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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WORK

'반대를 위한 반대’ 라고요? - <경향신문>(2009.11. 30.)

 

'반대를 위한 반대’ 라고요?



이명박 대통령이 TV에 나와 그간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국민과의 대화’로 풀어보겠다고 했을 때,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민주화 이후 대국민 담화 대신 국민과의 대화는 꽤 여러 차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대통령이 감독, 주연, 조연까지 도맡아서 하는 모노드라마였다. 손석희 교수가 물러난 자리에 대신 주인공으로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1분 질의에 20분간 답변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토해냈다. 물론 그 중엔 대통령도 추운 겨울이면 일반인들처럼 내복을 껴입는다는 새로운 사실도 있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100분간 진행된 ‘대화’는 불도저 대통령의 일방적인 ‘담화’로 채워지고 말았다.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지난 정권들에서도 수질 개선과 홍수 조절 등 여러 가지 하천정비 사업에 해마다 수조원이 들어갔는데, 그때는 반대 안 하다가 지금에 와서 반대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간 수질 관리며 홍수 예방을 위해 찔끔찔끔 예산을 집행해 왔는데 이번에 잘 정비해서 원천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논리다. 얼핏 들어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이 늘 해오던 하천정비 사업이나 서울시장 시절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청계천 사업과 비교될 만한 수준이 아니라 국토환경을 변화시키는 거대사업이란 사실은 쉽게 망각되어 버린다. 게다가 지금까지 홍수가 났던 곳들은 대개 지방하천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보를 만들겠다고 하는 곳은 국가하천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란 말을 즐겨 사용해왔다.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때도 “반대를 위해 반대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한 대통령의 초지일관한 자세를 높이 평가해야 할까. 또 대통령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주장이 간단명료하기 때문에 국민들 귀에 잘 전달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반대가 심한 까닭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실상을 잘못 이해하거나 대통령이 우리 국민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던 미네르바가 구속되었다가 풀려났고, 정권이 바뀌면서 해임되었던 정연주 KBS 사장도 결국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MBC 의 PD와 방송작가는 재판이 진행 중이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이 내보내려 했던 라디오 광고는 두 차례나 방송이 보류되었다. 미디어법 강행 통과 이후 정부의 미디어법 홍보광고는 계속되었지만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광고는 헌재에 의해 심판 중이란 이유로 보류되었다.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는 도처에서 억압받고 있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대화 상대는 아무래도 국민이 아니라 역사인 듯싶다. 그는 여러 차례 인기보다는 소신을, 그로 인해 비난받을 것도 각오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은 정치적 의도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자신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소신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역사의 정의가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책 실패로 국민의 지지를 잃은 정치 지도자들은 곧잘 ‘역사와의 대화’나 ‘역사의 심판’이라는 미명 아래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 왔다. 정책을 추진하는 데만 급급해 국민의 말을 들을 시간조차 없는 대통령의 말에 과연 역사가 귀기울여줄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이와 같은 대통령의 소신과 진정성을 백 번 믿어준다 하더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대통령의 소신과 정책이 어째서 자고 일어나면 표현이 달라지고 내용이 달라지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경향신문>(2009.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