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축제 ․ 2
- 정현종
눈 깜박이는 별빛이여
사수좌인 이 담뱃불빛의 和唱을 보아라
구호의 어둠 속
길이 우리 암호의 가락!
하늘은 새들에게 내어주고
나는 아래로 아래로 날아오른다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시간의 뿌리를 뽑으려다
제가 뿌리 뽑히는 아름슬픈 우리들
술은 우리의 정신의
화려한 형용사
눈동자마다 깊이
망향가 고여 있다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무슨 힘이 우리를 살게 하냐구요?
마음의 잡동사니의 힘!
아리랑 아리랑의 청천하늘
오늘도 흐느껴 푸르르고
별도나 많은 별에 愁心내려
기죽은 영혼들 거지처럼 떠돈다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몸보다 그림자가 더 무거워
머리 숙이고 가는 길
피에는 소금, 눈물에는 설탕을 치며
사람의 일들을 노래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어니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
일찌기 문학평론가 김현은 정현종의 시세계를 일컬어 "변증법적 상상력"이라고 지칭했는데, 그건 내 알바 아니고, 김현이 정현종의 시에 대해서 한 다음과 같은 말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정현종의 시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의 시를 읽는 즐거움은 즐거움의 없음을 확인시키는 그의 시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시어는 까다롭다. 그의 긴 시에 대해서 나는 독해불능에 빠지거나 도대체 "정현종" 정도 되는 대가니까 이렇게 써도 시가 되는구나 싶은 상황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가령, 그의 시에서는 "~의 ~의 ~의"라는 일상 생활 속에서라면 도저히 쓰일 수 없는 문장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정현종의 시는 쉽게 좋아지거나 친숙해지기 어려운 편인데,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차근차근 읽어보면 나름의 맛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읽기 어렵다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의 시가 특히 매력을 발휘하는 순간은 잠언적인 경구들이 고통의 연장선상에서 레이저광선처럼 직선을 유지하며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이다.
가령,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처럼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어니"라니...
대관절 그걸 모르는 이가 뉘 있으랴만 그것이 앞 뒤의 시어들과 맞물려 기계 톱니 바퀴처럼 돌아가다가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에는 가슴이 저릿저릿해옴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은 이 부분일 것이다.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전체 4연의 시에서 후렴구처럼 따라붙는 이 구절은 축제가 어째서 고통인지 말해준다. 삶을 축제처럼 살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고통에 영혼을 묶이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삶에 일정한 영역에서 축제성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반드시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니까.
- 정현종
눈 깜박이는 별빛이여
사수좌인 이 담뱃불빛의 和唱을 보아라
구호의 어둠 속
길이 우리 암호의 가락!
하늘은 새들에게 내어주고
나는 아래로 아래로 날아오른다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시간의 뿌리를 뽑으려다
제가 뿌리 뽑히는 아름슬픈 우리들
술은 우리의 정신의
화려한 형용사
눈동자마다 깊이
망향가 고여 있다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무슨 힘이 우리를 살게 하냐구요?
마음의 잡동사니의 힘!
아리랑 아리랑의 청천하늘
오늘도 흐느껴 푸르르고
별도나 많은 별에 愁心내려
기죽은 영혼들 거지처럼 떠돈다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몸보다 그림자가 더 무거워
머리 숙이고 가는 길
피에는 소금, 눈물에는 설탕을 치며
사람의 일들을 노래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어니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
일찌기 문학평론가 김현은 정현종의 시세계를 일컬어 "변증법적 상상력"이라고 지칭했는데, 그건 내 알바 아니고, 김현이 정현종의 시에 대해서 한 다음과 같은 말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정현종의 시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의 시를 읽는 즐거움은 즐거움의 없음을 확인시키는 그의 시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시어는 까다롭다. 그의 긴 시에 대해서 나는 독해불능에 빠지거나 도대체 "정현종" 정도 되는 대가니까 이렇게 써도 시가 되는구나 싶은 상황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가령, 그의 시에서는 "~의 ~의 ~의"라는 일상 생활 속에서라면 도저히 쓰일 수 없는 문장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정현종의 시는 쉽게 좋아지거나 친숙해지기 어려운 편인데,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차근차근 읽어보면 나름의 맛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읽기 어렵다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의 시가 특히 매력을 발휘하는 순간은 잠언적인 경구들이 고통의 연장선상에서 레이저광선처럼 직선을 유지하며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이다.
가령,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처럼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어니"라니...
대관절 그걸 모르는 이가 뉘 있으랴만 그것이 앞 뒤의 시어들과 맞물려 기계 톱니 바퀴처럼 돌아가다가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에는 가슴이 저릿저릿해옴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은 이 부분일 것이다.
쾌락은 육체를 묶고
고통은 영혼을 묶는도다
전체 4연의 시에서 후렴구처럼 따라붙는 이 구절은 축제가 어째서 고통인지 말해준다. 삶을 축제처럼 살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고통에 영혼을 묶이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삶에 일정한 영역에서 축제성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반드시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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