 매체의 편집장이 되었다. 매거진이란 말보다 잡지란 말이 이 매체의 성격을 실천적으로, 내용적으로 잘 규정.. 더보기
이시카와 타쿠보쿠 시선 - 민음세계시인선 55 백석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시인 이시카와 타쿠보쿠(石川啄木, 1886 - 1912)의 시집이다. 지금은 죽어 일본 하코다데에 묻혀 있는 시인. 교사 신분으로, 학교개혁을 위해 학생들을 선동하였다는 죄목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시인이었다(당시 일본은 국가적으로는 부국강병주의가, 사회적으로는 개인주의가 팽배했다. 말이야 '개인주의'였겠지만 '국가'가 강조되던 시기의 사람들로서는 자신의 내면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고통스러웠던 '근대의 기억'은 일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근대화 역시 그들 사회의 내적인 필연성이나 필요에 의한 요구에 의해서 이룩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페리 제독이라는 외세의 압력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도쿄에서 열린 극동군사.. 더보기
뉴미디어 시대의 청소년문학- 오늘의 청소년들은 무엇을 읽는가(계간 <청소년문학>, 2006년 가을호) 뉴미디어 시대의 청소년문학 - 오늘의 청소년들은 무엇을 읽는가 들어가며 - 뉴미디어 시대의 신인류, 청소년 우리 젊은이들은 사치를 너무 좋아한다. 그들은 버릇이 없고 권위를 무시한다. 그들은 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며, 교훈 대신 잡담을 좋아한다. 젊은이들은 또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손님 앞에서 떠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그들의 선생 앞에서 횡포를 부린다. 특별히 부연설명을 달지 않는다면 위의 말을 누가, 언제 한 것인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기원전 5세기 경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이 말은 세대갈등이 존재하는 한 수없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 더보기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미완의 시대에…. 내 마음의 모래바람에게 : 세 번째 편지 -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미완의 시대에…. 오늘 아침 회사에 출근해 보니 에릭 홉스봄의 자서전 "미완의 시대"가 도착해 있더군요. 아는 어떤 사람에게 떼써서 얻어낸 책입니다. 어제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기자 세 사람, 학자 한 명, 그리고 이 책 "미완의 시대"를 보내준 친구 한 명을 만나서 '히레사께' 한 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누군가 바람구두는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더군요.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는데, 경험적으로 알게 된 진실 가운데 한 가지는 최소한 저란 사람이 저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그리 관대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어떤 유명한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원근법의 마술은 참으로 대단해서 멀리서 보면 훌륭하.. 더보기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 안토니오 그람시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시기이다. - 안토니오 그람시 어떤 분이 제게 '망명과 유배'란 말은 결국 '강요된 여행'의 다른 말이 아니냐고 되물은 적이 있습니다. 일견 맞는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망명과 유배, 그리고 감옥살이는 거주지의 이동이 제한되어 있고 혹은 특정한 시공간에 사로잡힌다는 차원으로 보자면 여행이랄 수 없겠지만 우리가 여행을 단지 낯선 풍경에 대한 포획(capture)의 차원이 아니라 또 다른 시공간에 놓인 나, 즉 자아를 발견(detection)한다는 점에서 감옥은 유형을 거친 이들의 우울한 회고처럼 '거대한 학교'일 겁니다. 그들처럼 오랫동안 자신과의 대면을 강요받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겠죠. 저는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얻고, 새로운 것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