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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바람구두의 유리병편지

미군기지 반환과 오키나와 2.

평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조차 자신에게 깊이 스며들어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폭력에 대해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이런 마음은 오키나와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필자는 오카나와인들이 미군기지를 다른 나라로 이전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올 여름까지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운동가조차도 주한미군기지를 다른나라로 옮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오키나와인들은 오키나와 후텐마기지의 이전 반대 연설을 할 때도 이전하려는 헤노코(지명) 가 한반도와 더 가까워 진다. 새롭게 들여오는 헬기가 한반도를 한번에 운항할 수 있다는 것이 기지이전 반대 이유에 들어간다. 한국의 예와 비교하면 참으로 놀라운 차이다. 그리고 그들은 헤노코로의 이전 반대에 인간에게 피해를 주고 바다를 오염시켜 듀공(1995년 워싱턴 조약에서도 보호하도록 결의된 세계적인 희귀동물이다. 깨끗한 물에서만 살며 인간과 친하다. 우리가 흔히 인어라고 부르는 것이 이것이다. )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만든다, 듀공이 살 수 있는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해상기지를 반대하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과 환경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오키나와인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한국과 오키나와 사이에 커다란 커다란 생각의 차이, 그로 인한 운동의 차이와 다른 결과들를 가져온다. 오키나와 소녀 성폭행사건 후 미국을 순회하며 활동한 여성들은 당시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입장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는 정부나 의회 대표도 아닌 보통시민으로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입장에서 대화하였다. 우리는 물론 반미단체도 아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인간으로서 신뢰를 확립하며, 생명을 소중히 간직하는 입장으로 기지와 군대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자세를 취했다."

<중략>

또한 7월 오키나와에서 G-8 정상회담이 있었을 때 아이에서 노인까지, 몸이 건강한 사람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까지, 평화를 바라는 오키나와인 2만 7천 8백여명이 모여 가데나 공군기지를 에워쌌다. 그리고 그들은 외쳤다. '기지와 군대는 필요없다. 오키나와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


이 행동을 보고 한국에서 대표로 초청되어 이 행사에 참가한 50년 넘게 운동을 한 운동가가 이런 말을 하였다. '인간띠잇기를 안하는 것 보다는 하는게 좋지만 이런 것은 수준이 너무 낮다. 미군철수하라고 외쳐야지 이게 뭐냐?'


이러한 차이는 바로 오키나와와 한국이 똑같이 전쟁을 경험하였지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똑같이 미군에 고나한 운동을 해도 오키나와에서는 평화운동으로, 한국에서는 반미운동으로 그러니까 민족운동으로만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전쟁의 경험으로 평화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깨닫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 그 안에 오키나와의 마음이 있다.


한-일 간의 연대, 만들어 가는 평화

일본과의 교류와 연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가끔 국제회의에서 만나는 정도였고 1997년 이후 본격적인 교류와 연대가 시작되었다. 한국의 미군관련 운동가들이 오키나와를 방문하고 오키나와 운동가들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러다가 정기적인 교류와 연대로 발전하였다. 1998년 부터는 해마다 한국과 오키나와를 번갈아가며 '한-오키나와 민중 심포지엄'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12월 2일 오키나와에서 심포지엄을 가질 계획이다. 그리고 연대 초기에는 한국의 몇몇 관련단체만이 오키나와의 평화단체와 연대를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양상이 달라졌다. 폭이 넓어졌다고 말 할 수 있다. 그것은 올 여름 매향리 싸움을 기점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미군관련 운동을 하는 단체가 몇 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대도 소수의 단체만 했지만 올 여름 매향리 싸움에 수십개 또는 백개가 넘는 단체들이 참여하며서 한국에서도 운동의 층이 넓어졌다. 자연히 교류의 폭도 넓어졌다. 이제는 한국의 많은 단체들이 일본과 오키나와의 많은 단체들과 연대하고 있다. 연대는 서로를 상황과 운동을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공동행사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연대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가끔의 연대에서 정기적인 심포지엄이 생겨난 이후 작년부터는 정기적인 평화행사(보름달축제)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각 나라에 대해 서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필자가 일하고 있는 단체와 연대하고 있는 '한-오키나오 민중연대'라는 단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리고 7월 16일 '매향리 폭경장 퍠쇄를 기원하는 한-오키나와 보름달 연대집회'에서 참가자 6명이 구속되자 오키나와에서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였고 기자회견을 하였으며 한국의 외무부에 항의성명을 보냈다. 그리고 다카에수 아사오씨는 오키나와타임즈에 매향리 문제를 다룬 칼럼을 연재하였으며 , 모금을 통해 한국의 일간지에 광고를 개재하여 오키나와의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일본의 운동가는 매향리 구속자의 재판때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대가 계속되고 발전하면서 한국의 많은 민족운동가들도 오키나와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7월 매향리 집회에서 유명한 통일운동가가 이런 연설을 하였다. "내가 예전에는 미군기지를 오키나와로 이전하라고 얘기했는데, 이렇게 오키나와 운동가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이제는 오키나와에도 미군기지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놀라운 연설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었지만 감동적이었다. 연대의 성과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계속적인 연대를 통해 오키나와의 평화의 마음을 배울 수 있고 우리의 운동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 확인할 수 있었다. 오키나와인들은 힘찬 한국운동에서 에너지를 느끼고 배운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

일본 내에서도 오키나와의 마음을 배우고 확산시키려는 노력들이 많다.

해마다 오사카 지역에서도 '오키나와의 정신을 확산시키는 관서지역 집회'를 열고 있는 데 이 집회는 2천 -3천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다. 오사카지역 활동가들은 또 이 집회를 통해 한국의 운동을 지원한다. 모금을 하고 컴퓨터를 사서 매향리에 기증하고, 한국 방문단을 구린다.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세계 어디에서도 군대는 필요없으며 생명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오키나와 정신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유후인(지명)의 활동가들은 작년에 한국에도 없는 '매향리를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해마다 몇번씩의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교류하고, 매향리 주민을 초청하여 강연회도 가지고, 모금운동 들을 통해 매향리를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오키나와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을 지원하고 있다. 연대를 통해 평화의 가치와 실천을 배운 한국의 운동가들도 오키나와의 마음을 여러곳에서 전하며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다양한 사안에 연대하며 지원할 뿐 아니라 유학을 통해 오키나와의 마음과 오키나와 운동을 연구하는 활동가도 생겨났다. 한-일 간의 연대, 서로를 배워가며 평화를 만들어 나간다.


평화를 사랑하는 오키나와의 마음, 이것이 바로 평화로운 아시아,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실마리이고 힘이다.


* 이 글을 읽고 <바람구두> 역시 뭔가 뭉클하면서 반성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대>의 기본 정신은 '함깨 산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의 소감은 어떠신지? 이번 <바람구두연방공화국 문화소식지는 4-1이다. 4-2가 있다는 뜻인데 너무 길어서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다음 번엔 이번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일본만화 몇 편을 너 소개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걸작 중 하나인 <반딧불의 묘>를 중심으로 해보겠다.


그리고 여러분들 중 주한 미군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사이트를 꼭 방문해보세요.

<2000.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