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은 없고 짜장면은 있다.
우선 표기에 관한 것인데 우리 국어사전을 보면 '짜장면'이란 말은 없다. '자장면(酢醬麵)'이라 표기하고 말뜻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식 국수요리의 한 가지. 고기와 채소를 넣고 볶은 중국식 된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만화 <짜장면>(그림: 허영만, 글: 박하)도 그렇고, 안도현님의 <짜장면>(열림원)도 그냥 짜장면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왜 국어사전에 나오는 데로 쓰지 않고 굳이 짜장면이란 표기를 쓸까? 그건 '자장면'이란 단어가 국어학자들에 의해 인위적으로(그야말로 제정된) 정한 표준어인데 반해 '짜장면'이란 말은 우리들이 아주 오랫동안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사용해온 말이자 우리들 가슴속에 있는 추억의 뇌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어학자들은 어째서 우리가 편안하게 사용해온 이 말을 굳이 <자장면>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할까. 여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그대로 자리잡은 탓이 크다. 그건 뭐냐하면 '짜장면은 중국 음식이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엔 짜장면이 원래부터 없었다.(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나?) 중국 대도시 음식점에 있는 짜장면은 원래부터 중국에 있던 짜장면이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것으로 한국에서 건너간 것들이다. 굳이 중국에서 짜장면 비슷한 것을 찾자면 '작장면(炸醬麵, 자쟝미엔)'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을 외래어로서 보고 표기하려 든다면 등소평을 '덩샤오핑'이라고 표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쟝미엔zhajiangmian'이라 표기해야 옳은 것이다.(물론 이 '작장면'이 '짜장면'의 먼 친척 뻘이긴 하지만 우리네 짜장면과는 사실상 다른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 짜장면(酢醬麵)은 초장(酢醬)으로 한자 표기도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식 '작장면'과도 상관없는 국적없는 말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 국어사전에 나오는 이 '자장면(酢醬麵)'이란 말은 '짜장면 혹은 자쟝면, 자장면(炸醬麵)'으로 바꿔 표기해야 옳은 것이다.(그런데도 왜 국어학자들은 '자장면'이란 표기를 고집할까? 그것은 우리 말의 된소리(쌍자음)현상이 국어순화에 반한다는 이유이다.)
짜장면을 우리 민족이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렇다면 우리 민족이 짜장면을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대개 학자들이 추정하기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899년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인(그중에서도 산동지방 사람들이 특히 많았음)들이 우리나라로 대거 이주해 이른바 '화교'라는 특수한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한 때는 1882년 임오군란 후부터 였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임오군란은 구한말 훈련도감의 군인들에게 몇달치씩 봉급을 밀리고, 그나마 나눠준 봉급에 모래 등이 섞여 있는 데 격분하여 일어난 사건으로 결국 청나라와 일본의 군대가 각각 우리나라에 상륙하게 된 사건을 말한다. 이 시기에 청나라 병사 4,000여명과 함께 40여명의 군역상인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1883년 인천항이 서구에 의해 강제 개항되면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인천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짜장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인천에는 비록 쇠락하기는 했지만 '차이나타운'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짜장면은 왜 옛날 맛이 안날까?
중국과 한국간의 퓨전 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세계 각국의 모든 음식이 사실상 퓨전 요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탈리아가 자국이 최초라고 자랑하는 음식인 파스타(혹은 스파게티)도 일설에는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가지고 간 국수가 원조라는 설이 있고 보면 실크로드는 비단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음식도 이어준 것이 된다. 1940년대에 이르러서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의 수는 6만명에 이를 정도로 융성했었다. 그러나 중국 본토가 공산화되고, 우리나라는 전쟁에 휘말리게 되어 화교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되고 곧이어 들어선 박정희 정권은 1976년 화교에 대한 교육권과 재산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정책을 취하며 화교들이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이때부터 화교가 직접 운영하던 중국집(흐흐, 우리는 '중국집'하면 당연히 음식점을 생각하게 되네요.)에서 조수나 배달원으로 일하던 한국인들이 직접 '중국집'을 차리게 된다. 거기다가 이 무렵 '양파값' 폭등이 일어나는 바람에 양파를 주된 재료로 사용하던 짜장면에 감자나 당근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짜장면은 검고, 달아야 한다는 인식 탓에 짜장에 캐러멜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한 짜장면은 정부의 물가안정을 위한 기본 물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그 값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시피 하면서 고급 음식화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 거기에 기계식 면제조기가 나타나면서 예전의 화려한 손놀림 속에 '지압면출(제 마누라는 제 배를 움켜쥐며 이렇게 외칩니다. 만화보고 따라하기 없기)'의 수타식 면발이 사라진 것도 큰 이유가 된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아시고 싶은 분은 영화 <북경반점>을 보세요. 이 영화의 배경 역시 인천 선린동, 북성동 일대에 있는 차이나타운이다. 이 영화에 나왔던 북경반점 건물은 지금도 실제하고 있다.)
짜장면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것 몇 가지
만화 <짜장면> 그림: 허영만, 김재연/ 글: 박하/ 학산문화사
허영만과 박하가 만나면 무언가 재미난 일이 벌어진다. 1947년 여수 출생인 '허영만'은 이두호 선생과 함께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이 그러할 것이지만) 바람구두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이다. 그의 대표작들인 '각시탈, 무당거미, 오! 한강, 아스팔트의 사나이, 날아라 슈퍼보드, 그리고 비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만화는 다른 동년배 만화가들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세대와 세대를 넘어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다.
- 조직원이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처럼 중국집에 뼈를 묻어야 할 운명을 타고난 치얼과 짜장면 머신인 설기를 통해 이 만화는 짜장면을 만드는 법부터 짜장면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물론 그들이 만드는 짜장면에 꿈과 희망과 절망이 짜장처럼 잘 비벼져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 만화 <짜장면>을 보시면 맛있는 <짜장면>이 먹고 싶어진다.
안도현의 <짜장면>/ 열림원
시인 안도현이 별 짓 다한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 <짜장면>을 청소년물로 구분해야할지 소설로 말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안도현의 <짜장면>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한 소년이 양파껍질 같은 자신의 인생의 알맹이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 소년이 노랑머리 철가방(원래 중국에서는 나무로 만든 상자에 배달하던 것이 우리나라에 와서는 철가방이 되었다. 이것도 우리나라만 있는 풍속이다.)이 되어 '만리장성'과 '나이아가라' 사이를 일분만에 주파하는 존재가 되고, 단무지를 한석봉의 어머니보다 균일하게 썰게 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 와중에 미용실 보조 아이와 사랑에 빠졌다 헤어지며 어른이 되어간다는 감동적인 짜장(?)이 있는 것도 당연지사.
그리고 영화 <북경반점(김의석 감독)>과 <신장개업(김성홍 감독)>이 있다. <북경반점>은 평범한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이 있고, <신장개업>은 코믹 호러이니 골라보는 재미를 맛보시길...그리고 중국인들이 만든 음식 영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남녀>인데 이 영화 <음식남녀>가 조금 뜨니까 잡지, 신문에서 음식과 관련한 칼럼에서 마구잡이식으로 이 말을 가져다 쓰는데 사실 이 말에는 나름의 깊은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식생활(食生活)이란 말을 쓰는데, 중국에서는 음식활동(飮食活動)이라고 한다. 중국식 발음으로는 '인스(飮食)'라고 한다.
중국인에게는 음식, 즉 "음식활동은 인간이 음식행위를 하기 위해 마련해둔 체계적인 지식을 둘러싼 모든 행위, 행태, 인식, 신념 등을 두루 포함한다.…<중략>…이 '음식남녀(飮食男女)'란 그 영화에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중구 고대문헌에 등장하는 숙어다. <<예기(禮記)>>의 <예운(禮運)>에는 '음식남녀라는 것은 사람의 큰 욕심이 머무는 곳이다.'라고 했다. 즉, 음식남녀란 먹고 마시는 욕구와 남녀의 성에 대한 욕구를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주영하 지음, 책세상. 2000년)>
그래서 이 말 <음식남녀>에는 인간의 세상사가 모두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하다. 좋은 영화이니 한번 쯤 보시길....
영화뿐만 아니라 노래도 있다.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가 바로 그것인데 난 촌놈처럼 이 노래가 너무 좋았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중략> /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준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라는 노래 말이다. 그외에도 이동하 선생의 『장난감도시』연작 소설집에도 이 짜장면은 <굶주린 혼>편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국물 없는 국수'로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은 <짜장면>에 관한 망명소식을 마쳐야겠다.
추천 만화는 당연히 <짜장면>이고, 기타 추천 만화로는 이와키 히토시의 <기생수>, 카즈미 야마시타의 <천재 유교수의 생활>, 호소노 후지히코의 <갤러리 페이크>,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 <몬스터>, 아카나 슈의 <용오>, 치바 데츠야의 <허리케인 조(일명의 '내일의 조'라고 하지요>, 이두호 선생의 <임꺽정(전 이두호 선생에게 사인받은 것으로 한 권 갖고 있죠)>,<프리스트>,<아일랜드>, 등입니다. 이외에도 많이 있지만 계속 추천하다보면 바람구두는 매일 만화만 보냐고 할까봐서요. 위에서 추천한 일봄 만화들은 대개가 제법 튼실한 사전조사와 내용들로 꾸며진 것들을 추천하고 있으므로 일반 상식을 넓히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두호 선생 다음으로 추천하고 있는 두 권의 만화는 우리나라 작가가 그린 만화들인데 우리 만화의 주목할만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문화인류학자들의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몇 권의 책도 추천해봅니다. 음식을 다루고 있는 만큼 어렵다기 보다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한길사/ 1992
-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주영하/ 책세상/ 2000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음식상식 100가지/한영실/ 현암사/1999
- 음식 전쟁, 문화전쟁/ 주영하/ 사계절/ 2000
이외에도 생각외로 많은 책들이 음식에 관해서 다루고 있군요.
<2001. 7. 24.>
우선 표기에 관한 것인데 우리 국어사전을 보면 '짜장면'이란 말은 없다. '자장면(酢醬麵)'이라 표기하고 말뜻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중국식 국수요리의 한 가지. 고기와 채소를 넣고 볶은 중국식 된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만화 <짜장면>(그림: 허영만, 글: 박하)도 그렇고, 안도현님의 <짜장면>(열림원)도 그냥 짜장면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왜 국어사전에 나오는 데로 쓰지 않고 굳이 짜장면이란 표기를 쓸까? 그건 '자장면'이란 단어가 국어학자들에 의해 인위적으로(그야말로 제정된) 정한 표준어인데 반해 '짜장면'이란 말은 우리들이 아주 오랫동안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사용해온 말이자 우리들 가슴속에 있는 추억의 뇌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어학자들은 어째서 우리가 편안하게 사용해온 이 말을 굳이 <자장면>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할까. 여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그대로 자리잡은 탓이 크다. 그건 뭐냐하면 '짜장면은 중국 음식이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엔 짜장면이 원래부터 없었다.(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나?) 중국 대도시 음식점에 있는 짜장면은 원래부터 중국에 있던 짜장면이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것으로 한국에서 건너간 것들이다. 굳이 중국에서 짜장면 비슷한 것을 찾자면 '작장면(炸醬麵, 자쟝미엔)'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을 외래어로서 보고 표기하려 든다면 등소평을 '덩샤오핑'이라고 표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쟝미엔zhajiangmian'이라 표기해야 옳은 것이다.(물론 이 '작장면'이 '짜장면'의 먼 친척 뻘이긴 하지만 우리네 짜장면과는 사실상 다른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 짜장면(酢醬麵)은 초장(酢醬)으로 한자 표기도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식 '작장면'과도 상관없는 국적없는 말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 국어사전에 나오는 이 '자장면(酢醬麵)'이란 말은 '짜장면 혹은 자쟝면, 자장면(炸醬麵)'으로 바꿔 표기해야 옳은 것이다.(그런데도 왜 국어학자들은 '자장면'이란 표기를 고집할까? 그것은 우리 말의 된소리(쌍자음)현상이 국어순화에 반한다는 이유이다.)
짜장면을 우리 민족이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렇다면 우리 민족이 짜장면을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대개 학자들이 추정하기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899년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인(그중에서도 산동지방 사람들이 특히 많았음)들이 우리나라로 대거 이주해 이른바 '화교'라는 특수한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한 때는 1882년 임오군란 후부터 였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임오군란은 구한말 훈련도감의 군인들에게 몇달치씩 봉급을 밀리고, 그나마 나눠준 봉급에 모래 등이 섞여 있는 데 격분하여 일어난 사건으로 결국 청나라와 일본의 군대가 각각 우리나라에 상륙하게 된 사건을 말한다. 이 시기에 청나라 병사 4,000여명과 함께 40여명의 군역상인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1883년 인천항이 서구에 의해 강제 개항되면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인천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짜장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인천에는 비록 쇠락하기는 했지만 '차이나타운'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짜장면은 왜 옛날 맛이 안날까?
중국과 한국간의 퓨전 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세계 각국의 모든 음식이 사실상 퓨전 요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탈리아가 자국이 최초라고 자랑하는 음식인 파스타(혹은 스파게티)도 일설에는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가지고 간 국수가 원조라는 설이 있고 보면 실크로드는 비단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음식도 이어준 것이 된다. 1940년대에 이르러서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의 수는 6만명에 이를 정도로 융성했었다. 그러나 중국 본토가 공산화되고, 우리나라는 전쟁에 휘말리게 되어 화교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되고 곧이어 들어선 박정희 정권은 1976년 화교에 대한 교육권과 재산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정책을 취하며 화교들이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이때부터 화교가 직접 운영하던 중국집(흐흐, 우리는 '중국집'하면 당연히 음식점을 생각하게 되네요.)에서 조수나 배달원으로 일하던 한국인들이 직접 '중국집'을 차리게 된다. 거기다가 이 무렵 '양파값' 폭등이 일어나는 바람에 양파를 주된 재료로 사용하던 짜장면에 감자나 당근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짜장면은 검고, 달아야 한다는 인식 탓에 짜장에 캐러멜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한 짜장면은 정부의 물가안정을 위한 기본 물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그 값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시피 하면서 고급 음식화하는 길이 막히게 된다. 거기에 기계식 면제조기가 나타나면서 예전의 화려한 손놀림 속에 '지압면출(제 마누라는 제 배를 움켜쥐며 이렇게 외칩니다. 만화보고 따라하기 없기)'의 수타식 면발이 사라진 것도 큰 이유가 된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아시고 싶은 분은 영화 <북경반점>을 보세요. 이 영화의 배경 역시 인천 선린동, 북성동 일대에 있는 차이나타운이다. 이 영화에 나왔던 북경반점 건물은 지금도 실제하고 있다.)
짜장면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것 몇 가지
만화 <짜장면> 그림: 허영만, 김재연/ 글: 박하/ 학산문화사
허영만과 박하가 만나면 무언가 재미난 일이 벌어진다. 1947년 여수 출생인 '허영만'은 이두호 선생과 함께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이 그러할 것이지만) 바람구두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이다. 그의 대표작들인 '각시탈, 무당거미, 오! 한강, 아스팔트의 사나이, 날아라 슈퍼보드, 그리고 비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만화는 다른 동년배 만화가들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세대와 세대를 넘어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다.
- 조직원이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처럼 중국집에 뼈를 묻어야 할 운명을 타고난 치얼과 짜장면 머신인 설기를 통해 이 만화는 짜장면을 만드는 법부터 짜장면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물론 그들이 만드는 짜장면에 꿈과 희망과 절망이 짜장처럼 잘 비벼져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 만화 <짜장면>을 보시면 맛있는 <짜장면>이 먹고 싶어진다.
안도현의 <짜장면>/ 열림원
시인 안도현이 별 짓 다한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 <짜장면>을 청소년물로 구분해야할지 소설로 말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안도현의 <짜장면>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한 소년이 양파껍질 같은 자신의 인생의 알맹이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 소년이 노랑머리 철가방(원래 중국에서는 나무로 만든 상자에 배달하던 것이 우리나라에 와서는 철가방이 되었다. 이것도 우리나라만 있는 풍속이다.)이 되어 '만리장성'과 '나이아가라' 사이를 일분만에 주파하는 존재가 되고, 단무지를 한석봉의 어머니보다 균일하게 썰게 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 와중에 미용실 보조 아이와 사랑에 빠졌다 헤어지며 어른이 되어간다는 감동적인 짜장(?)이 있는 것도 당연지사.
그리고 영화 <북경반점(김의석 감독)>과 <신장개업(김성홍 감독)>이 있다. <북경반점>은 평범한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이 있고, <신장개업>은 코믹 호러이니 골라보는 재미를 맛보시길...그리고 중국인들이 만든 음식 영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음식남녀>인데 이 영화 <음식남녀>가 조금 뜨니까 잡지, 신문에서 음식과 관련한 칼럼에서 마구잡이식으로 이 말을 가져다 쓰는데 사실 이 말에는 나름의 깊은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식생활(食生活)이란 말을 쓰는데, 중국에서는 음식활동(飮食活動)이라고 한다. 중국식 발음으로는 '인스(飮食)'라고 한다.
중국인에게는 음식, 즉 "음식활동은 인간이 음식행위를 하기 위해 마련해둔 체계적인 지식을 둘러싼 모든 행위, 행태, 인식, 신념 등을 두루 포함한다.…<중략>…이 '음식남녀(飮食男女)'란 그 영화에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중구 고대문헌에 등장하는 숙어다. <<예기(禮記)>>의 <예운(禮運)>에는 '음식남녀라는 것은 사람의 큰 욕심이 머무는 곳이다.'라고 했다. 즉, 음식남녀란 먹고 마시는 욕구와 남녀의 성에 대한 욕구를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주영하 지음, 책세상. 2000년)>
그래서 이 말 <음식남녀>에는 인간의 세상사가 모두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하다. 좋은 영화이니 한번 쯤 보시길....
영화뿐만 아니라 노래도 있다.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가 바로 그것인데 난 촌놈처럼 이 노래가 너무 좋았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중략> /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준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라는 노래 말이다. 그외에도 이동하 선생의 『장난감도시』연작 소설집에도 이 짜장면은 <굶주린 혼>편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국물 없는 국수'로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은 <짜장면>에 관한 망명소식을 마쳐야겠다.
추천 만화는 당연히 <짜장면>이고, 기타 추천 만화로는 이와키 히토시의 <기생수>, 카즈미 야마시타의 <천재 유교수의 생활>, 호소노 후지히코의 <갤러리 페이크>,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 <몬스터>, 아카나 슈의 <용오>, 치바 데츠야의 <허리케인 조(일명의 '내일의 조'라고 하지요>, 이두호 선생의 <임꺽정(전 이두호 선생에게 사인받은 것으로 한 권 갖고 있죠)>,<프리스트>,<아일랜드>, 등입니다. 이외에도 많이 있지만 계속 추천하다보면 바람구두는 매일 만화만 보냐고 할까봐서요. 위에서 추천한 일봄 만화들은 대개가 제법 튼실한 사전조사와 내용들로 꾸며진 것들을 추천하고 있으므로 일반 상식을 넓히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두호 선생 다음으로 추천하고 있는 두 권의 만화는 우리나라 작가가 그린 만화들인데 우리 만화의 주목할만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문화인류학자들의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몇 권의 책도 추천해봅니다. 음식을 다루고 있는 만큼 어렵다기 보다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한길사/ 1992
-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주영하/ 책세상/ 2000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음식상식 100가지/한영실/ 현암사/1999
- 음식 전쟁, 문화전쟁/ 주영하/ 사계절/ 2000
이외에도 생각외로 많은 책들이 음식에 관해서 다루고 있군요.
<2001.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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