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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대중문화

세기의 사랑 이야기(살림지식총서 91) - 안재필 | 살림(2004)

세기의 사랑 이야기(살림지식총서 91) - 안재필 | 살림(2004)


앞서 오승욱의 "한국 액션 영화"를 읽고 나서, 화장실에 갈 때 들고 간 책이 안재필의 "세기의 사랑 이야기"다. 화장실 가서 담배 두 대 피워문 동안 다 읽었다고 하면 심한 뻥이겠지만, 변비 있으신 분들은 필경 다 읽고 나올 수도 있겠다. 이유는 두 가지다. 쉽고 재미있으니까. 이 책은 살림지식총서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전체 쪽수가 96쪽이다. 그러므로 맘만 먹으면(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한 시간에 두 번 읽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만 안뜻 봐가지고는 내용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세기의 사랑 이야기"하면 누가 먼저 떠오를까? 왕위를 버린 윈저공과 심프슨 부인의 사랑, 비극으로 끝난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사랑. (글쎄, 누구의 사랑은 세기의 사랑이 아니겠는가?) 대중 사회의 도래 이후 그깟 핏줄에 의한 왕족 나부랑이보다 더 많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이들은 역시 "스타"다. 스타에겐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미지까지 펼쳐진다. 그들은 이미 인간을 초월한 신성(神性)을 지닌 존재로 승화된다.

 

스타에도 여러 길이 있다. 세기의 사랑이라 불릴만한 스타들의 사랑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차드 버튼의 사랑이 있을 테고, 머릴린 먼로의 남성들(케네디, 디마지오, 시내트라, 이브 몽땅 등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지는 몰라도), 나브라틸로바의 동성애인들도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런데 저자 안재필은 음악전문칼럼니스트다. 그래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세기의 사랑 이야기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 그리고 패티 보이드", "시드 비셔스와 낸시 스핑겐", "오지 오스본과 샤론 오스본", "토미 리와 파멜라 앤더슨", "커트 코베인과 코트니 러브",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저스틴 팀벌레이크"의 이야기다. 다시 말해 이 책의 제목은 "팝스타들의 사랑" 내지는 "팝스타들, 세기의 사랑 이야기" 정도가 내용을 설명하기엔 더욱 적당해 보인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 그리고 패티 보이드"의 이야기야 이미 한 세대도 이전 이야기가 되었으니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얘기일 테고, "시드 비셔스와 낸시 스핑겐"("시드 비셔스"라 "비셔스, 비셔스" 이름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그렇다. "카우보이 비밥"의 그 "비셔스"와 같은 이름이다. 역으로 이렇게 들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섹스 피스톨스를 모르는 이들은) 이야기는 이들의 이름을 딴 영화 "시드와 낸시"로도 만들어졌다. 시드 역에는 게리 올드만이 나왔었다. 이 분야의 꽤 좋은 영화로 평가받는다. 오지 오스본은 블랙 사바스와 오지 오스본 밴드를 통해 악명높은 퍼포먼스로 널리 알려진 뮤지션이고, 글래머의 대명사인 파멜라 앤더슨과 헤비 메탈 밴드 머틀리 크루의 토미 리 역시 요즘 신세대들에겐 좀 그럴지 몰라도, 고 바로 윗 세대들은 너무나 잘 아는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그룹 "너바나"의 리드 보컬이자, 또 다른 짐 모리슨이 되었던 "커트 코베인"...그들은 각각 그들이 추구한 음악 세계와 자신의 가치관을 삶과 사랑을 통해 증명해보였다. 대중문화산업의 인큐베이터에서 성장한 브리트니와 저스틴의 사랑 역시 그들 나름으로는 진지한 것이었을 게다. 물론 이 책은 스타들의 연애담 내지는 결혼 생활을 중심으로 다룬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사랑이 결코 그들의 삶과 음악과 다르지 않았음을 잘 드러내준다. 언젠가 이들에 대한 좀더 자세한 책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