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
100척(尺)이나 되는 장대 끝에 서 있더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시방세계와 내가 한몸이 되어 현하리라.
'백척간두진일보'란 말은 당나라 때 고승(高僧) 장사(長沙) 스님의 말이다. 1척은 대략 30.333...cm이므로 백척이란
330m 높이다. 이 높은 대나무 장대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디면 새로운 세계가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조선시대 거상으로 알려진 임상옥이 중국에 갔을 때 그가 팔려고 가져간 조선 인삼을 헐값에 사려고 상인들이 서로 담합해 구입하지
않고 간만 보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위기에 처한 임상옥은 함께 갔던 추사 김정희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추사는 붓으로 '百尺竿頭進一步'라고만 썼다. 여기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임상옥은 중국 상인들이 보는 앞에서 인삼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이에 놀란 중국 상인들이 임상옥 앞에 엎드려 싹싹 빌어 결국 모두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었다는 고사로도
유명한 말이다.
아침에 쌍용자동차 노동자 고동민의 글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글귀가 이것이었다.
"화단위에서 연행은
이제 안되나보다. 피켓을 들고 앉아있던 쌍용차해고자들을 경찰은 밖으로 밀어내기만 하고있다. 그리곤 경찰에 둘러쌓여 바라보기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화단에 서서 이야기 할 것이다. 우리는 물러 설 곳이 없다고."
애초에 내 생각은 이들 노동자들이 백척간두에 선 듯 위태롭고,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이 사회가 처한 현실이 백척간두란 것이었다.
우리는 아리따운 여성들이 주변에 많은 남자들을 농담삼아 꽃밭에 있다고 하기도 하는데, 지금 쌍용차 노동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꽃밭을 만들고, 다시 그 꽃밭에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하고, 또 꽃밭을 핑계삼아 몰아내려는 이 상황이 너무나 슬프고, 우습고, 또한
위태롭다.
백척간두에 노동자들을 세워놓고 흔들어대는 저 시방세~계들! 이 시방세~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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