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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 2003.02.23. ~ 03.09. 다자이 오사무, 딜런 토마스 이 무렵부터 아카이브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개별 타이틀을 만들기 시작했다. "딜런 토마스"는 아주 초창기에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 다시 읽어보면 글도, 타이틀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무척 사랑하는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사진을 찾아 그의 개인 타이틀을 만들다 느낀 것인데 카메라에 담긴 그의 표정은 거의 언제나 궁색해보인다. 이때의 궁색이란 그가 가난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는 작품이 아니라 실제의 얼굴 자체도 세상을 향해 어떤 표정을 내어보여야 할지 늘 고민하는 흔적이 보인다는 뜻이다. 어쩌면 그의 얼굴은 그가 가지고 있던 여러 카드 패 혹은 가면들 중 하나였을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 - http://windshoes.new21.org/novel-dazai.htm 딜런 토마스 - ht.. 더보기
대문 - 2003.11.26. 어느새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어쩌면 실제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들 마음속에는 오래전부터 핵폭탄 하나쯤, 핵미사일 하나쯤 이미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화가 이현세가 겉으로는 반군국주의를 표방하며 발표했던 "남벌(南伐)"이 1994년, 이때 이미 우리들은 마음속으로 일본을 핵공격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작품 속에서 이현세는 일본에게 모두 12조의 항복문서를 받는다. 그 중 일부만 소개해보면 " 독도와 그 반경 200해리를 완전한 한국영토로 인정한다. 경도 130도에서 140도상, 위도 345도상의 바다를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표기할 것을 명문화하고 이를 전세계에 통보한다. 방어적 개념 외의 자위대 군사기구를 대폭 축소하고 .. 더보기
대문 - 2003.03.22. BGM : John Lennon - Imagine 우리 말 "속절없다"에서 "속절"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사전에도 잘 나와있지 않다. 다만 "속절(俗節)"이란 말은 제삿날을 제외하고도 세시나 추석, 한식, 단오 같이 철마다 조상을 받드는 제사를 의미한다. 예나지금이나 조상님 받드는데 으뜸인 민족이지만 예전에는 한다하는 집안에서는 달달이 돌아오는 '속절'에도 제사를 모셨다. 조상님 받들고자 하는 마음이야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매일반이겠으나 끼니조차 거르는 형편에 속절까지 챙기기 어려웠으리라. 그래서 사람들 중에는 속절에 조상님 모시는 일을 단념하거나 차라리 속절이 없었다면 하고 바랐을 것이다. "속절없이", "속절없다"는 말은 그렇게 나온 말이리라... 미국이 오랫동안 이라크에 금수조처를 취한 .. 더보기
대문 - 2001.08.03. 누가 만들어주었는지 기억이 정확치 않은데... 문화망명지가 처음 생긴지 1주년을 기념하여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기념 배너다. 당시만 하더라도 바람구두연방공화국이라 불렀던 모양? 아니면 그 친구의 실수? 더보기
대문 - 2000.08.07. 두 번째 대문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경로로 만든 대문이었다. 닉네임을 '바람구두'로 정한 것은 좋았는데 그에 합당한 이미지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무척 고심했었다. 지금처럼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몰랐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비가 와도 우산을 들고다닌 기억이 거의 없다. 늘 비를 맞고 다녔다. 아마도 그런 기억이 나에게 "바람구두"의 이미지로 장화를 택하게 만든 건 아닐까 싶다. 더보기
김선우 - 이건 누구의 구두 한짝이지? 이건 누구의 구두 한 짝이지? - 김선우 내 구두는 애초에 한 짝, 한 켤레란 말은 내겐 폭력이지 이건 작년의 구두 한 짝 이건 재작년에 내다 버렸던 구두 한 짝 이건 재활용 바구니에서 꽃씨나 심을까 하고 살짝 주워온 구두 한 짝, 구두가 원래 두 짝이라고 생각하는 마음氏 빗장을 푸시옵고 두 짝이 실은 네 짝 여섯 짝의 전생을 가졌을 수도 있으니 또한 마음 푸시옵고 마음氏 잃어버린 애인의 구두 한 짝을 들고 밤새 광장을 쓸고 다닌 휘파람 애처로이 여기시고 서로 닮고 싶어 안간힘 쓴 오른발과 왼발의 역사도 긍휼히 여기시고 날아라 구두 두 짝아 네가 누군가의 발을 단단하게 덮어줄 때 한 쪽 발이 없는 나는 길모퉁이 쓰레기통 앞에서 울었지 울고 있는 다른 발을 상상하며 울었지 내 구두는 애초에 한 짝, 한 켤.. 더보기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장소현 | 열화당(2000)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열화당미술문고 213』 - 장소현 | 열화당(2000)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잔느 에퓌테른느 굳이 우리나라와 일본만 그런 것은 아니고, 전세계적인 분위기이긴 하지만 미술 사조상 특정한 화풍에 대한 선호도로 따지자면 단연 '인상주의'풍의 그림들이 사랑받는다. 그러나 모딜리아니는 인상주의 화풍에 속하지 않음에도 인상주의 화가들 못지 않은 사랑을 받는다. 1884년 7월12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지방의 리보르노에서 출생한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수없이 복제된다. 누구라도 그의 그림을 보면 자신의 벽 어딘가 액자에 담아 걸어두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만큼 그의 작품들은 사랑스럽고, 따스하다. 작품이 그럴진대 작가의 따스함은 오죽할까. 모딜리아니는 동료와 친구를 비롯해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 더보기
이백(李白) - 산중문답(山中問答) 산중문답(山中問答) - 이백(李白, 701 ~ 762)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閒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왜 산에 사느냐 묻기에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아니했네 복사꽃잎 아득히 물 위로 떠 가는 곳 여기는 별천지라 인간 세상 아니라네. *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당신은 왜 회사 이야기를 집에 와서 하지 않느냐는 아내의 말부터, 친구들에게 당신은 남의 인생상담은 잘 해주면서 자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는 말, 혹은 그래도 당신은 당신 하고 싶은 대로 다하면서 살고 있지 않느냐는 부러움 아닌 부러움을 듣곤 한다. 그럴 때 나는 그냥 웃기만 한다. 내가 이백이라면 별천지, 인간 세상 아닌 곳에 살아서 그렇다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사람 사는 세상이 왜 아니 힘들고, 어려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 더보기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 투우(鬪牛)처럼 투우(鬪牛)처럼 Como el toro -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투우(鬪牛)처럼 죽음과 고통을 위해 나는 태어났습니다. 투우처럼 옆구리에는 지옥의 칼자국이 찍혀 있고 서혜부에는 열매로 남성(男性)이 찍혀 있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이내 가슴 전부는 투우처럼 보잘 것 없어지고 입맞춤의 얼굴에 반해서 그대 사랑 얻기 위해 싸우겠습니다. 투우처럼 나는 징벌 안에서 자라나고, 혀를 가슴에 적시고 소리 나는 바람을 목에 걸고 있습니다. 투우처럼 나는 그대를 쫓고 또 쫓습니다. 그대는 내 바램을 한 자루 칼에 맡깁니다. 조롱당한 투우처럼, 투우처럼. 출처 : 미겔 에르난데스, 양파의 자장가, 솔 * "라틴" 하면 어째서 먼저 '태양'이 떠오르는 걸까. 그 뜨거움이 먼저 내 몸을 달아오르게.. 더보기
100만 원 짜리 다섯 뭉치는 누가 포장했을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할까? 살다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라”는 농담 섞인 충고를 많이 받게 됩니다. 저도 간혹 신참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동네 무당에겐 영험이 없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도 있을 겁니다. 나사렛에서 태어나고 자란 예수는 갈릴리 호수에서 시작한 수많은 기적들을 통해 전 이스라엘에 그의 이름이 알려집니다. 하지만 명성을 얻은 뒤 찾아간 고향 마을 나사렛에서 그는 뜻밖에 냉담한 반응을 겪습니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마을 사람들은 "저게 누구야? 목수 요셉의 장남 예수가 아닌가?"라며 예수를 별로 신뢰하지 않았고, 도리어 갖은 모욕과 조롱을 쏟아댑니다. 이런 일을 겪은 뒤, 예수는 “예언자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배척 받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