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
李商隱
相見時難別亦難 東風無力百花殘
春蠶到死絲方盡 蠟燭成灰淚始乾
曉鏡但愁雲鬢改 夜吟應覺月光寒
蓬山此去無多路 靑鳥殷勤爲探看
서로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이별 또한 쉽지 않고
동풍도 힘이 없으니 모든 꽃들도 시들어 버렸네.
봄누에는 죽을 때에 이르러서야 실을 다하고
초는 재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물이 마른다오.
새벽에 거울을 대하고는 머리칼이 희어짐을 염려하고
밤에 시를 읊고서 달빛이 차가움을 느낀다오.
님 계신 봉래산이 여기서 그리 먼 길이 아니니
파랑새야, 나를 위해 살며시 찾아가 주려무나.
*
예전엔 비가 내리는 날이면, 회색 도시의 골목 모퉁이를 돌아 처마 끝에서 빗줄기 피하는 상상을 많이 하였는데, 어느날부터인가 비오는 날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산사 어귀 잎사귀 커다란 오동나무 어드메쯤 앉아서 빗소리를 완상(玩賞)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늙는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제는 1년 전 세상을 등진 내 젊은 날의 친구가 첫 번째 맞는 기일이었습니다. 당대 말엽의 시인 이상은의 이 시는 연애시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은 "봄 누에는 죽을 때에 이르러서야 실을 다하고 초는 재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물이 마른다오."였습니다. 사람사는 일에 어찌 번뇌가 끊기고, 욕망이 마를 날이 있을까 싶어요.
그것을 즐길 수야 없는 노릇이겠으나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니 견딜 밖에 달리 수가 없습니다. 그립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살았다면 우리가 또 1년에 한 차례나 제대로 만날까 싶기도 합니다. 내게는 함께 87년을 보낸 두 명의 이스크라가 있습니다. 한 명은 지난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른 한 명은 다음주 토요일 결혼을 한다는군요. 두 사람 모두 제게는 너무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한 사람에게는 명복을, 다른 한 사람에게는 축복을 보내야 하는 아이러니... 그것이 인생이겠지요.
"잘가 잘가 지난날의 설레임 이제 내겐 다시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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