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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문인수 - 바다책, 다시 채석강

바다책, 다시 채석강

- 문인수


민박집 바람벽에 기대앉아 잠 오지 않는다.
밤바다 파도 소리가 자꾸 등 떠밀기 때문이다.
무너진 힘으로 이는 파도 소리는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아 너라는 책,

깜깜한 갈기의 이 무진장한 그리움.

*



종종 사람을 책으로 여긴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란 책을 모조리 읽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송두리째 읽고, 외워버리리라.

당신을 책 읽듯, 공부하듯 열심히 읽어내면
당신의 사랑도 얻게 되리라 여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당신은 또 기나긴 글을 이어가십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머나먼 페이지 너머로
파도치듯 끝나지 않을 긴 이야기를 매정하게
잘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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