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를 듣는 아침...
불현듯 브레히트의 이 시가 읽고 싶어졌다. 가끔 전혜린이 잘 이해되는 밤이 있고, 그리고 아침이 있고, 또 한낮이 있다. 과거 자연과학자들은 남성이, 백인이 타인종, 여성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다. 여성은 생태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며, 본래 자연계의 다른 생물들을 살펴보더라도 여성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식의 그런 것들을 입증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 흑인종은 어째서 대뇌가 백인 남성에 비해서도 작은가? 혹은 백인 여성에 비해서도 작은가? 대뇌의 크기가 마치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라도 될 수 있는 양, 초창기 IQ검사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지능지수가 높게 나오는 일이 빈발하자 IQ검사의 문항 자체를 남성에게 유리한 것으로 고친 적도 있다.
사람들은 수학적 진실 혹은 진리를, 과학에도 고스란히 대입시켜 과학도 역시 진실, 진리에 가깝다는 믿음을 오래도록 가져왔다. 그러나 그것도 인간의 일이니 어찌 실수가 없고, 감정이 없으며, 그릇된 판단이 없을까. 오늘날 여성시대 혹은 여성의 입김을 의식한, 아니 전복적인 이라고 해두자. 과학자들은 이젠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생물학적 진실을 찾아 헤맨다. 부디 그 모든 것이 진실이길 바란다. 나역시 오래도록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존재일 것이란 추측을 해왔고, 그런 추측에 과학적인 논리를 제시하고 싶어서 생물학의 몇 가지 근거를 들이대곤 했다. 가령, 어려서 양성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 남성을 제거한 경우가 훨씬 생존율이 높다거나 훗날 성장해서도 성징이 나타날 때도 정상적인 성감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요사이 내 생각은 그렇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생물학적인 우월성을 논하려는 과학들은 과거 남성중심이 과학이 유행에 불과한 것이자, 필연적으로 우생학이 되는 것처럼 이도 그런 혐의가 보인다는 것이다.
어느날 아침...
나는 불현듯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저 싯구가 떠올랐다.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브레히트는 소문난 오입쟁이이자, 바람둥이였다. 그의 보기 드문 연애시는 그렇게 입에 닳고 닳은 허구였을까? 남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은 "당신이 필요해요"다. 우습지 않은가? 필요라니... 소중도 아니고.... 어쨌든 이 남자는 그래서 말년 병장처럼 떨어지는 빗방울도 두려워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필요성을 충족시켜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맞아 죽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그러다 문득 내 생각이 구체적인 누군가에게 미쳤다.
나에게 필요한 사람, 내가 필요하다고 절박하게 외칠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말을 건네 보았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때 나는 느꼈다. 아, 이 .... 이기적인 감정.... 난 당신이 필요해. 필요하다구. 필요해... 정말.... 그 상대방의 이기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날 깍아내고, 희생시켜서라도 너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더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으마. 그 마음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널 위해 날 사랑하마. 너로 인해 내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자 불현듯 눈물이 고였다.
나 당신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아니 당신 때문에.... 당신 덕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군요.... 하고 말이다.
사랑이 과학일 수 있을까? 과학은 사랑일 수 있어도 사랑은 과학일 수 없을 것 같다. 이때 사랑은 과학보다 큰 학문일 테니...까.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를 듣는 아침...
불현듯 브레히트의 이 시가 읽고 싶어졌다. 가끔 전혜린이 잘 이해되는 밤이 있고, 그리고 아침이 있고, 또 한낮이 있다. 과거 자연과학자들은 남성이, 백인이 타인종, 여성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다. 여성은 생태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며, 본래 자연계의 다른 생물들을 살펴보더라도 여성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식의 그런 것들을 입증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 흑인종은 어째서 대뇌가 백인 남성에 비해서도 작은가? 혹은 백인 여성에 비해서도 작은가? 대뇌의 크기가 마치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라도 될 수 있는 양, 초창기 IQ검사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지능지수가 높게 나오는 일이 빈발하자 IQ검사의 문항 자체를 남성에게 유리한 것으로 고친 적도 있다.
사람들은 수학적 진실 혹은 진리를, 과학에도 고스란히 대입시켜 과학도 역시 진실, 진리에 가깝다는 믿음을 오래도록 가져왔다. 그러나 그것도 인간의 일이니 어찌 실수가 없고, 감정이 없으며, 그릇된 판단이 없을까. 오늘날 여성시대 혹은 여성의 입김을 의식한, 아니 전복적인 이라고 해두자. 과학자들은 이젠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생물학적 진실을 찾아 헤맨다. 부디 그 모든 것이 진실이길 바란다. 나역시 오래도록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존재일 것이란 추측을 해왔고, 그런 추측에 과학적인 논리를 제시하고 싶어서 생물학의 몇 가지 근거를 들이대곤 했다. 가령, 어려서 양성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 남성을 제거한 경우가 훨씬 생존율이 높다거나 훗날 성장해서도 성징이 나타날 때도 정상적인 성감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요사이 내 생각은 그렇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생물학적인 우월성을 논하려는 과학들은 과거 남성중심이 과학이 유행에 불과한 것이자, 필연적으로 우생학이 되는 것처럼 이도 그런 혐의가 보인다는 것이다.
어느날 아침...
나는 불현듯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저 싯구가 떠올랐다.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브레히트는 소문난 오입쟁이이자, 바람둥이였다. 그의 보기 드문 연애시는 그렇게 입에 닳고 닳은 허구였을까? 남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은 "당신이 필요해요"다. 우습지 않은가? 필요라니... 소중도 아니고.... 어쨌든 이 남자는 그래서 말년 병장처럼 떨어지는 빗방울도 두려워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필요성을 충족시켜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맞아 죽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그러다 문득 내 생각이 구체적인 누군가에게 미쳤다.
나에게 필요한 사람, 내가 필요하다고 절박하게 외칠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말을 건네 보았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때 나는 느꼈다. 아, 이 .... 이기적인 감정.... 난 당신이 필요해. 필요하다구. 필요해... 정말.... 그 상대방의 이기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날 깍아내고, 희생시켜서라도 너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더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으마. 그 마음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널 위해 날 사랑하마. 너로 인해 내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자 불현듯 눈물이 고였다.
나 당신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아니 당신 때문에.... 당신 덕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군요.... 하고 말이다.
사랑이 과학일 수 있을까? 과학은 사랑일 수 있어도 사랑은 과학일 수 없을 것 같다. 이때 사랑은 과학보다 큰 학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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