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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인천대교의 아름다운 교훈 - <인천일보>(2008.12.22.) 인천대교의 아름다운 교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인천 시민들에게 인천대교 상판 연결은 특별한 감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인천대교는 인천 앞바다를 가로질러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를 잇는 다리로,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할 예정이다. 인천대교는 왕복 6차로에 총길이 21.270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이며, 800m에 이르는 주경간 폭은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주탑의 높이는 국내 최고 높이인 63빌딩 보다 10m 낮은 230.5m이고, 선박이 주로 통항하게 될 교량과 수면의 높이는 74m에 달한다. 2009년 10월 개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인 인천대교는 동북아중심국가로 성장해나갈 대한민국과 인천시를 세계에 널리 알릴 상징물이다. 이 밖에도 인천.. 더보기
현실보다 무서운 교육은 없다 - <경향신문>(2008년 12월 11일) 현실보다 무서운 교육은 없다 나는 고등학교 때 데모를 했다. 대단한 운동권이었던 적도, 민주화시위를 열심히 하기는커녕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기도 힘든데 나중에 들어보니 정보과 형사가 집까지 찾아와 학생이 요즘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후일담이긴 하지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등골이 오싹했다. 주민등록증에 빨간 두 줄이 그어지는 악몽까지 꿨으니 말이다. 나는 남들보다 특별할 것 없는 고교 시절을 보냈지만 그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일은 국민윤리 시간에 선생님 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해서 교무실까지 끌려간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히 겁이 없었거나 눈치 없는 학생이었다. 국민윤리 수업 시간 중에 남북한의 통일 방안에 대해 공부했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북한에 .. 더보기
시민 - 시민운동 - 시민단체 - <인천일보>(2008. 11.17.) 시민 - 시민운동 - 시민단체 경제위기로 시민들의 후원이 줄어들면서 시민단체들은 운영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활동가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경제위기 보다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대표적인 시민단체 중 하나인 환경운동연합의 회계부정사건이 터지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도 있다. 어떤 이들은 최근의 사건들을 정권 차원의 시민단체 길들이기로 보기도 하고, 몇몇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문제의 원인은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데 있다. 시민단체들에 대해 시민 일반이 느끼는 문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오던 것들이다. 우선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다. 시민단체들은 운동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운동을 기획하지 못했고, 시.. 더보기
<책읽는 경향> 파울로 프레이리 - 희망의 교육학 <경향신문>(2008.10.27.) 희망의 교육학 /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교육문화연구회 옮김 / 아침이슬 / 2002년 9월 희망을 말하는 것이 두려운 시절입니다. 거짓된 희망보다는 진실한 절망에서 출발하자고 스스로 되뇔 때마다 과연 나의 절망은 희망보다 진실한지 반문해봅니다. 아시아의 희망,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범적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살아가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우리는 민주화 10년의 경험과 자존심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남보다 더 잘 먹고 잘 살자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논리 앞에서 공동체적 이상과 양심은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과거 우리는 광야에서 신을 발견했지만 신을 죽였고, 계몽을 통해 이성을 깨우쳤지만 근대를 거치며 이성을 불신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역사가 우리를 심판하리라 했지만 역사의 발전은 더 .. 더보기
인천을 평화통일도시로 - <인천일보> (2008.10.13.) 인천을 평화통일도시로 한 달쯤 전인 지난 9월 8일 인천발전연구원 주최로 “죽산의 평화통일론과 ‘평화통일도시 인천’의 지향”이라는 제목의 작은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오랫동안 죽산 조봉암 선생을 연구해온 이현주 박사, 동국대 이철기 교수, 인천학연구원의 김창수 박사가 발제자로 나섰고, 인천의 주요시민문화단체 인사 7명이 토론자로 함께 했던 행사였다.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조만간 인천에서 개최될 도시축전과 아시안게임을 위해 찾아올 세계인들에게 우리 인천이 보여줄 비전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이었다. 속된 말로 ‘명품도시 인천’이란 슬로건으로 세계인들 앞에 서기엔 ‘쪽 팔린다’는 말이었다. 인천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을 설득하고, 더 나아가 감동을 주기 위해선 그만한 .. 더보기
죽산의 평화통일론과 ‘평화통일도시 인천’의 지향 - <인천발전연구원>(2008.9.8) 토론회 일시 : 2008. 9. 8. 장소 : 인천발전연구원 2층 대회의실 주최․주관 : 인천발전연구원 토론문 먼저 인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어윤덕 원장님과 인천발전연구원이 인천이 배출한 정치인이자 평화통일론의 선구자였던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오늘의 이 토론회를 마련해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지난 2007년 9월 대통령소속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195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형당한 조봉암 선생의 명예회복을 결정했으나 그 이후의 후속작업들의 진행이 미진한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천을 대표하는 시민재단으로서 새얼문화재단은 그동안 죽산 조봉암 선생을 명예를 회복하고, 선구적인 평화통일론을 기리는 일련의 사업들을.. 더보기
‘죽임’이 아닌 ‘살림’의 정치 - <인천일보> (2008.09.01.) ‘죽임’이 아닌 ‘살림’의 정치 정권교체기마다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는 TV드라마 중에서 특히 ‘사극’이 큰 인기를 얻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던 1998년엔 드라마 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던 2003년엔 드라마 이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엔 드라마 과 그 뒤를 이어 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권교체기에 사극이 특히 인기를 얻는 까닭은 비록 드라마의 형태이지만 이를 통해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에선 ‘평화적 정권교체’를, 에선 ‘외세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룬 통일의 대업’과 ‘지역화합’에 대한 바람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으로 박정희 정권 시절의 사극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정사(正史)보다는 야사(野史)를 주로 다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 더보기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다리 놓을 교육은 뭘까 - <기전문화예술>, 2006년 9.10월호(통권 45호) 문화예술교육기획Ⅴ_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다리 놓을 교육은 뭘까 도정일·최재천, 『대담』, 휴머니스트, 2005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라는 다소 거창해 보이는 부제이긴 하지만 인문학자 도정일(경희대 영어학부 교수, 비평이론) 선생과 자연과학자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생물학) 선생의 『대담』은 부제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밀도 있는 대화를 책 속에담아내고 있다. 『대담』은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벌인 10차례의 대담과 4차례의 인터뷰를 엮은 책으로 얼마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파동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교류와 문제의식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로 주목받았다. 이 책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서로 다른 담론체계와 배경문화를 가.. 더보기
초콜릿, 권력의 달콤한 유혹 - <창비어린이> 2004년 겨울호(통권 7호) 초콜릿, 권력의 달콤한 유혹 초콜릿 전쟁 - 청소년 문학선 10 | 원제 The Chocolate War (1974) 로버트 코마이어 (지은이), 안인희 (옮긴이) | 비룡소 전교조 문제로 뜨겁던 여름이 지나간 1989년의 어느 가을 나는 모교의 학생회 부회장을 맡고 있던 후배가 수업 시간 중 교사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기 몇 명과 병원을 찾았다. 선배랍시고 찾아간 우리들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들고 간 꽃다발을 병에 꽂아주고, 음료수를 권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들은 만약 네가 원한다면 이 문제를 민주동문회 차원에서 다루도록 애써 보겠다는 말을 해주었을 뿐이다. 그 말을 들은 후배는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며 어머니를 불렀고, 우리는 어머니에게 떠밀려 병실.. 더보기
김해자 - 길을 잃다 길을 잃다 - 김해자 전태일기념사업회 가는 길 때로 길을 잃는다 헷갈린 듯 짐짓 길도 시간도 잊어버린 양 창신동 언덕배기 곱창 같은 미로를 헤매다 보면 나도 몰래 미싱소리 앞에 서 있다 마찌꼬바 봉제공장 중늙은이 다 된 전태일들이 키낮은 다락방에서 재단을 하고 운동 부족인 내 또래 아줌마들이 죽어라 발판 밟아대는데 내가 그 속에서 미싱을 탄다 신나게 신나게 말을 탄다 문득 정신 들고나면 그 속에 내가 없다 현실이 없다 봉인된 흑백의 시간은 가고 기념비 우뚝한 세상 거리와 사업에 골몰한 우리 속에 전태일이 없다 우리가 없다 회의도 다 끝난 한밤중 미싱은 아직도 돌고 도는데 김해자, 『황해문화』, 2005년 겨울호(통권49호) * 내가 아직 ‘바람구두’라 불리기 전에 나는 떠돌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