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말이 생겨나기 전
- 문태준
끔찍하다
조그맣게 모인 물속
배를 내 눈앞처럼 달고
올챙이가 헤엄치고 있다
아주 어둡고 덜 어두울 뿐인
둥근 배 속
다리 넷이
한테 엉겨 있다
한 통이다
한 통이 통째로 움직인다
마음 가면 마음이 전부 간다
속으로 울 때
손발이 모두
너의 눈물을 받아준다
너의 몸을 보고
내 몸을 보니
사람이 더 끔찍하다
팔을 밀어넣고
나의 다리를 밀어넣어
저 원적(原籍)으로 돌아갔으면
둥근 배 속
아직은 이별의 말이 생겨나기 전
이별이라는 말에 태동(胎動)이 있기 전
출처 : 현대문학, 2007년, 9월호
*
남진은 <가슴 아프게>란 노래에서 목놓아 노래 부른다. "다앙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쓰라린 이별만은 없었을것을"이라고... 바다야, 이별이 있기 전부터 그곳에 있었으련만 대중가요에서 두 연인 사이를 갈라놓는 탓은 애꿎은 바다가 뒤집어 쓰지만 시인 문태준에게 그 원인은 탄생까지 거슬러 기원한다. 시적인 구성방식이야 초반부엔 '올챙이' 한 마리를 두고 느릿느릿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시인은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간다. 이제 막 네 다리가 분리되어 나올 올챙이에서 사람으로 그리고 영원히 이별이 없을 세계로... 어찌보면 퇴행적인 정서이지만 시인의 마지막 구절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 번이라도 이별의 아픔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거절할 수 없다. 차마 당신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죽었더라면이라고 말하지 못하니 나라도 되돌아갈 밖에... 이별이라는 말에 태동이 있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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