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솔직히 말해서 요새 신경이 무척 날카롭다. 겨울이 지나갈 동안은 늘 이럴 것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건 나의 본능일까, 후천적으로 체득된 '드러분 승질머리'일까. 어쨌든 그런 탓인지 아내의 잔소리 탓인지 몰라도 일요일 아침 아내의 단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혼자 조용히 아침 밥상을 차려먹은 이 기특한 서방님에게 간만에 일찍 일어나 부엌을 어지럽혔다는 죄목을 뒤집어 씌운 죄많은 '안해(아내)'님과 토닥거렸다. 그리고 두 내외는 오전, 오후 나절을 소식 두절하고 없는 듯이 지냈다. 물론 이 '연애대전'의 전말은 늦은 오후 무렵 부부가 함께 머리를 자르러 가면서(아내는 퍼머를 하고) 이렇다할 휴전 조인식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털갈이를 하고 돌아온 서방이라는 이 묘한 짐승은 아내의 가방에서 삐죽 머리를 내밀고 있는 책 한 권을 들어 두어 시간만에 죄다 읽어버렸다. 오매 재미난 거.... 어쩜 그리 책도 빨리 읽는가? 의문을 품지 마시라. 글자 수보다 등장하는 고양이 수가 조금 더 적을 뿐인 일러스트와 카툰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2003년 문화컨텐츠진흥원 우수기획만화 선정도서라는 다소 길다란 호칭을 담고 있기도 한  이 책 "달나무의 고양이방"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현재는 달나무의 만화홈( http://www.d-al.net )을 운영하고 있는 박수인(일명: 달나무) 씨의 실제 일상을 담은 책이다. 지은이 '달나무'와 길고양이 출신의 미유와 초코봉이란 이름의 '곤양(고양이)마마' 의 이야기이다. 그러고보니 고바야시 마코토의 "왓츠 마이클?(What's Michael?)"이 떠오른다. 글쎄, "달나무의 고양이방"도 일견 고바야시 마코토의 만화와 비슷하다. 때로 고양이가 의인화되어 등장하는 것이나 고양이의 생리에 대해 더할나위없이 자세한 관찰의 결과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 책 "달나무의 고양이방"은 고양이를 기르는 달나무의 육아일기이자, 고양이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에세이, 도시화된 인간과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려(애완)동물들에 대한 생태 보고서이다.

이 책은 거의 첫 부분을 '알면 재미있는 고양이 용어'로 시작한다. 그것은 그간 우리네 삶 속에서 너무나 흔하여 천대받는 고양이(혹은 반려)에 대한 새로운 자리매김을 위한 것이다. 일례로 작가는 '도둑고양이'라는 말 대신에 '길고양이'라는 말을 사용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프롤로그'를 통해 길고양이들의 생애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뒤이어 사적인 에세이 식으로 곤양마마 미유와의 첫 만남 - 본인의 말에 의하면 어미 고양이 품에서 납치해온 - 에 대해 서정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달나무는 고양이 하인', '고양이가 있는 풍경', '에필로그'로 이어진다. "달나무의 고양이방"은 재미있지만, 그것은 단지 고양이를 기르는 한 애완동물 애호가의 수다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박기범의 동화 "어미개, 새끼개"가 추구하는 바와 일정하게 이어져 있다. 달나무는 귀엽고, 애교 넘치고, 애처로운 마음에 길고양이들을 '납치'해 기르지만 이들은 단지 애완동물로서가 아니라 삶의 반려의 지위까지 올라선다. 이 두 마리 고양이는 지은이에게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친구이자,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가족이 된다.  

우리는 이 책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길가에서 흔히 발견하게 되는 길고양이와 다른 소중한 생명들에 대해 애정을 품게 된다. 우리는 그것들이 이 지구상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소중한 생명체임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는 반가우면 꼬리를 내리고, 멍멍이들은 반가우면 꼬리를 들어올린다고 했던가?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인간의 암수가 만나서 평생의 반려로 살아 간다지만 때로 우리들의 대화도 장벽을 만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때로 남편이란 짐생은 길고양이로 나서고 싶다. 아내인들 아니리오. 그러니 우리들은 서로를 열심히 애완하여 살지어다. 그러다보면 절로 반려짐승으로 길들여지지 않겠는가? 흐흐.

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